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한 글자로 본 중국 | 충칭직할시

서부 제일 메트로폴리스 갈 곳 잃은 ‘강호’들의 고향

渝 두 얼굴의 山水之城

  • 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서부 제일 메트로폴리스 갈 곳 잃은 ‘강호’들의 고향

1/4
  • 한때 쓰촨에 속했지만, 충칭은 쓰촨과는 꽤 다르다. 땅은 덥고, 사람은 다혈질이고, 음식은 맵다. 이런 충칭이 중국 서부 제일의 메트로폴리스로 비상 중이다. 고층빌딩 숲이 빚어내는 야경이 홍콩과 닮아 ‘작은 홍콩’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 속에서 개발 바람으로 고향 잃은 이들이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살아간다.
서부 제일 메트로폴리스 갈 곳 잃은 ‘강호’들의 고향

구릉지대에 있는 홍야동(洪崖洞)의 야경

충칭에서 서양 여행자들과 함께 훠궈(火鍋, 중국식 샤부샤부)를 먹으러 갔다. 서양인들은 대체로 매운 것을 못 먹는 데다가 충칭 훠궈는 맵기로 유명해서 ‘조금 매운맛(微辣)’으로 시켰다. 곧 새빨간 훠궈가 나왔다. 입에 대는 순간 깜짝 놀랄 정도로 매워 종업원을 불렀다.

“우린 조금 매운 걸 시켰는데요, 잘못 나온 거 아닌가요?”

“이게 조금 매운 거예요.”

쓰촨 훠궈도 맵기로 유명하지만 충칭 훠궈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매웠다. 이게 조금 매운 거라면 ‘극도로 매운맛(加麻加辣)’은 도대체 얼마나 매울까. 론리 플래닛이 충칭 훠궈를 ‘물로 된 불(liquid fire)’이라고 한 것은 꽤나 적절한 표현이다. 훠궈만큼이나 화끈한 사람들이 사는 곳, 이곳이 충칭이다.

발칙한 다혈질

서부 제일 메트로폴리스 갈 곳 잃은 ‘강호’들의 고향
충칭의 약칭은 ‘변할 유’ 자다. 충칭은 장강의 지류인 자링(嘉陵)강의 옛 이름 유수를 따서 수나라 때 유주라 불렸다. 강 이름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칭이 된 데서 보듯 충칭은 강을 끼고 발달한 도시다. 남송의 황태자 조돈이 이 지역 왕이 된 지 한 달 만에 광종으로 즉위했기에 ‘경사가 두 번 겹쳤다(雙重喜慶)’는 뜻에서 충칭(重慶)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겹경사 도시’인 셈이다.

미당 서정주의 ‘귀촉도(歸蜀途)’ 중 ‘흰 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란 절창이 귀에 익을 것이다. 파(巴)는 충칭이고, 촉(蜀)은 쓰촨성이다. 쓰촨성과 충칭은 파촉 문화권으로 묶일 만큼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지역으로 묶기에는 뚜렷한 자기만의 개성이 있다.

쓰촨은 험준한 산악지대 안에 펼쳐진 거대한 평야지대로, 외부와 접촉하기는 힘들고 내부는 풍요롭다. 풍족한 환경에서 산을 울타리 삼아 조용히 숨어 살 수 있다. 그러나 충칭은 거친 강물로 에워싸인 험한 구릉지대다. 안이나 밖이나 다 척박한지라 충칭의 문화는 쓰촨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다소 거칠고 극단적인 성향을 보인다.

쓰촨도 흐린 날이 많아 ‘촉의 개는 해를 보면 짖는다(蜀犬吠日)’란 말이 있지만, 충칭은 ‘안개의 도시(重慶霧)’로 유명하다. 산과 강이 빚어낸 안개는 여름이 되면 찜통더위로 변해 중국 ‘3대 화로(충칭, 우한, 난징)’ 중 하나가 된다.

촉(蜀)은 머리로 실을 뿜는 벌레, 즉 누에를 본뜬 글자고, 파(巴)는 길다란 몸에 머리가 달린 동물, 즉 뱀을 본뜬 글자다. 촉인들은 누에를 숭상했고 파인들은 뱀을 숭상한 만큼, 두 지역은 초창기부터 색깔이 달랐다.

쓰촨인이 활달하다면 충칭인은 다혈질인 편이다. 명랑하고 외향적인 면은 쓰촨인과 비슷하지만, 욕도 잘하고 싸움도 잘한다. 충칭인들은 두세 마디 말다툼을 하자마자 이내 주먹이 나가기 일쑤라 ‘야만적인 한족’으로 불리기도 한다. 불과 100명의 전사를 이끌고 조조의 40만 대군을 유린한 용장 감녕이 충칭 출신이다. 쓰촨 여자들이 발랄하다면, 충칭 여자는 다소 제멋대로인 성격이 발칙한 매력(?)을 더한다.

쓰촨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극단적인 성향은 음식에도 나타난다. 충칭은 쓰촨처럼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훨씬 맵게 먹는다. 충칭 음식을 먹다보면 구강 마취주사를 맞은 것처럼 입안이 얼얼해진다.

유비, 장비의 영욕 서린 곳

충칭의 지형도를 보면 이 지역의 중요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충칭은 자링강과 장강의 두 줄기 거대한 강물을 낀 반도형 구릉지대로 ‘산수지성(山水之城)’이라 불린다. 장강은 충칭에서 자링강과 합쳐져 크게 용틀임하며 대륙을 가로지른다. 반도라 물길과 육로 교통이 모두 발달했고 쓰촨, 후베이, 장쑤, 상하이 등 핵심 지역과 통한다. 높은 구릉지대여서 주변 지역을 감시하기도 쉽고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지키기도 쉽다. 거친 장강은 천연의 참호였고, 높은 지역에 버티고 선 충칭은 철옹성이었다.

충칭은 한나라 때 강을 끼고 있어 강주(江州)로 불렸다. 강주는 촉의 관문으로 오랜 난세에도 외부의 침입을 허용치 않은 요충지다. 유비가 촉을 공략할 때 장비가 물길을 따라 도달한 곳이 강주성이고, 당시 강주성을 지키던 이는 백전노장 엄안이다.
1/4
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목록 닫기

서부 제일 메트로폴리스 갈 곳 잃은 ‘강호’들의 고향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