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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내부망 문건

“美와 유엔, 한국산 전자투표기 DR콩고 부정선거 악용 우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중앙선관위 내부망 문건

  • ● “전직 사무총장이 알선”
    ●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뢰 훼손 우려”
    ● 중앙선관위 검찰에 수사 의뢰
    ● 전직 사무총장 “선거 조작 없고 명예훼손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왼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부망 문건. [동아DB]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왼쪽)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부망 문건. [동아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내부망 문건에서 한국산 전자투표기가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의 대선 부정선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용희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알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신동아’가 단독 입수한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관련 현안 설명자료’라는 이 중앙선관위 문건은 “2017년 11월 29일 주DR콩고한국대사관으로부터 대외비 전문이 입수됐다. 이 전문을 통해 한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다”고 했다.

문건에는 2017년 중앙선관위가 A-WEB을 통해 DR콩고선거위원회 유권자명부시스템 개선을 위한 공적개발원조를 한 사실이 쓰여 있다. 실제 A-WEB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예산과 인력을 지원받아 공적개발원조를 통해 후발 민주국가의 선거관리시스템을 지원해왔다.


“한국이 선거부패 수출”

이어 문건은 “이 과정에서 A-WEB 사무총장은 DR콩고선거위원회에 1700억 원 상당의 한국 M사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 계약을 알선했던 것인데,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은 승인받지 못한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외교 전문을 받기 전까진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건은 “A-WEB과 특정업체 유착 문제 제기”도 언급했다.

또한 문건은 M사의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소개했다.



“(주DR콩고한국대사관 대외비) 전문에 의하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와 유엔은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이 전자투개표제도 불비 등 DR콩고 환경에 부적합한 장비로서 거대한 부정부패 프로젝트로 인식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이 문제를 다뤘는데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 장비를 빌미로 DR콩고 대선 연기 또는 이라크와 같은 부정선거 시비 발생 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 훼손이 우려된다. 엘살바도르 크로니오 인터넷 신문에 ‘한국이 A-WEB을 통해 선거부패를 수출하는 것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선거 의혹으로 방화-폭탄테러 발생”

문건은 A-WEB이 이라크에 알선한 1500억 원 상당의 M사 전자투개표장비가 이라크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였다고 지적했다. “이라크는 이 장비로 2018년 5월 12일 총선을 치렀다. 투표 종료 후 투표장비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투표함 보관 장소 방화-폭탄테러가 발생하는 등 혼란이 초래됐다. 총선 3개월여 후 부분 수개표 결과에 따르면, 18개 주 중 5개 주에서 개표결과와의 불일치로 당선인 6명의 변동이 있었다. 향후 선거에 전자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선거법 개정이 있었다.”

중앙선관위는 2018년 3월 8일 김용희 A-WEB 사무총장(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불공정 계약으로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문건에 따르면, A-WEB은 “공적개발원조사업을 특정업체 장비사업에 치중했고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승인받지 못하면 DR콩고 사례와 같이 해당 기업에 직접 알선하는 방법으로 기업의 영리행위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중앙선관위로부터 샀다. 조셉 카빌라 대통령이 17년째 집권 중인 DR콩고는 2018년 12월 대통령선거 투표에서 M사의 터치스크린투표시스템을 사용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신동아’에 “이 문건을 내부망에 게재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개떡 같은 소리”

김용희 A-WEB 사무총장은 ‘신동아’와의 일문일답에서 중앙선관위 문건이 제기한 의혹 전체를 부정했다.

- 콩고에 제공된 전자투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선거를 조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유권자가 스크린상에서 후보를 선택하면, 종이투표용지에 그 후보가 인쇄돼 나온다. 그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어 투표용지를 손으로 개표한다. 투표 종료 후 디지털 자료와 대조가 가능하다. 실물도 안 보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 알선했다고 하는데.


“콩고 선관위 사람들이 먼저 ‘너희 나라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너희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게 맞나?”

- M사와 개인적으로 친하나?


“업무적으로만 안다.”

- M사에 지분을 갖고 있나?

“M사 사람들에게 차 한잔 얻어 마신 적도 없다.”

- M사와 금전적 거래가 있었나?

“없다. 콩고에 왜 안내하면 안 되나? M사 외에 다른 경쟁업체들이 있는데 M사만 소개해주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내에 경쟁업체가 없다.”

- 중앙선관위는 ‘공적개발원조를 특정업체 장비사업에 치중했다’고 하는데.


“개떡 같은 소리다. A-WEB에 예산이 배정돼 집행된 것이 한 건뿐이다. 그 한 건도 조달청이 업자를 선정했다.”

- 중앙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 조사를 많이 받았다. 직원들도 시달렸고. 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벨기에가 뒤에서 부추겨”

중앙선관위의 의혹 제기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한 사람의 명예를 이렇게까지 훼손한 것에 대해 그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양심이 있으면 죄책감을 안고 살 것”이라고 말했다.

-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 전자투표기에 우려를 표명했다.

“벨기에가 뒤에서 부추겨 헤일리 대사가 나선 것으로 안다. 디지털 기록밖에 제공하지 않는 전자투표기만 경험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투표용지에 인쇄해주는 기계라는 것이 알려진 뒤로 미국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 중앙선관위 측은 이라크에서 투표장비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이라크는 재검표 결과와 전자투표 결과가 100% 일치한다고 최종 발표했다. 이후 아무 소리도 안 나온다. M사는 입찰을 통해 이라크에 공급했다. 내가 알선한 것이 아니다.”

- 외교 전문이 발단이 됐는데.

“콩고에서 한국대사의 요청으로 벨기에 대사 일행을 만난 적이 있다. 콩고에 원조하는 벨기에는 콩고가 그 돈으로 한국산 장비를 사는 것을 싫어했다. 벨기에 대사는 ‘M사 기계가 투표용지를 함께 사용한다는데 콩고는 투표용지를 개표하지 않고 디지털 결과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콩고 법이 투표용지를 개표하도록 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나?’라고 반박했다. 한국대사관이 이 논쟁을 전문으로 보고한 것이다. 이걸 두고 ‘국제분쟁을 일으켰다’고 하면 안 된다.”

- 중앙선관위는 ‘한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운 입장에 있다’고 했다.

“수출된 한국산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한국이 책임지나? 외국에 판매된 M사 장비를 한국과 결부해선 안 된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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