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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종착점은 이스라엘式 핵 보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은 종착점은 이스라엘式 핵 보유”

  • ● 北 ‘완전한 비핵화’ vs 美 ‘완전한 비핵화’
    ● 파키스탄 모델은 미국 조야가 용납 못 해
    ● 약한 형태 이스라엘 방식(lesser Israeli case)
    ● ‘완전한 비핵화’ 후 핵실험 無, 핵 보유 NCND
    ● 과거·현재·미래 핵 다 없애야
[노동신문]

[노동신문]

“북한 관점에서 비핵화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철수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월 10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말하지만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는 다르다는 것이다. 게리 세리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의 견해도 비슷하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핵심은 한미동맹 종식이다. 미국이 한국을 지켜준다는 공약을 유지하면 한국 방어를 위한 핵우산이 유효한 만큼 비핵화 대가로 안보 공약 종결을 요구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전략자산 등 미국 전쟁 장비 반입 중지 △정전체계를 평화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관계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개입 배제 등을 요구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북한 노동신문은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1월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1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 과정은 핵보유국 지위에서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핵 억제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과 미국에 대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절충점을 찾는 협상이다. 합법적으로 배치된 주한미군과 불법적으로 개발한 핵·미사일을 교환하는 협상을 벌여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적절한 결과를 도출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핵의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폐기다. 톰 우달 미국 상원 외교위원은 “비핵화가 핵우산 제거까지 포함된 개념이라면 그것은 말이 안 되는 정의”라고 VOA에 말했다.

북·미 간 2차 정상회담 준비 논의가 이뤄진 1월 중순 시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비핵화’보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 제거’를 강조했다. 핵 폐기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1월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한반도 비핵화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질의했느냐? 또한 주한미군 보유 전략자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질의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다를 것이라고 믿지 못하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종전선언 문제와 주한미군 지위는 관련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면서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난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유지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한미 양국의 결정에 달려 있는 문제이고, 그런 부분을 김 위원장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는 문 대통령이 이해하는 것처럼 ‘북한의 핵능력 포기’로도 해석할 수 있으나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임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북·미 간 위협 감소 협상’으로 과정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핵 군축 협상

익명을 원한 한 국책연구기관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CVID를 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김정은도 알고, 트럼프도 아는데, 문재인 대통령만 모르는 것 같다”면서 “서로가 절충점을 찾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현존하는 핵 위협을 제거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파키스탄 모델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안다”면서 “이스라엘 방식의 핵 보유가 북한이 원하는 종착점”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은 북한과 똑같이 6차례 핵실험을 했다. 1998년 핵실험 후 국제사회 제재를 받았으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공격을 지원하며 제재에서 벗어났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은 현재 친중(親中) 국가다.

핵 동결과 ICBM 폐기 수준에서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고 제재가 풀리면 북한은 파키스탄과 비슷한 형태의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 파키스탄 모델, 즉 트럼프 대통령이 비확산 및 동결, ICBM 폐기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하면 미국 국내 정치에서 재앙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제재 완화와 관련해 미국 의회를 설득하기도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압박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완전한 비핵화는 나의 확고한 의지”

김영환 준비하는미래 대표는 “북한이 파키스탄 모델에 진입했다는 견해가 있는데 이스라엘 모델로 귀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가려는 모델도 이스라엘식 핵 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나(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믿는다. 이스라엘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으나 핵무기 성능 개량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가 현재 북한이 핵탄두를 보유한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나선 후 기왕의 핵무기와 핵능력 일부를 남기는 양상은 ‘약한 형태 이스라엘 방식(lesser Israeli case)’이다. 핵무기와 핵능력을 은닉한 게 아니냐는 의심에 초기엔 부정한 후 특정 시점부터 NCND로 전환하는 형태다.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해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다”고 말한 것도 ‘약한 형태 이스라엘 방식’에 부합한다.

김병구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협력국장은 “북한이 핵무기·핵물질 일부를 은닉하더라도 찾아내기는 어렵다”면서 “과학자와 기술은 남아 있기에 짧은 기간에 핵무장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다.

CVID는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CVID는 어제(Yesterday)·오늘(Today)·내일(Tomorrow)의 핵을 다 폐기하는 것이다. 현재 핵은 대부분 시설과 관련됐다. 영변을 비롯해 100여 곳에 산재한 것으로 알려진 핵시설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 농축 시설, 재처리 공장, 부속 및 부품 공급 시설, 원자폭탄 저장 시설을 다 찾아내 불능화하는 것이다. 과거 핵은 북한이 완성한 핵무기다. 과거 핵, 현재 핵을 폐기해도 과학자·기술은 남았으므로 미래 핵은 남는다.




신동아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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