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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市場, 북한을 바꾸다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경제학의 窓’으로 본 북한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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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北 권력 원천은 外貨, 인민 생명줄은 市場
  • ● 시장화는 가스와 같아…경협으로 점화시켜야
  • ● 北 권력 돕는 게 아니라 경제구조 바꾸는 것
  • ● 南, ‘경제’ 빠진 정책 失機 탓 기회비용 치러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홍중식 기자

김병연(54)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 경제는 변했다”고 강조한다. “현실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폐쇄경제가 아니다. 시장이 인민의 생명줄이 되고 있다. 북한 경제는 진화하는데, 대북정책은 진화가 없다. 변화된 경제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대북정책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정통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 중 북한을 학문 주제로 삼은 이는 찾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김 교수의 학문적 천착은 경제학자로서는 이례적이다. 주류(主流)의 지위에 오른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가정(假定)은 차갑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합리성은 완전하다. 쾌락과 성공을 추구하는 공리적 존재로 경제적 이익에 몰두한다.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에섹스대와 서강대 교수를 거쳐 2006년 9월부터 서울대에서 후학을 가르쳐왔다. 2014년 7월부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경제분과 간사 겸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신동아’ 인터뷰 요청에 난색을 표한 그에게 11월 24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정치인 혹은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대북정책이 입안되다보니 정책 수립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변화라는 중요한 사실을 놓치는 듯합니다. 일부 정치인은 20년 전 식량난 시기를 현재와 등치해 평양을 들여다봅니다. 식량난 이후 ‘시장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북한 경제가 어떻게 변해왔으며, 그것이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어떠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하는지 묻고자 합니다.”
그는 이튿날 “아는 것이 적고 인터뷰를 잘 하지 않지만, 문제 제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여겨 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12월 1일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그를 만났다.



“‘인간’보다 ‘구조’를 봐야”

▼ 북한의 시장화는 사회주의 붕괴 이후 동유럽 국가의 경제체제 이행 단계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입니까.
“북한이 체제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 경제는 과거에도 특이했습니다. 소련과 동유럽 경제는 중앙계획에 입각한 비교적 과학적인 사회주의였어요. 북한의 경제 운영은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는 “북한을 이해하려면 북한이 내뱉는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니라 숫자로 된 통계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라는 코드로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의 북한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은 얼개가 그려진다.
급상승한 지하자원 가격에 힘입어 수출을 통해 북한으로선 로또 같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했다→지하자원 수출 황금기 동안 확보한 외화 덕에 기고만장했다→러시아, 중국 등으로 인력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도 상당했다→2013년 3차 핵실험은 외화 수입으로 인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확보한 외화를 마식령스키장 같은 전시성 사업에 낭비하면서 살림이 쪼그라들었다→2014년부터 지하자원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감소했다→이를 메우기 위해 일본, 러시아와 접촉했으나 한계에 부딪히자 남측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했다→2015년 노동당 창건일 때 핵실험을 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시장에서 부를 축적하는 세력은 핵실험에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 행동”이라고 말했다.  
▼ 정치의 관점이라는 ‘외눈’으로 보는 것과는 분석이 사뭇 다릅니다. ‘겹눈’으로 북한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학문의 방법론 혹은 관점 차이일 수 있습니다. 정치학에서는 의사결정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합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경제구조가 바뀌면 다른 사회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은 이 변화된 구조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고 봅니다. 이익과 손해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구조 변화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치면 통치자는 손해를 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권을 잃을 것이고요. 김정은도 경제구조를 외면하는 정책을 펴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죠.
경제학은 이처럼 ‘구조’를 ‘인간’보다 중시합니다. 경제학자가 대북정책을 수립할 때 주요한 의사 결정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치학이나 국제관계 전공자들이 대통령직인수위는 물론이고 그전의 스터디 그룹에서도 대북정책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냅니다. 그 결과 대북정책을 짤 때 경제적 관점이 고려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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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교수는 평양의 고층 건물은 북한 경제의 성과가 아니라 북한이 앓는 ‘병의 징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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