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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왜 챙겨?” 바닥 민심 미국發 ‘동맹 균열’ 대비해야

트럼프가 ‘누설’한 한미동맹의 이면

  •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남의 나라 왜 챙겨?” 바닥 민심 미국發 ‘동맹 균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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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가 쏟아내는 말은 돌출 발언이나 실수가 아니다.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고립주의’를 간질인 것이다.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 계급의 밑바닥 민심을 반영한 주장이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동맹의 균열은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인다면 끔찍하겠지만, 전쟁을 하겠다면 그들(한국과 일본)이 하는 것이다.”

미국 차기 대통령선거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예비후보가 4월 2일 위스콘신 주 유세에서 한 말이다. 트럼프는 한술 더 떠 “행운을 빌겠다. 당신들, 잘해보라(Good luck. Enjoy yourself, folks)”라며 조롱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군을 동원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북한에 맞서 그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하며  핵 무장 용인, 미군 철수 등을 주장해온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한반도 전쟁 불개입까지 천명한 것이다.



“언제까지 한국 지켜줄 건가”

트럼프의 발언은 6·25전쟁 전의 ‘애치슨 라인’ 선언을 연상케 한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극동방위선에서 한반도가 제외된다고 발표하자,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공산당 서기장과 북한의 김일성은 이를 미국의 한반도 전쟁 불개입으로 오판하고 남침을 결심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19조 달러(2경1850조 원)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21조 달러로 늘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가장 많이 언급한 한반도 관련 사안은 방위비 분담 문제다. 맨처음은 지난해 7월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유세에서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어가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군대가 해결해줘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줘야 하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해 8월엔 이 주장을 더욱 구체화했다. “나는 그동안 사업을 위해 삼성·LG 등 한국산 TV 4000대를 구입했다”면서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의 김정은을 지칭)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000명의 미군을 두고 있는데 한국은 푼돈(peanut)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해 10월 한국계 하버드대 학생 조지프 최가 “한국은 연간 8억6100만 달러의 방위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그는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후 미국 주요 언론들이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이 틀렸다고 거듭 지적해도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애초부터 ‘중국 역할론’을 언급했다.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열린 TV 토론에서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로 미국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베이징이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역할론 대신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주장하고 나섰다.



고도의 선거전략

트럼프는 3월 25일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집권 이후 외교·안보 정책에 관해 말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도록 하기 위해 이들의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한·일 핵무장이 동북아의 핵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이미 핵무기 경쟁 시대”라며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으로 북한의 미치광이에 맞서 스스로 자국을 보호할 수 있다면 미국도 훨씬 편해질 것”이라고 맞섰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들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고도의 선거 전략일까.

백악관과 국무부는 트럼프의 주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동북아 정세가 극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라면서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미국이 오랫동안 추구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반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외교·안보 정책과 핵전략,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무지한 사람이 백악관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공화 양당 지도자들을 비롯해 각종 싱크탱크의 연구원들까지 나서서 트럼프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생각 중 많은 부분이 앞뒤가 안 맞고 충격적일 정도로 무식하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사설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발언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자신의 주장이 세계 각국의 핵무기 경쟁을 막아야 한다는 미국 역대 정부의 기존 방침과 상반될 뿐만 아니라 1969년 유엔 총회 결의를 통해 출범한 핵 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는 3월 29일 CNN 인터뷰에서 “이란도 20년 뒤엔 핵무장하게 될 것이다. 중국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국방력에 투자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차치하고라도 적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경제를 망쳐가며 한국, 일본, 유럽 등을 모두 혼자서 보호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으로 볼 때 한·일 핵무장 용인 주장은 그에 뒤따를 부정적 반응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무지에서 나온 발언이 아닌 게 분명하다. 따라서 고도의 선거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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