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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에 나쁠 것 없다?

미국 대선 개봉박두!

  • 윤성학 |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트럼프 美 대통령’ 한국에 나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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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핵 재처리, 핵무장 용인 가능성
  • ● 증권가 “한국 경기 회복에 도움”
  • ● 트럼프가 北 정권 교체 가속화?
  • ● 악재, 돌발변수도 산더미
여론의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유력 정당인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가 됐다.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그가 집권할 가능성은 거의 반반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국의 고민도 깊어졌다. 트럼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다. 이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동맹국은 대미관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 부담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에 불응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한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발언도 한다. “미군이 주둔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 핵무장 능력을 보유하는 것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어떤 시점이 되면 논의해야만 하는 문제다. 우리는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으며 지금은 핵의 세상”이라고 답했다. 북한 김정은에 대해선 “미치광이”라고 했다가 “직접 대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도 요구한다.  

트럼프가 실제로 대통령에 취임하면 많은 수정이 가해지겠지만, 그의 한국 관련 발언 하나하나가 전대미문이고 충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여러 전문가는 “트럼프의 당선은 한국엔 재앙”이라고 관측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트럼프가 좀 특별하긴 하지만, 한국에 큰 해를 끼칠 것 같진 않다. 오히려 기회가 될지 모른다”며 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 미국도 힘들거든!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관측하려면 트럼프의 거친 발언이 나온 배경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일천한 정치 경력을 극단적 언사로 보완해왔다. 트럼프의 말은 “미국 밖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고립주의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대외정책이었다. 그 원조 격인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이 유럽 국가와 동맹을 맺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우려했다. 반면 군산(軍産)복합체를 대변하는 미국 공화당은 미국이 세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공화당의 레이건 정부는 소련을 붕괴시켰고 냉전을 종식시켰다. 부시 정부도 악의 축을 응징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였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이면서 공화당의 전통적 외교노선을 따르지 않는 편이며, 민주당보다 더 미국의 고립을 선호하는 것으로 비친다. 심지어 미국이 운명공동체 격인 서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도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Policy)’라고 일컫는다. 그는 오직 미국의 국가 이익 관점에서 세계 문제를 볼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유엔이나 국제사회, 다른 나라의 비난도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컨대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막겠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이러한 경제적 고립주의는 갈수록 사는 게 힘들어지는 미국 중산층의 불만을 대변한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계도 없는 중동 사막, 중앙아시아 초원, 동아시아 바다에서 자원을 낭비했다고 여긴다. 미국은 천문학적 액수의 달러를 쓰고 미국 병사들은 인류적 가치를 위해 죽어나가는데, 한국 일본 독일 같은 나라는 미국의 보호를 누리면서 자국 상품을 자유무역의 이름으로 미국에 쏟아붓고 있다는 불만이다.

트럼프는 미국인이 낸 세금은 미국인을 위해 쓰여야 하며, 아시아와 유럽의 안보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많은 미국인, 특히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잃어가는 백인들이 심정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들은 속으로 ‘우리 미국도 힘들거든! 그러니 우리한테 다 떠넘기지 마!’라고 생각한다.



툭 터놓고 말하면…

트럼프의 극단적 언사는 정치 지도자의 덕목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지만, 미국의 이런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한 재미교포는 “보통의 미국인 중 상당수는 트럼프의 말에 환호한다. 그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그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전액 부담’ 요구에 대해 “최대치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트럼프는 초장에 최대치를 요구한 뒤 협상과정에서 요구 수준을 낮춰 합의점을 찾는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다.

여권의 한 정치인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전액 부담하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만 한국이 미국에 어느 정도 줄 건 주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반대급부로 얻는 방향으로 상황이 진전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 외교 전문가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미 간 외교·군사 현안이 더 잘 풀릴지도 모른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트럼프가 체면 같은 것 다 내던지고 툭 터놓고 말하면, 해결해야 할 의제가 분명해지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한국 대통령도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는 ‘협상의 기술’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협상 전문가다. 깔끔하게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한·미 간에 지지부진하던 일들이 의외로 잘 해결될 수도 있다.”

특히 트럼프의 ‘한국 핵무장’ 발언은 파장이 작지 않았다.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그동안 한국에선 자체 핵무장 여론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한국 내 주류의 관점에서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로 치부됐다. 이런 차에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가 한국 핵무장에 동의한다고 발언함으로써 한국 핵무장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 일’로 급히 올라선 것이다. 국제사회의 역학 구도로 볼 때 미국 대통령이 용인한다면 비핵화체제 아래서도 한국의 핵무장은 충분히 가시화할 수 있다. 다음은 한 군사전문가의 분석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무장까지는 아니어도 국가적 숙원인 핵 재처리는 받아낼지 모른다. ‘한국이 핵무장을 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가진 미국 대통령이 나온다면 한국이 핵무장보다 낮은 단계인 핵 재처리를 얻어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같은 실익을 미국에 주는 대신 핵 재처리처럼 금전적으로 환산되지 않는 모종의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핵무장 시나리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후 한국은 어떤 식으로 핵무장 수순을 밟게 될까. 필자는 외교·군사 지식을 동원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구성해봤다.



2017년 1월 트럼프는 집권하자마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최고 45%에 달하는 대한(對韓) 관세 부과를 요구한다. 한국이 이에 반발하자 트럼프는 간접적 표현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FTA 재협상을 들먹이며 압박한다. 그는 2017년 12월 한국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든 야당 후보가 당선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친미 보수성향 정권이든 진보성향 정권이든 청구서는 똑같이 보낸다.

한국 대통령은 그의 기세로 볼 때 주한미군 주둔비용 추가부담은 불가피할 것으로 결론짓는다. 동시에 한미 군사동맹과 미국 핵우산의 효용성에 회의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은 현행 협정이 종료되는 2018년부터라는 점을 들어 2018년까지는 분담금 증액이 어렵다는 완강한 태도를 견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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