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기획 | 중국은 적인가, 친구인가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윤영관 前 외교장관의 ‘對中 외교’ 조언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2/5

도요토미의 征明假道

▼ 일본은 미국의 그런 전략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아니 25년이 다 돼간다. 그 기간,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 혹은 일종의 두려움이 증폭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안보를 확보할지와 관련해 미국과의 밀착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3년간 워싱턴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론이 회자됐다. 대통령이 중국 전승기념일에 톈안먼 망루에도 올랐다. 현재의 상황은 당시와 정반대다. 한국의 대외 정책이 즉흥적이면서 중장기 전략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요한 질문이다. 외교 전략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장기적 외교 목표는 있는지 묻는 것 아닌가. 외교 전략에 따라 현안에 대응하는지, 아니면 아무런 전략도 없이 그때그때 대응하고 그치는지를 물은 것인데, 외교 목표 달성에 어떠한 손익이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다. 바깥에서 보기에 ‘아, 뭔가 일관성이 있구나’ ‘장기 목표를 갖고 한 반향으로 적절하게 대응하는구나’ 싶어야 한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우리 나름대로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장기적 외교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장기 목표의 핵심은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 아닌가. 그런데 톈안먼 망루에 오른 것도 그렇고, 핵 개발에 대응하는 방식도 그렇고 전략 없이 움직이는 듯하다. 야당이 이 같은 전략 부재나 미흡한 정책 결정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데, 제대로 부각하지 못하고 있다.



첫 질문이 지정학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 외교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깊이 인식한 바탕 위에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가 반도(半島)인 터라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장소가 되거나 해양세력이 대륙을 침범할 때 쓰는 길이 되는 측면이 있다.”

▼ 임진왜란 발발 한 해 전인 159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정명가도(征明假道)를 요구할 때가 떠오른다.   

“바로 그 얘기를 하는 거다. 왜가 조선에 정명가도를 요구한 것은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딜레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1894년 청일전쟁, 1904년 러일전쟁도 똑같다. 1945년 분단되는 상황, 1950년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은 결정적 사건이 모두 지정학과 관련됐다. 마오쩌둥이 6·25 때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명분으로 개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돌고래처럼 명민하게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군이 북한 주민의 농사를 돕고 있다. 중국에 6·25는 해양세력을 막는 ‘예방 전쟁’이었다. [동아일보]

중국은 6·25전쟁을 ‘조선전쟁’이라고 칭하는데, 때로는 2단계로 나눠 1950년 10월 중국군이 참전하기 전까지를 ‘조선전쟁’, 그 이후를 ‘항미원조 전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6·25전쟁은 중국 처지에서 해양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일종의 ‘예방 전쟁’이었다는 뜻인가.   

“그렇다. 한반도가 통일돼 미군이 압록강, 두만강까지 올라와 자국과 맞닥뜨리는 상황을 절대로 피해야겠다는 게 마오의 생각이었고, 현재 중국의 핵심 지도자들 생각도 그와 같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도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말했듯 동아시아에서 특정 국가가 지배적 패권을 갖는 것을 막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최소한 동아시아에서만큼은 영향력을 갖겠다는 중국의 의도가 충돌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분명하게 각인하고 양쪽을 다뤄야만 우리의 자율적 외교 공간이 생겨난다.

북한 문제를 풀고 통일을 이뤄내려면 첫째, 대국 간의 세력 게임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문제를 세력 경쟁으로부터 분리해내야 한다. 둘째, 양쪽 모두에 선을 딱 긋고 얘기해야 한다. 중국에는 ‘한미동맹을 약화하려 하지 말라, 북한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미동맹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미국에는 ‘중국 포위 전략의 연합 전선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하지 말라’고 말해야 한다. 중국 국가주석이나 미국 대통령 등 핵심 지도자에게 우리의 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한 테두리 안에서 우리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

▼ 고래 싸움터에서 ‘새우 의식’을 버리고 ‘돌고래처럼 명민하게’ 움직이라는 얘기로 들린다. 중국의 중·단거리 미사일이 한반도와 일본, 대만을 겨냥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의 레이더가 한반도 상공을 손금 보듯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 강도는 지나친 것 같다.

“동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의 공식 입장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그렇게 생각할 리 없다. 베이징은 한국이 자연스럽게 미국, 일본이 함께 하는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또한 중간지대에 남아 있길 바라던 한국이 해양세력 쪽에 동참하면서 전략적 균형이 중국에 불리한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은 한반도가 해양세력의 다리가 되는 것은 물론 연합 세력이 중국을 포위하는 고리가 되는 것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 현재의 미국-중국 관계가 120~140년 전 영국-독일의 전례와 비슷하다는 견해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19세기 말 빌헬름 2세의 독일처럼 기존 체제의 참여자가 아니라 기존 체제를 깨뜨리려는 도전자가 되려는 듯 보인다. 미국 또한 중국을 기존 체제의 파트너가 아닌,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듯하다. 향후 미중 관계를 어떻게 내다보나. 중국과 미국은 결국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




2/5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