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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김정은 제거한 뒤 北 ‘완충국’ 유지?

중국, ‘북핵 플랜B’ 가동說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asiatoday.co.kr

김정은 제거한 뒤 北 ‘완충국’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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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중국 기업 제재에 위기감
  • ● 미국의 北 선제타격 묵인
  • ● 한국 주도 흡수통일엔 거부감
  • ● 차기 한미 정권에 북핵동결·평화협정 타진
김정은 제거한 뒤  北 ‘완충국’ 유지?
중국은 국제사회에 대한 정보력에서 미국보다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범위를 자국으로만 좁힐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보다 훨씬 풍부한 정보자산을 가진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미국이 인공위성이나 구글 어스 등을 동원해 중국 권부(權府)가 모여 사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까지 샅샅이 들여다본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라고 중국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 알아내지는 못한다는 게 현실이다.



미국이 찾아낼 때까지 ‘모르쇠’

일부 중국 기업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된 북한 핵 및 미사일 개발 관련 프로그램에 이런저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북핵 국면의 중차대한 상황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미국은 중국보다 많이 알고 있지 못하다.

미국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가 한국 아산정책연구소와 함께 9월 19일 발표한 ‘중국의 그늘 속에(In China′s Shadow)’라는 보고서는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소재 훙샹(鴻祥)산업개발공사를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위반한 기업으로 지목했다. 이때까지 중국은 훙샹에 대해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던 것 같다.

이 회사가 핵과 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알루미늄 잉곳, 산화알루미늄, 삼산화텅스텐 등을 북한에 지난 5년 동안 두 번이나 수출한 사실을 중국 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이 회사의 모기업인 훙샹그룹은 랴오닝성에서 칠보산호텔과 류경식당을 운영하는 등 북한과 밀접한 기업으로 인근에서 유명했다. 중국 당국이 정말로 정체를 몰랐다면 한심한 것이고, 알았다면 그들의 의중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만하다.

어쨌든 중국 당국이 겉으로는 북핵 폐기를 외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국 기업이 북핵 제조를 도운 모양새는 미국에 의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 중국도 이처럼 명백한 증거 앞에선 체면상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는지, 마샤오훙(馬曉紅) 회장을 비롯한 훙샹그룹의 핵심 인물 4명을 체포해 고강도 수사를 벌인다고 한다. ‘시범 케이스’라는 말도 있듯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만큼 훙샹그룹을 해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떠할지는 뚜껑이 열려야 알 일이다.

뒷북을 친 것이 민망했는지 또 다른 중국 기업들과 북한 국영 항공사 고려항공 등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는 말도 있고, 랴오닝성 일대 친북 기업인 상당수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단순한 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진작부터 이렇게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미국이 코앞에 증거를 들이밀 때까지 자국 기업의 일탈을 수수방관했을까. 중국의 국가 전략을 살펴보면 이런 의문은 어렵지 않게 풀린다.



‘현상유지’가 최선이지만…

김정은 제거한 뒤  北 ‘완충국’ 유지?

훙샹그룹이 운영한 중국 단둥시 소재 북한 류경식당. [동아일보]

중국은 40년 가까운 개혁·개방정책을 통해 빈곤 국가에서 미국에 필적하는 G2로 발돋움했다. 외부에서 보면 사상 유례가 없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까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국이던 중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친김에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국가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른바 샤오캉(小康,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물질적으로 안락한 상태) 사회를 2020년까지 달성한 다음, 성핑(昇平, 완벽한 평화 상태) 사회를 이후 10~20년 내에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대에 성안됐다. 그러나 이런 목표는 중국의 주변 대문이 시끄러워지면 달성되기 어렵다.

특히 지경(地經)학적으로 중요한 한반도라는 대문이 시끄러워지면 ‘성핑’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런 차원에서 북한 붕괴를 막느라 애쓰고 있다. 또한 미국의 영향력이 한국을 넘어 한반도 북부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핵을 들고 장난치는 북한이 뺨이라도 때리고 싶을 만큼 밉기는 하나 그렇다고 맥없이 쓰러지게 방치해서도 안 되는 것이 중국의 딜레마다.

중국 당국이 외면적으로는 2270호 결의안을 지지하고 북한에 강경하게 나오는 듯하면서도 양다리를 걸치는 모양새인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김우진 중국정법대 한반도연구소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은 주변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가장 우려한다. 그래서 한반도의 변화를 원치 않는다. 한반도 현상유지가 자국에 최선의 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 몰락하도록 할 까닭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게 생존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같다. 예컨대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위한 것이라는 대북지원 분야가 너무 많다. 지금 중국은 자국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한반도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중국은 이런 대북 스탠스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미국이 북한 핵 실전 배치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핵시설과 지도부에 대한 선제타격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 핵 개발을 도운 중국 기업이 걸려든 것이라 중국 당국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북한 정권 붕괴를 무조건 막는다’는 기존 정책에서 조금 벗어나 ‘플랜B’를 만지작거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의 숨은 속내는 뭘까.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월 “대북제재 2270호 결의는 전면적이고도 완벽하게 이행해야 한다. 북핵 제재는 필수 수단, 안정 유지는 급선무, 협상은 근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면 증상에 맞게 약을 써야 한다.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게 그것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함께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이는 중국에 최선의 목표다. 중국에도 눈엣가시 같은 북한 핵이 없어져 좋고,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평화협정)이 생겨 좋은 것이다. 중국의 ‘진정한 플랜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이 카드를 꺼내들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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