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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트럼프 탄핵될까? “미국에선 촛불시위 안 통해”

  • 윤성학|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트럼프 탄핵될까? “미국에선 촛불시위 안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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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는 촛불에 놀랐지만

한국과 다른 미국 탄핵 제도의 특징은 탄핵 결정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트럼프 같은 호전적인 대통령은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임기 말까지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 트럼프 측은 코미가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면서 증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진실 공방으로 흐를 조짐이 보인다.

트럼프와 코미 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같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미 진술의 문맥상 그가 녹음한 것 같지는 않다. 트럼프는 녹음 파일의 존재를 암시했으나 그가 자신에게 불리한 녹음 파일을 공개할 리 만무하다. 특별검사가 트럼프의 사법 방해를 입증하는 물증을 찾아내야 하는데, 상식적으로 녹음 파일 외에 그런 물증이 있을까 싶다.

혹은 러시아와의 연루를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를 획득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 사건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선 탄핵 과정에서 정치적 타협이 가능하다. 전쟁 같은 외부적 사건이 벌어지면 탄핵은 연기될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탄핵된다 하더라도 최소 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빌 클린턴의 경우도 르윈스키 스캔들 관련 탄핵은 3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트럼프가 탄핵된다면 거의 임기 말에 해당한다. 민주당이 당운을 걸고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쫓아낸다고 해도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남은 임기를 물려받는다.

민주당은 탄핵의 실익이 거의 없다고 계산할지 모른다. 탄핵에 당력을 집중하면  내년 의회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트럼프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트럼프 정책의 부작용을 즐기는 것이 더 나은 선거 전략일지 모른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당론으로 탄핵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지 않는다. 



미국 상하원의 현재 의석수로는 민주당 주도의 탄핵이 불가능하다. 하원은 435석 중 여당인 공화당이 238석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이 반대하면 탄핵이 진행되지 못한다. 상원 또한 공화당이 과반인 52석을 갖고 있다. 

트럼프가 탄핵되려면 공화당 주도의 의회 구도를 넘어서는 한국의 촛불시위 같은 대중적인 탄핵 열기가 몰아쳐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가능하지 않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 중부 공업지역)’에서는 러시아 스캔들이 화제에 오르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 지역에선 트럼프 취임 이후 52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됐다. 일자리만 있다면 윤리나 민주주의 가치 정도는 무시되는 분위기다.



“공화당이 탄핵 더 원해”

‘코미 게이트’가 반영된 여론 조사 또한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지 않다. 여론이 움직이지 않는 한 탄핵은 발의조차 쉽지 않다. 트럼프 탄핵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이는 ‘지금 트럼프를 탄핵하자(impeachdonaldtrumpnow.org)’는 첫 2주 동안 4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그러나 다섯 달이 지난 6월 8일 현재 서명자는 113만 명에 불과하다.

흥미롭게도 미국 내 일각에선 “트럼프 탄핵을 더 희망하는 곳은 역설적이게도 공화당”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선 막판까지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제브 부시 전 주지사 등 공화당 주류 측 후보들의 윤리적 약점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이 때문에 제브 부시의 형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측은 트럼프에게 앙금이 있다. 또한, 대선 본선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여성에 관한 트럼프의 지저분한 입담에 학을 뗐다.

트럼프도 공화당 주류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공화당의 기본 노선과는 무관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상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탄핵 위기를 먼 산에 불난 듯 여긴다. 오히려 말썽만 일으키는 트럼프가 사라져 공화당의 질서가 미국 행정부를 지배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60일 내 보궐선거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부통령이 남은 임기를 승계한다. 공화당으로선 트럼프 탄핵이 공화당 정권의 소멸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다 주지사 출신인 펜스 부통령이 대중성을 갖췄다는 평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인기가 좋다. 펜스는 점잖고 온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공화당의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트럼프 스캔들이 워터게이트 수준”이라며 탄핵에 찬성한다.

공화당 주류 일부의 속셈은 ‘공화당의 정신과 맞지 않는 트럼프를 날려 보내고 부통령 펜스를 새 대통령으로 추대해 트럼프의 남은 임기를 계승하게 한 뒤 펜스 후보 체제로 2020년 대통령선거를 치르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펜스가 대통령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오더라도 펜스가 승리할 것으로 공화당 주류는 믿는 듯하다.

트럼프는 취임 후 6개월 동안 미국 사회의 분열을 야기했다.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사회적 약자, 우방국,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과도 갈등을 초래했다. 그렇지만 탄핵 제도나 정치 상황에 따르면, 트럼프 탄핵은 환상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탄핵 위기의 트럼프가 들고나올 국내외 정책이다. 이는 한국과도 직접 연관된다. 

탄핵에 직면한 트럼프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상 탈퇴를 통해 자신의 지지자들 이익에 충실할 것임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동맹 28개국 중 23개국이 국방비를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지출하지 않는다고 닦달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또한 트럼프는 중동 순방에서 이란을 “테러를 돕는 나라”로 규정했다. 트럼프의 이란 흔들기는 중동 전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100억 달러 규모로 미국 무기를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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