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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박사’ 조용진교수의 이색 예언

”21세기는 왼쪽 이마 발달한 얼굴형이 뜬다”

  •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21세기는 왼쪽 이마 발달한 얼굴형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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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 단군혈통은 없다. 선사시대 한반도에는 북방계인과 남방계인이 공존했다.
  • ●현대 한국인의 얼굴은 6~7세기 삼국통일 이후 남·북방계의 혼혈 작품.
  • ●북방계는 우뇌 우세, 남방계는 좌뇌 우세. 현대 한국인의 70%는 우뇌형이어서 사회가 불안정하다.
  • ●21세기에는 좌뇌 발달한 남방계가 주목받는다.
새 밀레니엄을 꼭 한 달 남겨둔 12월 초, ‘21세기에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며, 바람직한 얼굴상은 어떤 것인지?’라는 화두(話頭)를 들고 서울교육대 미술과 조용진(趙鏞珍) 교수를 찾아갔다. 한반도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의 얼굴부터 현대 한국인의 얼굴까지 시대상을 반영한 듯한 얼굴 석고상들이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방에 들어서니, 조교수가 반갑게 맞으며 의자를 권했다.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얼굴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교수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의자에 앉히더니 그의 성실한 ‘직업관’을 발휘했다. 그는 기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몸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뒤 이렇게 관상 평을 했다.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인데요. 전체적으로 얼굴이 긴 편이고, 머리카락이 가늘고 직모형인데다 가르마가 시계방향으로 나 있구요. 이마는 측면에서 볼 때 뒤로 경사진 삿갓이마형을 하고 있고, 헤어라인이 둥근 편입니다. 눈썹은 짧고 흐린 편에다가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며, 코는 길면서 코끝이 뾰족하지만 콧방울이 발달되지 않았고요. 입술이 얇고 입은 작습니다. 귓불은 크지 않으나 귀문이 넓은 편입니다. 키에 비해 몸통이 긴 편이고, 다리 전체 길이에 비해 허벅지가 짧은 편입니다. 안기자는 북방계 중에서도 시베리아 서쪽 지역에서 주로 출현하는 ‘서부시베리아형(알타이형) 북방계’의 전형적인 얼굴이에요. 말하자면 유럽인적인 인자가 개입된 북방계라는 뜻이에요(조교수는 유럽인종적인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말을 혹여 기자가 불쾌하게 생각할까봐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제 얼굴을 보세요. 얼굴의 기본 구성 형태는 안기자와 비슷하지만 중안(中顔)이 짧고 얼굴이 둥근 편입니다. 코는 약간 짧아진 대신 넓은 편이지요? 이런 얼굴은 ‘동부시베리아형 북방계’입니다. 기본은 북방계 얼굴인데 일찌감치 남방계적 영향을 다소 받은 결과지요.”

조교수는 북방계 얼굴과 반대되는 것이 남방계 얼굴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방계는 동그랗거나 넓적한 얼굴, M자형 헤어라인, 짙은 눈썹과 많은 털, 쌍꺼풀이 있는 큰 눈, 높고 넓은 코, 두툼한 입술, 커다란 귀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 옷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바로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 특징을 하고 있다 한다.

얼굴은 DNA 광고판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이 그나마 북방계와 남방계로 얼굴형이 나뉜다? 이는 우리 민족이 단군(檀君)의 자손으로 단일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매우 충격적인 주장이다. 기자는 오늘의 인터뷰 화두(話頭)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조교수의 북방계·남방계 설부터 따져 물어보기로 했다.

―과연 사람의 얼굴만 가지고 북방계니 남방계니 하고 혈통을 가린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얼굴은 그 사람의 체표에 드러난 ‘DNA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8만 개를 헤아리는 사람의 유전자 중에 얼굴 등 외모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 수는 극히 적은 데다가 의외로 복잡하거나 다양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눈썹이 진하거나 흐리거나, 쌍꺼풀이 있거나 없거나, 콧방울이 크거나 작거나 하는 등 서로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조합으로 단순하게 얼굴이 구성되지요.

우리 한국인들이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어도,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는 이처럼 두 개의 대립되는 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형태소가 한쪽으로만 강하게 치우친 양 극단형(전형적인 북방계와 남방계)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형이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계와 남방계적 특징을 정확히 50대 50으로 섞어놓은 얼굴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중간형의 경우 유전 형질이 모자이크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눈썹이 흐린 아버지와 눈썹이 진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눈썹이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중간형이 아니라, 눈과 눈썹은 아버지를 닮고 입과 입술 등 다른 부위는 어머니를 닮는 식으로 유전된다는 거지요.”

조교수는 나아가 비교적 뚜렷하게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출현빈도를 조사하면 인구 집단과 집단 간의 유연(類緣) 관계에 대한 단서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지도에 동심원을 그려 북방계의 특징인 흐린 눈썹의 분포 밀도를 표시해보면, 바이칼호에서 시작해 만주-평안도 내륙-충북-경북 내륙-김해-일본 규슈(九州) 북안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이들 지역에서 흐린 눈썹을 가진 사람들은 유전적 유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남방계의 특징인 진한 눈썹의 분포 밀도는 주로 한반도의 바닷가나 강가에 밀도가 높고, 중국의 산둥반도-양쯔강 남쪽-태국 쪽으로 이어지면서 유전적 유연성을 가진다. 결국 이런 사실에서 한민족의 이동과 형성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조교수의 주장.

1400여년 전 백제 귀족부부는 알타이형 북방계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채는 사람, 그래서 “관상 선생이냐?”는 놀림도 자주 듣는 조교수는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세계 각국인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86년부터 중국, 일본, 태국,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멀리 이집트, 영국, 이탈리아까지 세계 각곳의 20세 전후 남녀 3000여명의 얼굴 사진을 찍으면서 비교 연구해오고 있다. 이는 182cm 거리에서 105mm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정면·측면·사면을 동시에 촬영한 뒤 한 얼굴의 70군데를 재서 실측치로 환산하는 일에다, 등고선 사진까지 곁들여 얼굴의 3차 곡면상을 기록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얼굴 연구 자료를 모아 얼마 전에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이란 책도 출간했다.

조교수의 본업은 화가다. 그런 그가 얼굴 연구에 매달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기를 꿈꾸어온 조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화가는 해부학도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칼날처럼 와닿아 ‘그림과 해부학’을 공부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홍익대 미대에 들어간 그는 틈나는 대로 해부학을 따로 공부했다. 미대를 졸업하던 72년에는 아예 가톨릭의대에 해부학 조교로 들어가 7년 동안 도제식 교육을 받기도 했다.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얼굴 연구로 이어진 것은 78년의 일.서울의 한 백화점에 들러 매장을 걸어가는데 한 점원이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여점원은 300년 종가집의 토종 한국인인 자신을 왜 일본인으로 본 것일까? 그는 그때부터 얼굴로 국적을 식별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대체 한국인답다는 것은 무언지 등을 구명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후 한국의 레오나르드 다빈치를 꿈꾸며 한국인의 얼굴을 찾는 일에 매달려온 조교수는 97년에 김대건신부의 두개골 측정자료를 바탕으로 김신부의 실제 얼굴을 최초로 복원해낸 데 이어, 99년에는 1400여년 전 백제 귀족 부부(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굴된 유골)를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백제 귀족 부부의 복원된 얼굴 모형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굴된 머리뼈·턱뼈·이 등 인골 자료와 체질인류학적 조사를 거쳐 MRI(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 촬영을 통해 3차원으로 영상화한 뒤, 소실된 부분을 보충해 인골 모형을 복원하고, 이어 인골 모형을 석고상으로 만든 뒤 점토를 붙이는 과정을 거쳐 백제인의 얼굴을 재현했습니다. 그런데 복원시켜놓고 보니까 그 남편이나 부인 모두 현대 한국인의 얼굴보다 약간 긴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예요. 안기자와 같은 얼굴형이었지요. 이런 얼굴 특징은 현재의 충남 천안 지역 사람들에게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말씀대로라면 백인과 흑인이 서로 다르듯이, 애초부터 북방계와 남방계 사람들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다는 건가요?

빙하기가 북방계, 남방계 갈라

“그렇지는 않았다고 봐요. 지금으로부터 2만5000년 전 빙하기가 시작될 무렵까지는 동아시아인들은 북방계나 남방계나 같은 용모였을 거예요. 1만8000년 전쯤 동아시아에서 추위를 피해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북미와 중미를 거쳐 남미 안데스 고원으로 찾아간 인디언의 조상에게서 동아시아인의 원래 얼굴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이른바 원 몽골로이드(Mongoloid)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반면 동아시아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2만5000년 전에서 1만년 전까지 무려 1만5000년 동안 계속된 빙하기를 거치면서 빙하의 벌판에서 생존하기 위해 외모와 체질이 변하게 되지요. 일본 홋카이도대 ‘극저온 환경’ 연구팀의 실험에 의하면 영하 50도의 추위에서는 인체의 생리대사가 달라지고 체질변화가 일어난다는 거예요. 영하 30도도 춥기는 하지만 인체의 체질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과도 나왔구요.

아무튼 영하 50도의 강추위에서 사람들은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표면적이 적은 납작한 얼굴에 흐린 눈썹, 쌍꺼풀이 없는 가늘고 작은 눈, 낮고 작은 코, 칼귀, 얇은 입술 등을 가집니다. 긴 속눈썹과 쌍꺼풀이 있는 큰 눈은 설원에 반사된 자외선에 눈을 손상시킬 수 있고, 오똑한 코와 두꺼운 입술은 동상에 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몸통에 짧은 팔다리도 이 시기 생존에 필수요건이지요. 얼어서 딱딱해진 고기를 씹으려고 크고 복잡한 구조의 어금니를 가진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때입니다. 바로 이들을 일러 북방계라고 합니다. 즉 신(新) 몽골로이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북방계는 시베리아에서 사냥으로 빙하기를 거친 후 1만년 전부터 녹아버린 흥안령과 몽골 고원 사이의 협곡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줄곧 수렵과 채취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반도에 들어와서도 주로 내륙지방에서 활동했습니다. 북방계는 지속적으로 한반도로 남하해왔는데, 3000∼4000년 전 에 청동기 문화를 가지고 한반도에 나타난 종족도 바로 북방계였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78%가 쌍꺼풀이 없는 눈인 것이 바로 북방계가 한반도로 남하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입니다.

우리 민족의 또 한갈래는 남방계입니다. 남방계는 빙하기를 심하게 겪지 않은 채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등에 흩어져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바닷가와 강가에 모여 살며 신석기문화를 일군 주인공들이 바로 이 남방계입니다. 이들은 주로 물가에서 고기를 잡고 조개를 까먹는 등 패총문화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이들은 원 몽골로이드적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들끼리의 유전적 조합에 의해 오늘날의 남방계 얼굴형을 만들어갔습니다. 실제로 집단 구성원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공통 유전자는 상승작용에 의해 점점 더 우세해지고, 집단 구성원 12% 이하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300년 정도가 지나면 거의 도태되고 맙니다. 유전자 결합 확률이 저하되기 때문이지요.”

현대 한국인과 다른 이상한 유골들

조교수는 북방계 얼굴이나 남방계 얼굴 특징은 고고학적 유물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내륙지역인 충청북도 안터의 고인돌에서 얼굴을 돌에 새긴 조각품이 출토됐는데 가늘게 째진 눈에다 입이 가는 북방계 사람의 얼굴 특징을 보여주고 있고, 지금도 충북의 산간 내륙에는 눈이 가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또 낙동강변의 부산 동삼동 패총에서 발견된 유명한 가리비 얼굴 조각품은 크고 동그란 눈의 남방계 얼굴을 묘사하고 있는데, 지금도 경남지방에서는 눈이 큰 사람들의 분포가 아주 높다고 한다.

―그런 조각품들말고, 우리 조상의 인골에서 북방계와 남방계 얼굴을 찾아볼 수 있는 단서는 없습니까?

“우리나라는 토질이 산성을 강하게 띠고 있어서 매장 인골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보존 상태도 좋지 않아요. 다행히도 충무 앞바다 연대도라는 조그만 섬에서 6000년 전 신석기 시대의 고인골(古人骨) 하나가 잘 보존된 채 발굴됐는데, 제가 복원해보니까 남방계형이었습니다. 이마가 좌우(측두선간폭)로 넓고, 두개골의 눈 구멍이 큰 걸로 보아 쌍꺼풀이 있는 큰 눈에다가, 코는 낮고 넓으며, 중안의 길이가 57mm 정도로 아주 짧고, 네모진 얼굴에 입술도 두꺼웠어요.(오른쪽 사진 참조)

그런데 이 얼굴을 측면에서 보니 아프리카 흑인 같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실제 해부학적으로 보더라도 연대도 사람은 머리의 두정융기(頭頂隆起)가 각져 있고, 광대뼈가 밑으로 붙어 있고, 입천장이 깊고 길며, 치아는 크지 않고, 상악골이 작은 점은 지금의 우리와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결국 이 연대도인이 우리와 유전자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가 한반도에서 변화했다는 말이 됩니다.

한편 연대도 사람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인골이 또 있어요. 67년에 석회암지대인 충북 제천의 황석리 고인돌에서 2300년 전 인물로 여겨지는 인골이 발굴됐는데, 당시 고고학자들 사이에 유럽인 아니냐 할 정도로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 임진왜란 때 조선 병사의 키가 평균 158cm에 지나지 않았는데 황석리 사람은 키가 174cm로 거인에다가, 체격이 건장하고, 이마가 좁고, 코는 높고, 위턱이 아주 크며, 치아도 매우 크고, 머리가 뒤짱구인 사람이었거든요. 이런 특징 역시 현대 한국인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어요. 황석리 사람과 가장 유사한 사람을 든다면 유럽인적 특징을 보이는 서부시베리아형(알타이형) 북방계 정도일 것입니다. 같은 북방계라도 동부시베리아형은 위턱이 작고 뒤로 들어가 있는 등 황석리 사람과는 차이가 있고요.”

조교수는 이 두 유골을 살펴볼 때 빙하기를 거친 이후 한반도에 출현한 북방계와 남방계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생김새가 달랐다고 추정한다. 현대 한국인들은 이미 북방계와 남방계가 섞여 있는 상태기 때문에 예전의 ‘순수한’ 남·북방계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북방계와 남방계는 한반도에서 한동안은 교류하지 않았던 것으로 봅니다. 서로 생김새가 워낙 다른 데다가 한쪽은 수렵, 한쪽은 어로 등으로 생활 방식이 달라 부딪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고조선 이래로 부족 국가 개념이 뚜렷해지면서 한반도와 만주의 패권을 쥔 것은 북방계였는데, 이들은 우수한 무기를 바탕으로 지배집단을 이루면서 피지배계층인 남방계와는 통혼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400여년 전 능산리 백제 귀족부부를 보면 남자는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어요. 즉 남자의 용모는 한반도에 적응하면서 뼈가 얇아진 정도 외에는 남방계적 요소를 볼 수 없었습니다. 여자 역시 단두화(短頭化)하는 두개골에서 약간의 남방계 인자를 찾아볼 수 있는 정도였으나, 현대 한국여성보다 큰 키(165cm) 등 역시 전형적인 알타이형 북방계였습니다. 이로 볼 때 백제를 세운 지배층은 수백년에 걸쳐 한반도에 거주하면서도 토착민인 남방계와는 결혼하지 않고 지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조교수는 옛 고분 벽화나 그림에서 보이는 왕족이나 권력자들은 대개 북방계 얼굴이라고 말한다. 몇 점 안되는 조선의 어진(御眞)에 나타난 왕의 얼굴 역시 북방계적 특징이 강하다. 조교수는 북방계 지배층의 관상과 관련해 재미있는 해석을 한다.

“북방계형들이 모여서 나라를 만드니 자연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북방계에서 나오기 쉽고, 이런 상황을 남방계로서는 여간해서 뒤집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로 말미암아 관상도 북방계형 관상을 좋은 것으로 보게 됐지요. 이마가 높으면(북방계) 관운(官運)이 있다거나 이마가 좁으면(남방계) 부모 덕이 적다는 설도 따지고 보면 북방계가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허리가 길면(북방계) 귀상(貴相)이요 짧으면(남방계) 천상(賤相), 눈이 쌍꺼풀(남방계)이 지거나 피부가 검으면(남방계) 천상이란 설도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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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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