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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기획|‘문화 21세기’ 뉴리더 뉴트렌드 ④ 음악

해체와 통합 거쳐 다원성·대중성으로

  • 장일범 음악평론가

해체와 통합 거쳐 다원성·대중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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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로노스 쿼텟(Kronos Quartet)은 음악예술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과거와 현재 모두에 마음을 열고 우리를 미래로 인도하는 악단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초연하고 작곡가에게 새로운 곡을 위촉해서 바로 ‘오늘’의 음악을 들려준다. 창단한 해인 1973년부터 그들을 위해 작곡되거나 편곡된 작품이 무려 400여 곡에 이르니 모차르트·베토벤·슈베르트·브람스의 4중주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이나 많은 숫자다.

4중주단이지만 전통적인 클래식 현악 4중주 레퍼토리는 거의 연주하지 않는다. 중세 수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음악에서 기욤 드 마쇼의 르네상스 음악 같은 고음악에서부터 쇼스타코비치·베베른·존 케이지·탄둔·슈니트케·볼프강 림·필립 글래스·실베스트로프·진은숙에 이르는 20세기 현대음악, 그리고 제임스 브라운·척 베리의 리듬 앤드 블루스, 마일스 데이비스·빌 에반스·존 콜트레인 같은 재즈, 지미 헨드릭스의 록과 존 레논의 팝 그리고 컨트리 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자신들의 용광로에 녹여 표출하는 악단이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숨어 있는 무명의 현대작곡가 발굴에 매우 적극적이다.

크로노스의 미덕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는, 일반인들의 현대음악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가죽바지에 장화 등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무대의상과 무대배경 그리고 음악연주를 통해 극복해낸다는 것이다. 봐서 즐겁고 들어서 기쁜 ‘즐거운 현대음악’의 개념을 크로노스는 만들어내고 있다. 파격과 재기발랄함이 있으나 ‘현대음악의 구도자’라는 별명답게 작업중심은 어디까지나 진지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근 LG 아트홀 개관 기념 실내악 축제에 초대되기도 했던 크로노스 쿼텟은 그들 스스로 음악 문화를 주도하고 개척한다는 점에서 21세기에도 주목할 만한 연주자들이다.

류이치 사카모토:폭넓은 관심으로 다양한 음악 유행 창조



배 우이자 모델·작가 그리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전천후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그는 ‘감각의 제국’으로 유명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사카모토 자신이 직접 출연하고 영화음악도 만들었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1983),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1987) ‘마지막 사랑’(1991) ‘리틀 붓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스네이크 아이즈’(1998) 그리고 가장 최근에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 ‘철도원’(1999)의 영화음악을 통해 대중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있다. 사카모토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 사운드 트랙으로 1988년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 그리고 그래미상을 동양음악가로는 처음으로 거머쥔 주인공이며 여세를 몰아 뉴욕·LA 영국의 영화비평가 협회상까지 휩쓸었다.

그의 음악에는 난해하고 쉬운 음악, 유럽음악과 동양음악, 현대음악과 과거음악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 도쿄 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 시절 심취했던 전자음악과 민속음악에 대한 관심을 고도로 전문화해서 1978년에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라는 테크노 악단을 결성, 일본의 테크노 음악을 이끌어갔다. YMO가 발표한 11장의 앨범은 거의 밀리언 셀러가 되었다. 백남준과도 작업을 같이했을 정도로 실험적인 음악에 관심이 있고, 독일 그룹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 테크노음악 활동도 했을 만큼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은 팔방미인이라서 그의 스타일을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불협화음(Discord)’이라는 클래식 앨범과, 20년간의 숙원이던 피아노 솔로앨범 BTTB(Back to the Basic)를 발표해 역시 대단한 인기를 누린다. 이 BTTB앨범에서 사카모토는 뉴에이지풍의 음악에서 피아노 현에 다른 물체를 끼워 연주하는 프리페어드 피아노 등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한 실험적인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선보였다.

시대와 국경, 그리고 음악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늘 열정적인 호흡으로 강렬한 이미지의 파장을 선사하는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하지만 그에게서는 일본 내음이 물씬 풍긴다. 그는 일본풍 음악의 국제화에 성공한 인물인 것이다. 최근 내한 공연을 통해 젊은층을 감동시키며 나이먹지 않는 감성의 연주자임을 보여준 사카모토가 또 어떤 새로운 예술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윈턴 마살리스:재즈의 르네상스를 불러온 ‘21세기의 스윙’

재 즈는 1990년대에 들어와서야 미국 음악에 클래식과 함께 하나의 예술로서 당당히 자리를 굳혔다. 특히 1991년에 시작해서 지금도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링컨 센터 재즈 프로그램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은 높아진 재즈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 제2의 재즈 부흥기를 가져온, 아니 전세계에 재즈 부흥기를 가져온 주인공이 바로 윈턴 마살리스(Wynton Marsalis)다.

현존하는 트럼펫 주자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연주자인 윈턴은 클래식과 재즈 부문 트럼펫 통합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다.

윈턴은 재즈 가문인 마살리스 가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엘리스는 피아니스트이고 형 브랜포드는 테너 색소폰 주자다. 윈턴은 줄리어드 음악학교를 거쳐 아트 블레이키의 재즈 메신저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재즈와 클래식 양쪽에서 수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하고 90년대 이후에는 그의 링컨 센터 재즈 밴드를 이끌고 전세계를 순회하면서 재즈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91년에 윈턴은 세계적인 예술의 전당인 링컨 센터 재즈 프로그램의 음악감독으로 취임, 대규모 청중을 동원해서 클럽 중심의 소규모 재즈에 익숙하던 청중의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이 프로그램은 해가 갈수록 인기를 모아 척박했던 재즈 풍토에 일대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

클래식적인, 우아하고 화려한 톤과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 그의 지적인 플레이는 재즈의 열정과 실내악적인 면을 두루 포괄한다. 천재적인 재능에 넘치는 의욕을 겸비, 거듭되는 녹음과 공연을 통해서 기량을 보여주는 윈턴은 1992년 발레 모음곡 ‘시티 무브먼트’, 1996년 발레 모음곡 ‘점프 스타트와 재즈’를 통해 듀크 엘링턴의 뒤를 잇는 재즈 작곡가로서 확고히 자리잡았다. 1995년에 링컨 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재즈 오라토리오 ‘들판에 뿌려진 피’로 재즈 음악인 사상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 윈턴 마살리스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숨가쁘고 다채롭다. 듀크 엘링턴 탄생 100주년 기념 앨범 제작과 1999~2000프로젝트로 7장짜리 연작 앨범 ‘21세기를 향한 스윙’을 속속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즈의 미래를 늘 진지하게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인 마살리스에게 이 ‘21세기’ 앨범은 결코 거창한 제목이 아니다. 재즈사를 새로 쓰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앞으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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