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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현지취재|규슈(九州)의 생태 산촌마을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린토피아

  • 하태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숲과 사람이 어우러진 그린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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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산촌마을은 풍요롭다. 그렇다고 자연을 사람의 입맛에 맞춰 마음대로 재단했기 때문은 아니다. 주어진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입는 방법을 지혜롭게 체득했기 때문이다. 일본 규슈의 나오카와, 아야, 모로츠카, 우메, 난고 등 5개 산촌마을이 영위하고 있는 ‘생태적’ 삶에 대한 현지탐방 보고서.
일본 규슈 오이타(大分)공항에서 나오카와촌(直川村)에 이르는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의 천국이었다. 오이타현(縣)은 총면적의 73%인 46만㏊가 산림이고 그중에서도 나오카와촌은 산림률 90%를 자랑하는 곳. 인구는 3000명 밖에 안 되는 아담한 마을이다. 휴식의 숲 캠프센터에 여장을 푼 일행은 나오카와가 운영하는 그린파크를 찾았다.

그린파크에서는 나오카와의 자랑인 6홀짜리 미니 골프장이 눈에 띄었다. 94년 개장했으며 토지 구입비를 포함해 약 8억엔(약 84억원)의 비용이 들었다. 주위 경관을 살피는 작업은 물론 골프장 설계 및 관리까지 마을주민이 직접 나서서 함으로써 7억엔(약 73억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산업과장 아쯔카리는 “심각한 이농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도시에 나가지 않고도 수준 높은 문화,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골프장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민을 위해 만든 이 골프장은 나오카와 이외의 지역에서도 손님을 끌어들여 마을에 많은 수입을 가져다 준다. 96년 16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인 뒤 조금씩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매년 13만∼14만명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 이용객의 20% 정도는 마을 사람이고 나머지 70% 정도는 인근 마을 사람들. 이용료는 평일 3000엔(약 3만1000원), 주말 4000엔(약 4만2000원)으로 일반 골프장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은 물론 6홀의 미니 골프장이어서 동선이 길지 않아 나이 많은 사람들도 이용하기 쉽다. 또한 이용객이 많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이 적은 것도 나오카와 골프장의 매력. 인상적인 것은 시설을 설치하는 데 든 재원 중 마을이 부담한 비율은 총공사비의 2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총공사비의 50%를 보조해 주었으며 나머지 50% 중 절반도 현이 부담했기 때문.

지역주민을 위해 만든 6홀 골프장

이 밖에도 골프장 옆에는 골프연습장과 잔디 썰매장, 수영장 등 부대시설이 있다. 골프장이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나오카와촌 관계자는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고려해 최소한의 면적에 골프장을 건설했으며 농약이나 제초제의 사용은 물론 수질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환경오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대부분의 농촌과 산촌마을에는 귀농자를 위한 주택단지가 마련된다. 이 또한 젊은층에서 심화되고 있는 이농을 막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대해 주는 제도다. 나오카와의 경우도 30평과 25평짜리 임대주택 38동을 지어 마을을 버리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2층짜리 목조주택으로 월 3만엔(약 31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된다.

임업진흥정책의 일환으로 오이타현에서 생산되는 목재를 사용할 경우 1평당 1만엔(약 10만5000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입주할 때는 추첨을 실시하고 입주자의 대부분은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 많다는 것이 마을측의 설명. 인근 사이키시(市)에서 근무하며 촌영주택에 살고 있는 마키구치(牧口·40)는 “시설도 훌륭한데다 집값이 저렴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가정의 하수나 오수 처리에 있어서도 마을 모든 집의 하수가 촌에서 운영하는 오수처리장으로 모이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위험이 적다.

첫날 숙소로 활용된 ‘휴식의 숲’ 캠프장도 자연과 어우러진 휴양림이었다. 일반 입장료가 300엔(약 3100원·15인 이상 단체인 경우 150엔)으로 저렴했고 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이용해 만든 자연 풀장은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물장구 치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캠프장 입구에는 나오카와에서 볼 수 있는 곤충 1000여 종이 전시된 곤충관과 일본의 농업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는 농업역사 자료관이 설치돼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저녁 7시부터는 나오카와의 토타카(戶高) 촌장 주최로 만찬이 벌어졌다. 캠프장에 모닥불을 피워 구워낸 나오카와 토산 물고기구이 등 맛깔스런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졌다. 이 자리에서 토타카 촌장은 나오카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골프장을 건설하고 캠프장을 차리고, 귀농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등 촌민의 이농현상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마을을 버리고 도시를 택하는 사람들의 추세를 누그러 뜨리기는 힘들다는 것.

돌아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더 이상 마을을 버리고 도시로 나가는 사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휴식의 숲 캠프장에 대한 관리와 운영을 모두 나오카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고 있었으며 나무를 가공한 수공예품 공방의 경우도 주민자치로 운영하고 있어 촌민들의 지역사랑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먹어도 탈 없는 액화천연비료

다음날인 8월 21일 오전 나오카와촌이 운영하는 농산물 가공공장을 찾았다. 나오카와촌이 지어 촌민들에게 무상으로 임대한 이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주체는 33인 생활협의회란 주민자치기구.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며 나오카와에서 나온 원재료를 사용한 과일잼, 과자, 만두, 떡, 된장 등 10여 종류의 물품을 생산한다. 이날 당번을 맡은 구도(工藤·42·여)는 “이곳에서 농산물을 가공해 조그만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나는 것은 이웃주민들과 어울려 신나게 일하고 나오카와를 대표하는 가공음식물을 만들어내는 점”이라고 말했다.

나오카와 촌민들의 작별인사를 뒤로 하고 일행은 우메정(宇目町)으로 이동했다. 우메정은 인구가 나오카와촌보다 약간 많은 4000여 명이고 총면적 26만6000㏊ 중 산림면적이 25만2000㏊를 차지하는 곳이다. 99년 새로 지었다는 우메정 청사에 도착하니 고히라이치로(小平一郞) 정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울에 있는 한 학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어 지난 6월 우메정 주민들이 4박 5일간 한국을 다녀왔다고 인사말을 한 고히라는 우메정의 모토는 ‘리사이클’이라고 설명했다. 99년 지어진 최신식의 우메정 청사도 100% 리사이클한 건축자재라는 것.

우메정에서는 농가에서 나온 퇴비를 정화해서 천연액화비료로 만드는 축산폐수처리시설(BMW·Bacteria Mineral Water)시스템이 유명하다. 양돈·양계에 의한 분뇨 공해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이 시스템은 가축의 분뇨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처리가 끝난 분뇨는 천연액화비료가 되어 화학처리된 비료 대신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 새로운 길을 만들면서 터널도 새로 개통했는데 우메정은 옛날 터널 내에 BMW 시설을 설치했다. 이 또한 우메정이 자랑하는 리사이클방식을 택했다.

BMW시스템을 통해 액화천연비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략히 소개하면 각 농가마다 설치된 1차 액화비료 처리시설을 통해 걸러진 가축의 분뇨가 BMW 시스템으로 전달된다. 1차 처리된 분뇨는 4개월간의 처리과정을 거쳐 ▲질소 ▲인산 ▲칼륨 등 비료의 3대 요소를 갖춘 천연액화비료가 된다. 4개월의 처리과정을 거치면 물처럼 마셔도 탈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제된 비료가 된다는 것이 관리자의 설명.

우메정에는 ‘정말로’ 도시생활을 마다하고 시골로 돌아온 귀농자들이 있다. 8월 21일 오후 우메정 화훼단지 비닐하우스 안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호사카(保坂·47)를 만났다. 도쿄(東京)에서 컴퓨터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다 귀농을 결심했다는 호사카는 “도쿄에서 샐러리맨을 하던 시절보다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우메에서는 생활비가 저렴하고 물가도 비싸지 않기 때문에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7년째 화훼일에 종사하는 호사카가 처음부터 이런 생활의 여유를 누린 것은 아니다. 화훼기술 부족으로 마음먹은 만큼 생산량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도시생활에 젖어 있던 그로서는 시골생활이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동료 귀농자의 도움과 우메정측의 지원이 있어 이제는 본궤도에 올랐다. “아직 결혼을 못 해 적적하다”는 호사카는 “모든 준비는 완벽하니 같이 생활할 신부감을 찾는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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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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