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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경쟁력의 문화산업 현장 탐방|<3>LA 4대 영화 명문학교

철저한 현장주의로 할리우드 거장을 키운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wpark@donga.com

철저한 현장주의로 할리우드 거장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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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영화학교들의 공통점은 철저히 시장과 현장을 지향하고 현장에 의해 지배되고 교육된다는 점이다. 일종의 산학협동이 잘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육 상효 감독(37). 영화 ‘장미빛 인생’의 시나리오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받는 신예로 활동하던 그는 지난 98년 8월 도미(渡美), 현재 USC 영화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다.

영화프로듀서 김수진(33)씨. ‘꽃잎’ ‘나쁜 영화’ ‘해적’ ‘강원도의 힘’을 기획하는 등 10년간 충무로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녀는 1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 AFI(미국영화연구소)에 재학중이다.

이렇듯 한국에서 실력과 패기로 주목받던 젊은 영화인들이 줄줄이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명문학교에 늦깎이로 입학, 정식으로 영화공부를 하는 경우를 최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이른바 ‘잘 나가는’ 한국의 영화인들을 태평양 건너로 불러들이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학교들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일까. 세계의 영화, 아니 세계의 문화를 지배한다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맨파워는 어떻게 길러지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캘리포니아주 LA에 모여 있는 미국의 영화 명문학교들을 찾았다. 대상으로 잡은 학교는 USC와 UCLA의 영화학교, 그리고 AFI와 CalArts(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등 4곳이다. 미국의 영화명문 반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는 NYU(New York University)다. 뉴욕의 독립정신이 살아 숨쉬는 NYU 영화학교의 창의정신과 실험정신이라는 전통 역시 미국 영화산업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미국 동쪽 끝에 위치한 이 영화 명문학교는 서부 LA의 영화 명문학교들과 지리적으로나 문화적 배경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NYU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최고의 전통-USC

로스앤젤레스 중심에서 남쪽으로 약 6㎞ 내려가면 군데군데 녹음이 우거진 일단의 건물들이 펼쳐진다.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는 건물과 현대적 건물이 공존하고 있다. 바로 1880년 설립된 캘리포니아의 명문사립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다.

USC 영화-TV학교는 1929년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D.W. 그리피스, 에른스트 루비치, 대릴자눅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출발해 미국 영화학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시대로 들어가면서 전문기술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학교가 필요했던 것이 USC 영화학교의 출범배경이다. ‘스타워스’에 빛나는 거장 조지 루카스와 ‘포레스트 검프’ ‘백 투더 퓨처’의 로버트 자메키스, ‘X맨’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 ‘분노의 역류’ ‘아폴로 13’ ‘Far and Away’의 론 하워드 등등이 바로 USC 출신이다.

학교 한가운데는 조지 루카스가 기증한 ‘조지 루카스 강의동’이 자리잡고 있다. 루카스는 종종 강사로 초빙돼 학생들의 수업을 지도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제작자들이 학생을 직접 가르치고 지도교수가 되기도 하는 까닭에 졸업생들은 자연스레 영화시장 인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으며 이는 다시 취업으로 연결된다. 또한 선배와 회사들이 첨단 관련 시설과 기자재 등을 학교에 기증해주므로 학생들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익힐 수 있다. 가령 소니사는 이번 학기에 디지털 카메라와 디지털 편집시설을 USC에 기증했고, 로버트 자메키스 감독은 모든 영화 디지털 후반작업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센터를 기증했다.

USC 영화학교는 학부와 대학원생을 합쳐 1300명이나 된다. 할리우드 근처에 있는 USC는 할리우드 주류 상업영화를 생산하는 학교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실제교육도 시장에서의 생존능력을 중시하는, 프로페셔널한 측면이 많다. 예컨대 대학원 고급 연출과정의 경우 일정한 자격을 인정받아야 수강이 가능하다. 전 학기에 시나리오 등을 미리 제출, 교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뒤에야 다음 학기 수강자격 여부가 가려진다. 이렇게 뽑힌 시나리오 전공자는 같은 방식으로 심사를 통과한 감독 각본 촬영 편집 음향(사운드) 등 전공분야별 학생들끼리 서로 적절한 멤버를 골라 ‘짝짓기’를 함으로써 하나의 작품을 만들 팀을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팀들이 준비한 프로젝트 중 최종적으로 교수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한 프로젝트의 팀원들에게만 수강자격이 주어진다.

다른 학교들에서는 대체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교수가 크게 개입하지 않지만 USC에서는 촬영에 들어가면 1주일 단위로 학생들이 찍어온 내용을 놓고 교수가 지속적으로 간여(평가)해나간다. 필름이나 현상료 등은 모두 학교에서 지원한다. 학부과정의 경우 UCLA나 NYU는 첫해부터 자기 전공을 해야 하는 반면 USC는 첫 2년간은 교양과목을 듣게 한다. 전반적 경험과 종합적 교양습득을 통해 전공분야 뿐 아니라 인접분야로의 진출기반도 마련해주기 위해서 예컨대 ‘유주얼 서스펙트(Usual Suspect)’를 만든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USC에서 ‘비평(Critical Studies)’을 전공했다.

주류 상업영화, 프로페셔널

학교관계자들은 USC가 주류영화뿐만 아니라 실험정신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음을 강조한다. 가령 조지 루카스도 학교를 다니던 60, 70년대에 많은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지금은 주류가 된 SF 영화를 만들면서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시각적인 효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당시로서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USC 영화학교의 앨런 베이커(Alan Baker) 학장은 “실험정신으로 말하자면 NYU가 우리보다 강하고 Calarts는 더 강한 것 같다”고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USC도 애니메이션 학과에서는 실험영화 예술영화 방식을 대폭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 학장은 “다만 연출 분야는 주류 상업영화 분야에서 경쟁하는 게 주된 목적이므로 강조점을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SC는 현재 멀티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합미디어(interactive media)에 관한 수업은 학생들에게 필수가 됐다. 비평 전공과정에서도 멀티미디어에 관한 과목을 수강하게 돼 있다. 전통적 영화과목뿐만 아니라 인터넷 프로그램 짜기, 비디오 게임 짜기 등도 과목에 들어가 있다.

반면 기존의 제작 관련학과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인력시장이 오래 전부터 포화상태여서 신인들의 진입로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USC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학교가 졸업 후 바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케이스를 찾기는 어렵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할리우드 현장 진출을 돕기 위해 여름방학중에 인턴십을 추천해주거나 인턴과정을 학점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또한 해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시연하는 ‘First Look’이라는 영화제를 개최,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학생들을 발탁하는 통로로 제공하고 있다.

USC 영화학교 출신의 한국인으로는 김경현 UC(University of California·캘리포니아 주립대) 얼바인 교수, ‘비천무’ ‘퇴마록’ 등의 녹음을 맡았던 이규석 국립영상원 교수, MBC TV 편성국 이보영 PD 등이 있다. 재학중인 한국인 유학생은 10여 명. 특히 한국에서도 강의한 적이 있는 데이비드 제임스(David James) 교수가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아는 한국 유학생들이 그가 있는 영화비평(Critical Studies) 학과를 선호하고 있다.

현재 USC 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하는 육상효 감독은 이 학과에 입학한 아시안 1호 학생이다. 한국에 있을 때 동숭아트센터에서 시나리오를 가르치기도 했던 육감독은 “일주일에 절반은 밤을 새워가며 시나리오를 써내고(물론 영어로), 다른 급우들이 쓴 것을 읽어가지 않으면 수업시간의 토론에 낄 수 없다”고 말했다. 육감독은 현재 시네와이즈필름을 통해 ‘Iron Palm’이라는 영화를 LA에서 찍기 위해 차인표를 캐스팅 해놓은 상태다. 시나리오는 USC에 와서 쓴 것인데 “미국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미국을 철저히 표현해보겠다”는 게 육감독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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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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