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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북경오리구이껍질과 살코기 뼛국물까지 먹으면 무병장수합니다

  • 글·최영재 기자 /사진·김용해 기자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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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을 만들어 먹고 마시는 과정에는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체계가 담겨 있다. 음식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대륙중국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이들의 ‘음식 활동’을 이해하는 것일 터이다.
한성화교중학 담영발(譚永發)이사장의 북경오리구이
11월8일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이 정한 제1회 ‘중국 기자의 날’이었다. 중국 국무원이 이날을 제정한 것은 1937년 11월8일 당시 중국의 좌익기자들이 상하이에서 중국청년신문기자협회를 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중국은 국민당 치하였지만, 이 단체가 현재 중화인민공화국기자협회의 전신이 되었다.

이날 서울지역 화교사회 대변인격인 한성화교중학(漢城華僑中學) 담영발(譚永發·58) 이사장은 서울에 나와 있는 중국과 대만 기자들을 자신이 경영하는 서울 연희동의 중화요리집 ‘眞北京’(02-3141-8688)으로 초대했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중 하나는 재료를 기름에 볶은 요리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인은 하루라도 기름을 먹지 못하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민족이다. 이는 한국인이 외국여행을 할 때 김치나 된장국을 먹지 못하면 힘든 것과 같다. 또 한국의 중국음식은 1884년 개항 당시 건너온 산동 지방 중국인들이 처음 시작한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완전히 한국화했다. 한국화한 중국요리는 본토보다 채소같은 부재료를 많이 쓰고, 양념은 적게 써서 느끼한 맛이 덜하다. 그러니 중국 기자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집이 드물 수밖에 없다. 또 중국요리는 전채(前菜)에서 시작해 주요리가 나오고, 신맛에서 시작해 단맛으로 마치며, 차가운 요리에서 시작해 따뜻한 음식으로 끝낸다. 뿐만 아니라 중국 요리는 많은 사람이 둥근 탁자에 모여 앉아 술과 차를 곁들이며 즐겁게 떠들면서 먹어야 제격이다. 둥근 식탁은 중국인에게는 작은 우주다. 중국인들은 이 둥근 식탁에서 세상사를 녹여낸다. 譚이사장의 眞北京은 이런 기호를 채워줄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담영발(譚永發) 이사장이 중국 기자들을 초대한 이유는 또 있었다. 그는 최근 북경오리구이를 만드는 최고수 요리사를 북경에서 스카우트했다. 북경오리구이는 1864년 북경의 全聚德이란 요릿집에서 요리사 (楊全仁)이 처음 시작한 청나라 전통 요리다. 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인 오리다. 사육할 때부터 특별한 방법으로 기른 오리를 써야만 한다. 오리를 알에서 깨자마자 좁은 곳에 가두어 놓고 먹이를 한두 시간에 한 번씩 강제로 먹인다.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쳐도 입을 벌려서 쑤셔넣는다. 운동을 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많은 먹이를 먹은 오리들은 살이 오르고, 육질도 매우 연해진다. 또 단기간에 빨리 자란다. 이렇게 38∼45일 키운 오리를 잡아서 재료로 쓴다. 이런 방법으로 오리를 기르는 곳은 한국에서는 대전 근교의 농장 한 군데뿐이다. 잡은 오리는 배를 가르지 않고 항문으로 내장을 빼내고, 뜨거운 물에 잠깐 넣어 털을 뽑는다. 이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내장을 빼낸 오리는 뱃속에 공기를 집어넣어 팽팽하게 만든다. 오리 껍질과 살 사이에는 기름이 붙어 있는데, 바람을 불어 넣으면 이 사이가 벌어진다. 이 상태로 구우면 살과 껍질 사이에 붙어 있던 기름이 모두 녹아서 흘러내린다. 팽팽하게 부푼 오리는 굽기 직전 날개 밑에 구멍을 내고 뜨거운 물을 뱃속 가득 채운다. 뱃속에 물을 붓고 구우면, 굽는 내내 뱃속에 있는 물이 끓는다. 바깥은 불로, 안은 물로 익히는 셈이다. 이렇게 익히면 바깥은 바삭바삭해지고 안은 연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굽는 방법도 까다롭다. 땔감을 때는 화덕에 매달아서 굽는데, 땔나무는 과일나무를 써야 한다. 과일나무는 화력이 세고 연기가 나지 않고, 향긋한 과일향을 낸다. 불을 땔 때 화덕 안 온도는 280℃에서 320℃를 유지하고 40여 분 동안 타지 않도록 돌려가며 굽는다. 다 구운 오리는 항문 부위를 틀어막은 대나무 꼭지를 빼내서 안에 찬 끓는 물을 빼낸다. 완성된 오리구이는 식기 전에 손님들 앞에서 껍질과 살을 베어내서 접시에 담아준다. 살코기를 베는 것에도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먹는 방법은 만두피 같은 중국식 밀전병에 소스를 묻힌 오리고기를 얹고 채썬 대파를 곁들여 싸서 먹는다.

중국 속담에 ‘수중에 양식이 있으면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手中有糧 心裏不慌)’는 말이 있다. 이처럼 먹는다는 것은 중국인에게 중요한 일이다. 네발 달린 것은 책상 빼고는 다 먹어치운다고 할 정도로, 광활한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이 음식 재료다. 그래서 한국에 정착한 화교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청요릿집이었다. 1942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태어난 譚이사장도 부모에게 요리기술을 이어받은 직업 요리사 출신이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모래와 돌을 만지며 자라듯이 녹말가루와 돼지고기를 주무르며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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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사진·김용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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