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호

“여자여, 복수심을 버려라” vs “남자여, 무거운 짐 벗어라”

격돌좌담 : ‘파괴냐 해방이냐’

  • 조성식 mairso2@donga.com

    입력2005-05-06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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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즘은 여권 향상과 여성의 자아 찾기를 통한 여성해방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그동안 부당한 성차별에 대항해 여성 권익을 키우고 사회곳곳에 배어 있는 남성지배이데올로기를 약화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많은 남성들은 피해의식을 느끼고 마뜩치 않게 여기는 것 또한 현실이다. 비판론자들은 페미니즘이 남성 공격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모성 파괴, 이혼 조장, 가정 붕괴, 공동체 의식 해체 등 전통사회의 미덕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페미니즘은 파괴인가, 해방인가. ‘신동아’ 좌담은 호주제 폐지, 성희롱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논쟁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참뜻을 짚어보고, 이 운동이 남녀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사회 : 21세기를 ‘여성의 시대’라고 하는데 여기에 사회적·역사적 타당성이 있는지를 토론 출발점으로 삼죠.

    민용태 : 여성의 시대는 민주주의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여성성이 도드라지기 시작한 시기를 다소 과장해 여성상위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성의 시대란 남녀 평등이라는 사고가 일반화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로 불릴 만한 역사적 당위성을 갖고 있습니다.

    남윤인순 : ‘21세기는 정보화 사회이기 때문에 근력을 중심으로 한 노동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변화된 산업구조에서 여성의 특징이 더 발휘될 것이다’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21세기의 특징으로 보통 ‘3F’, 즉 여성(female), 픽션(fiction), 감성(feeling)을 꼽았어요. 이 세 가지는 별개라기보다는 서로 관련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90년대부터 여성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얘기를 해왔어요. 여성의 시대가 되려면 사회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고 여성의 능력계발을 지원하는 조치가 따라야 하는데 아직은 지식기반사회에 들어온 여성 비율이 엄청나게 낮은 상황이죠.

    민용태 : 남성이 정보를 쥐고 있는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엔 일리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중·고등학교까지 암기식 교육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그것도 남성 문화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겠죠.

    김신명숙 : 여성의 세기를, 남성들은 기존 남성지배구조가 여성지배구조로 바뀐다고 오해하는 것 같아요. 여성의 세기는 여성이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남성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뜻해요. 최근 ‘제1의 성’이라는 책을 봤는데, 디지털 경제에서는 모든 게 다 바뀐다는 겁니다.



    기업 경영구조도 유연해지고 팀플레이가 중요해지는데 이런 일엔 여성의 성향이 더 적합하다는 거죠. 저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쪽으로 세상이 바뀌리라고 믿지만 한국 사회가 그렇게 되기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봅니다. 여성 스스로의 자각은 물론 남성의 각성이 필요하죠.

    신승철 : 한국 여성운동이 발전한 데는 미국에서 공부한 일부 여성학자의 공이 크다고 봅니다. 성희롱 방지, 여성 고용 등에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일부 여성 운동가에겐 문제가 있어요. 예를 들어, 성희롱 예방 방지법을 보면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만든 섹슈얼 허레스먼트(성희롱) 규정을 똑같이 베낀 겁니다. 한국 실정에 맞춰 고민하고 소화한 게 아니라 그냥 베낀 거예요. 사회적 논의 과정 없이 갑자기 그런 게 생기니까 남성들이 당황한 거죠. 의식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민용태 : 한국 남자의 고뇌와 한국 문화와의 갈등을 짚어보는 게 옳습니다. 미국의 섹슈얼 허레스먼트 규정을 그대로 번역해 적용한 것처럼 해방 이후 하루 아침에 일부일처제가 법제화되고 간통죄가 생겼어요. 남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에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어요.

    김신명숙 : 섹슈얼 허레스먼트를 미국에서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한국 남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미국 남자들도 엄청난 갈등을 겪었습니다. 갑자기 여자들이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니 당혹스러웠던 거지요.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페미니즘에 열 받은 남자가 여대생 14명을 총으로 쏴 죽였단 말이죠. ‘너희들이 여권운동을 해 나라 망친다’면서….



    한국 남성의 ‘위기’

    신승철 : 직장내 성희롱은 남자들이 여자 심리를 잘 몰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싫어하는데도 자꾸 집적거린단 말이에요. 자꾸 접근하다 보면 여자도 좋아하지 않을까, 또는 창피하니까 어디 가서 얘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사실 여자 생각은 다릅니다. 나는 페미니즘 운동 이전에 남녀간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민용태 : 한국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위기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대단히 잘못돼 있어요. 동반자 관계가 아니라, 남존여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잠재의식이 있어요. 그런 의식이 현실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입니다. 관료 지위를 이용해 (여성을) 만질 수 있다거나, 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거나, 커피를 시킬 수 있다고 보는 전근대적 사고가 있어요. 그래서 위기라는 겁니다.

    신승철 : 지난번 한 대학의 문과대 교수가 술자리에서 여학생에게 뽀뽀를 했어요. 예쁜 학생이었나 봐요. 뺨에 뽀뽀를 했는데 당사자는 문제삼지 않았는데 옆에서 본 친구가 대자보를 낸 거야. ‘모교수가 X 같은 짓을 했다’고. 그것이 비화돼 학생들이 ‘물러나라’고 외치게 됐어요. 그렇게 되니 당사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기에 휘말리게 된 거예요. 자기가 빠지면 나중에 이상한 여자가 되거든. 술자리 분위기라는 게 있고 관용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인데….

    남윤인순 : 악용하는 경우도 있겠죠. 저는 현 단계에서는 의식 변화와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말 남자와 여자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제가 독일에서 열린 ‘민주시민교육’이라는 행사에 다녀왔는데, 교육 과목에 ‘남자와 여자가 의사소통하는 방법’이라는 게 있더라구요. 우리는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살면서 전혀 그런 훈련을 받지 않았어요.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을 하다보니 역효과가 많아요.

    민용태 : 미국식 페미니즘은 마르크시즘적 발상이자 이데올로기적 발상입니다. 인간해방운동의 일환으로서 여성 해방이 나오죠. 그런 식의 페미니즘이 갖는 병폐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민주주의나 여성운동이 원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참된 대화이고 화해지 반남성적이라든가 반사회적인 것은 아니거든요.

    김신명숙 :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미국 페미니즘을 그대로 갖다가 한국에 적용하니까 문제가 생긴다’고 하는데, 여성 문제에 대한 시각에는 동서간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똑같거든요. 가부장제, 성희롱, 여성관…. 여성 문제에 대해 남성들과 얘기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것이 시각이 너무나 다르다는 거죠. 아주 재미있어요. 이번에 동아일보에도 보도됐습니다만, 성희롱 감독관 배치에 대해 네티즌 여론조사를 했더니 반대가 더 많았어요. 그런 곳에 의견을 내놓는 사람 중엔 남자들이 더 많거든요.

    민용태 : 감독관이 없으면 안된다고 말씀하는데, 중매쟁이가 없으면 결혼을 못한다는 겁니까?

    김신명숙 : 결혼과는 달라요. 교수나 직장 상사한테 항의하는 것이 쉽지 않지요.

    민용태 : 교수가 학생을 사랑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접근하는 매너가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면, 그것은 구애 실패라고 봐야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김신명숙 : 그건 다른 얘기죠.

    민용태 : 구애하는데 실패했다는 걸 감안하라는 겁니다.

    김신명숙 : 구애한다면서 어떻게 뽀뽀부터 하고 신체 접촉을 합니까.

    민용태 : 남자의 구애 형태가 서툴렀을 뿐입니다.

    김신명숙 : 서투른 게 아니라 그게 불법인데….

    민용태 : 교수에 앞서 사람입니다. 감정의 자연스러운 노출을 법으로 제한하려는 발상이 유치하다는 거죠. 이 남자가 지위를 이용하려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김신명숙 : 남자들은 성희롱 예방법규에 대해 그것이 도대체 왜 생겼고 여자들이 왜 그것을 주장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보다는 ‘잘못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거부감부터 느끼는 것 같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런 것들이 다 허용됐던 사회에서….

    신승철 : 남자들이 사랑하는 심리하고 여자들이 사랑을 바라는 방식은 다르다고 봐요.

    김신명숙 : 아까 말씀하신 교수가 제자를 사랑해서 그랬겠어요?

    신승철 : 그건 아니죠. 반 장난이죠. 어쨌든 성희롱법은 누군가를 구제하기 위해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사건에 관련된 두 여학생 다 학교를 못 다녀요. 이게 뭐예요? 성희롱법이 잘못 됐다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 방식이 잘못됐다는 겁니다. 남자들은 대부분 사랑할 때 섹스를 원하지만 여자들은 다르거든요. 먼저 감정교류가 이뤄져야 하는데 남자들은 그걸 몰라요.

    남윤인순 : 성적 결정권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방법을 바꿔야죠. ‘한국 남성은 그렇게 살아왔다, 그걸 이해해달라’가 아니라 잘못된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어요?

    신승철 : 본질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민용태 : 한국의 남성 교육이 문제입니다. 한국 남성은 우월주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성을 문화화하는 선결과제는 여자와의 말 트기라고 봐요. 그런 면에서 대화 관계를 끌어내는 교육이 필요하죠.

    신승철 : 나는 여성운동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봐요. 가정폭력 등 여성이 피해를 입거나 희생당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성운동을 통해 과연 한국 여성 지위가 얼마나 올라갈지는 낙관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 술집 접대부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죠? 몇 백만이에요. 강남에 가면 둘 중 하나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자입니다. 사회 참여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향락문화에 빠져서….

    김신명숙 : 도대체 그 여자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만드는 남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거예요? 한국 여자가 모자라서 러시아, 태국, 필리핀 여자까지 데려오는데 도대체 그 남자들, 어디에 있는 거예요. 나는 늘 그게 궁금해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요.

    신승철 : 나도 포함돼 있어요.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니까. 그런데 그런 문제는 이데올로기와 법으로 해결하기 힘들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 어쩐다 그러는데 성이 상품화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남윤인순 : 성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파는 사람도 생기는 거죠. 자발적으로 좋아서 성을 파는 게 아니잖아요.

    신승철 : 가정 주부들이 노래방에 가서 3만 원 팁 받고, 5만 원 주면 나가고….

    남윤인순 : 성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요.

    신승철 : 한쪽으로만 보면 안된다니까요.

    민용태 : 성이나 돈을 마음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성희롱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여자에게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아 고소·고발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김신명숙 : 돈에 의한 차별이야 곳곳에 널려 있잖아요.

    민용태 : 지위를 올려주지 않았거나 돈을 충분히 주지 않았기 때문에, 화간에 가까운데도 고발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죠.

    김신명숙 : 그것은 부작용이잖아요. 부작용 없는 처방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어떤 약도 다 부작용이 있잖아요.

    민용태 : 부작용이 훨씬 무섭습니다. 나도 술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는 점에서 공범인데요. 실제 사건은 주관적인 겁니다. 마음으로는 서로 좋아서 만지고 사랑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신명숙 : 그런 경우라면 성희롱으로 고발되겠어요? 안되죠.

    민용태 : 아니죠. 뒤에 생각해보니까, 남자가 나쁘단 말이죠. 그럴 때 고발한다는 겁니다.

    김신명숙 : 글쎄 그 경우라면 한국에서는 절대로 처벌을 받지 않을걸요. 화간을 무슨 증거로?

    민용태 : 좋아서 했다는 근거를 만들 수 있습니까? 그건 은밀한 관계인데요.

    김신명숙 : 아마 어려울 겁니다. 그보다 훨씬 입증하기 쉬운 강간 사건도 법정에서 인정되는 비율은 2% 안팎이라고 하던데.

    민용태 : 아니죠. 교수나 장군은 명예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죠. 소문이 난 것 자체가 엄청난 처벌입니다. 게다가 그 문제로 법원까지 간다면 유·무죄를 떠나 교수나 장군으로서 생명은 끝난 겁니다.

    김신명숙 : 성희롱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그런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은 명예가 엄청나게 훼손됐어요. 그러니까 그런 것과 성희롱 법제화는 상관없는 일이죠.

    민용태 : 그렇지 않죠. 사랑은 대화 관계입니다. 그런데 성희롱 법규 제정으로 그것을 다른 쪽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여자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불신의 시대가 오겠죠.

    남윤인순 : 인간관계를 서먹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죠.

    민용태 : 교수가 제자와 함께 술을 먹었어요. 술을 먹으면서 성희롱적 욕망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겠죠.

    남성의 감정 기준이 문제

    남윤인순 : 남성이 생각하는 사랑의 감정 기준이 문제거든요. 그것이 대개 일방적이거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이거든요. 그런 태도가 이때까지 성희롱을 많이 유발했어요. 이제는 남성 의식이 변해야 해요.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

    민용태 : 남자를 양성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가요?

    남윤인순 : 여성이 동의하는 성,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민용태 : 그러니까 여자는 한번 ‘노’(NO) 하면 끝까지 ‘노’ 한다는 얘기입니까. 그게 가능합니까?

    남윤인순 : 한번 아니라고 했다가 그 다음에 또 아니라고 하면 그건 아닌 거죠. 상대가 거부하면 그만둬야 하잖아요. 그런데 분명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강제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계속 아니라고 하는데도 ‘내 생각은 아니야’ 하는 식이에요.

    민용태 : ‘노’라는 증거 확보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김신명숙 : 선생님이 우려하시는 그런 일이 현실에서 얼마나 일어날 것 같아요?

    민용태 : 저는 다행히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상할 수는 있습니다. 선의의 행동이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김신명숙 : 그것까지 조심하셔야죠.

    민용태 : 미리 쫄아버린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길거리에서 늘 강도를 만나기 때문에 강도가 무서운 게 아닙니다. 강도가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은 나의 자유와 자유로운 삶의 느낌을 견제합니다. 나의 모든 행동을 제약합니다.

    김신명숙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데 사회적 관계 속에 살려면 어느 정도 감수하셔야죠. 그리고 지금 말씀하신 부분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승철 : 그런데, 아니, 안티미스코리아 운동하는 사람들은 뭐예요?

    김신명숙 : 그게 우리예요.(웃음)

    신승철 : 왜 이런 게 시작된 거예요? 안티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대회가) 여성을 상품화한다고 해서 생긴 거예요? 지구촌 시대에 미인대회는 어느 나라나 다 있는데.

    김신명숙 : 미국에서는 이미 60년대 후반에 미스아메리카 반대운동을 크게 해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이슈가 됐어요.

    신승철 : 이념은 좋은데, 우리나라 여성 2000만 명, 아니, 성숙한 여자 150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안티미스코리아에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김신명숙 : 글쎄요. 자기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겠죠.

    남윤인순 :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 보는 좋은 계기였다고 봐요. 왜냐하면 미스코리아대회를 통해 형성된 자본 시장이 굉장하거든요.

    김신명숙 : 그런데 왜 사람을 무대에 올려놓고 1등, 2등을 가려야 합니까? 왜 사람을 무대에 세워놓고 걸어봐, 노래해봐, 그러면서 1, 2등을 뽑아야 해요?

    신승철 : 그것도 하나의 문화로 봐야지요.

    김신명숙 : 따님 없으세요?

    신승철 : 있어요.

    김신명숙 : 나는 딸이 있으면 그거 못 보게 할 것 같아요.

    신승철 : 나는 ‘너 보고 싶으면 봐’ 그러죠.

    김신명숙 : 미스코리아대회가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거든요. 우리가 문제삼는 건 대회 자체 보다 행사 방식이에요. 그냥 조용히 하면 괜찮아요. 그런데 이걸 가지고 전야제, 본선, 뒤풀이 등 난리법석을 하면서 정말 여왕이라도 탄생한 것처럼 젊은 아이들한테 환상을 심어주고 한국 여성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몰고 가잖아요. 외모 제일주의로만 몰고 가는데, 한번 생각을 해보세요. 21세기를 여성의 세기라고 하는데, 외모만 가꿔서 여성의 세기가 오겠어요?

    민용태 : 미스코리아 외모라는 말도 있듯이 보여주기 위해 가공한 미는 비생명적입니다. 눈 없다고 숨 못 쉬는 사람은 없어요. 그렇다고 볼 때 다른 감각의 미녀가 있겠죠. 만지기 좋은 말랑말랑한 여자, 품에 드는 여자, 냄새가 좋은 여자, 섹시한 여자….

    김신명숙 : 선생님, 그걸 남자로 바꾸면 안되겠어요? 만지기 좋은 남자.

    민용태 : 현대의 보여주기 중심적 문화현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인간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접근은 21세기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김신명숙 : 아름다움은 각자 느끼도록 놔두세요. 왜 무대에 올려놓고 점수를 매깁니까.

    신승철 : 나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신명숙 : 아마 예쁜 여자 뽑는 대회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신승철 : 여성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요. ‘야 너희 여자들 잘 났다고 어쩌구저쩌구 떠드는데 너희들도 똑같이 군대 가’. 의사 사회는 비교적 남녀가 평등한 편인데 군대가 문제예요. 여자는 안 가잖아요. 군대 갔다오면 여자는 조교수가 돼 있고 남자는 전임강사예요. 군 가산점도 없어요. 여자들이 유리한 점이 있다니까 오히려. 군대에서 3년 동안 있다 나오는데, 완전히 인생 허비하는 거야.

    김신명숙 : 그런데 선생님, 지금 의료계에서 고위직이나 중요한 직책을 여자들이 다 차지하고 있나요?

    신승철 : 여자들은 한 40대 되면 편해지려고 그런 자리를 맡지 않아요. 애 키우느라 힘들기도 하고.

    김신명숙 : 맞아요. 그게 군대 가는 것보다 사실은 더 힘들 수 있어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거고.

    남윤인순 : 여자도 군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군대가 바뀌면….

    신승철 : 여자들보고 가라는 얘기가 아니라, 갔다 오면 전문가 사회에서 손해라니까요. 진급이 늦어요.

    남윤인순 : 군대 경력을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볼 때 남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건 문제예요.

    사회 : 올해 여성단체들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것이 호주제 폐지입니다. 호주제는 가부장제 타파의 상징이기도 하죠.

    남윤인순 : 지난 89년 가족법이 개정돼 지금은 호주 승계제도로 남아 있죠. 아들, 손자 순으로 호주를 승계하고 있어요. 호주 승계 제도의 비민주성이나 불평등성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고 있어요. 호주제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남아를 낳아야 한다는 의식을 부추기는 거예요.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버지 성을 강제로 쓰는 나라예요.

    호주를 중심으로 가계를 정리하는데 지금의 가족 형태와 잘 안 맞아요. 호주를 중심으로 가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부부를 중심으로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가 83%를 차지해요. 그렇게 보면 호주제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진단이 가능해요.

    호주제를 없애고 부부 중심으로 하든지 아니면 개별 가족으로 하든지 새롭게 개편하자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입니다. 아버지 성을 강제로 쓰는 것도 반대합니다. 지금 호주제 폐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50% 정도는 찬성해요. 정부에서도 폐지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신명숙 :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마다 다른 것 같아요. 방송에서 하면 낮게 나오잖아요.

    남윤인순 : EBS에서 했을 때는 생각보다 많이 나왔고, KBS에서 했을 때는 낮게 나왔죠.

    민용태 : 저는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는 호주가 뭔지도 모릅니다. 그건 대가족 제도의 유물이고 핵가족이 된 지도 오래 됐어요. 호주제보다 먼저 남자, 여자, 자식의 재산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해요.

    남윤인순 : 상속법은 정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조사해보니까 이혼시 재산분할제도를 활용하는 여성이 별로 없어요. 권리를 행사한 사람이 20%뿐이에요.

    신승철 : 법에 공식이 나와 있어요. 이혼시 여자가 얼마를 가질 수 있는지. 호주제에 대해선 민교수님과 생각이 달라요. 그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적 가치를 지켜 가는 미풍이라고 생각해요.

    김신명숙 : 그건 호주제 없이 족보만으로도 할 수 있어요.

    신승철 : 집안에 누가 있다는 족보를 이어가는 것은 미풍이지요.

    김신명숙 : 부모성 같이 쓰기 운동에 대해선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민용태 : 그것에 대해 관대한 의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신명숙 : 우리가 부모성을 계속 같이 쓰자는 게 아니에요. 전통을 없애고 양성을 같이 쓰자는 게 아닙니다. 아버지 성을 법률로 강제하는 현실이 잘못 됐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법률을 바꾸자는 운동이에요.

    그런데 호주제조차 폐지되지 않는 판에 성을 자유롭게 선택하자고 하면 남자들이 팔짝 뛸 테니 그게 언제 바뀌길 바라겠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일단 압력 차원에서 양성을 쓰는 거예요. 요즘 젊은 아이들은 아예 성을 쓰지 않고 이름을 쓰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예 이름을 바꾸기도 해요.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가 나에게 정해준 것이므로 내가 내 이름을 정하겠다는 거죠.

    사회 :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여성해방의 큰 걸림돌로 여깁니다. 가부장제가 무너지면 여성해방이 이뤄진다고 보십니까.

    민용태 : 남성성, 여성성은 문화적 소산입니다. 남녀의 생물학적 특성은 너무 달라요. 전통적으로 여성성은 생명성 육체성으로 보고, 남성성은 관념성 창조성으로 봐요. 여성 문화가 석권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행복하게 잘 사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모터가 튼튼해야 역사가 발전하고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날이 갈수록 아이들이 여성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반달곰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호할 시기입니다.

    김신명숙 : 아직 그런 시기는 아닌 것 같구요. 선생님은 모터는 남성성이고 차체는 여성성이라고 보시는데, 저는 모터도 반쪽은 남성 반쪽은 여성이고, 차체도 반쪽은 남성 반쪽은 여성이라고 봐요.

    민용태 : 여성에게도 똑같이 남성성, 즉 혼자 일하고 개척하고 만드는 요소를 높이자는 주장이죠.

    남윤인순 : 그건 이분법적인 생각이에요. 여성운동은 그 이분법을 통합하자는 것이에요. 여성성이라는 보편적 윤리를 보다 넓히는 것. 아이들한테도 남성들한테도 확대해서 인류 보편의 윤리로 삼자는 거예요.

    신승철 : 남자는 남성이라는 정체성, 여성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더 평화스러운 관계가 이뤄집니다. 나는 애를 키우면서, 남자애는 남성답게 키우고 여자애는 여성답게 키우려고 애쓰고 있어요.

    남윤인순 : 저는 남자답게 키워야 한다거나 여자답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신승철 : 그런 게 있어야 돼요. 핵가족화하다보니 애들을 여성스럽게 키우는 경향이 있어요. 남녀차별을 하자는 게 아니에요. 남녀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각자의 핵심 정체성을 갖도록 만들자는 거에요. 이상적인 한국 여성으로 신사임당을 꼽잖아요. 남자는 이순신 장군이구요. 요즘은 그런 게 없어졌어요. 우리 시대에 바람직한 남성상과 여성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신명숙 :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하시는 거예요?

    신승철 :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게 평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자라도록 하는 건 가부장제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부성적인 것은 좋지만 가부장적인 건 단점이 많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부성적인 것, 모성적인 것을 각각 긍정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오히려 평등하고 합리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남윤인순 : 지금은 인간다움이라는 합의할 수 있는 인성이 있잖아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승철 : 인성은 남성성, 여성성 두 가지를 다 포함하죠.

    남윤인순 : 지금 우리가 남성다움 여성다움이라고 표현하는 건 뭐냐 하면, 사회문화적으로 현상화한 부분이예요. 생물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여성다움 남성다움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이데올로기를 말하는 거죠. 한국 사회만이 갖는 남성다움의 이미지가 있다구요.

    민용태 : 남성과 여성의 문화적 정체성을 무시하자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아가 한 사람의 개성까지 무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왜냐 하면 내가 속한 성의 정체성 상실은 내가 누구라는 정체성까지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생각하는 발판이 없어요.

    김신명숙 : 문제는 우리가 남녀 성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없다는 거잖아요.

    민용태 : 사랑을 하려면 나와 너가 있어야 돼요. 인간을 구성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남과 여고, 그것이 음양의 구체적인 이정표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분법을 사용했구요. 다시 말씀드리면 남녀 관계는 사랑의 관계가 가장 이상적입니다. 사랑의 관계는 나와 너가 있어야 합니다. 아이 러브 유입니다. 그게 아니라 데이 러브 뎀셀브즈라면 사랑이 아니에요. 남자는 남성스러움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여성스러움을 존경해야 되고, 여성 또한 남성스러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향에서 페미니즘을 논의해야 합니다. 진리는 하나입니다. 남녀를 구분하는 이분법으로 얘기를 하자는 것이죠.

    성희롱 문제도 그래요. 남자는 앞으로 여자가 싫다고 거부하면 무조건 여자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남자다움을 완전히 무시한 얘기예요. 몇 번 시도를 해보고 싶은데 남성성을 무시하고 여자의 마음대로만 따라주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일방적이에요.

    김신명숙 : 지금까지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수 천년을 당했어요.

    민용태 : 그것을 복수한단 말이에요?

    김신명숙 : 복수가 아니고. 자꾸 남녀 관계를 사랑의 관계라고 하시는데, 좋아요. 이젠 그것을 변화시킬 때가 되지 않았냐는 거죠.

    민용태 : 사랑의 관계는 대화의 관계입니다. 신을 사랑하게 되면 신과 대화하기 위해 대등관계가 되는 거예요.

    김신명숙 : 자꾸 사랑의 관계라고 하는데 제가 만나는 남자들 중에서, 남자들이 한 10명 있다고 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딱 한 사람이에요. 나머지 9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동료거나 후배거나 사랑과는 다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민용태 : 그러면 사랑하지 않고 동물로 보는 겁니까? 사랑을 어떻게 이해하는 거예요?

    김신명숙 : 사랑의 관계만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사회 : ‘이프(if)’ 겨울호를 보니 머릿기사가 ‘가부장제와의 전면전’이더군요. 페미니스트들이 종묘에서 아방궁(아름답고 방자한 우리들의 자궁) 행사를 벌이다 유림과 부딪힌 사건도 있던데, 그런 식으로 페미니즘 문화와 기존 문화가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까.

    김신명숙 : 충돌 요소는 곳곳에 있죠. 유림은 가장 대표적인 세력이고. 지금 여기서도 충돌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가부장제를 박멸할 때까지

    사회 : ‘이프’로 대변되는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목표로 삼는 가부장제의 타파는 어느 선까지인가요?

    김신명숙 : 어디까지긴. 가부장제를 박멸할 때까지죠.

    민용태 : 가부장제에 대한 전면전이라는 말은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이지 못해요. 그렇게 하면 여부장제가 가부장제를 죽이겠다는 소리처럼 들려 좋지 않아요.

    김신명숙 :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그 목소리를 종합하다 보니 ‘가부장제와의 전면전’으로 된 거예요.

    민용태 : 가부장적 질서라든가 권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좋다 이거죠. 대신 여성운동이라는 이름 하에 성 정체성을 없애버린다거나 또는 여성의 성이 절대적인 성인 것처럼 군림하는 것은 가부장제의 나쁜 점 못지 않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김신명숙 : 여성 자체에 성적 정체성이 있다면 여성운동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없애려고 해도 없어지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문화적 산물이라면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없어질 겁니다. 문화가 바뀌니까요.

    민용태 : 문화가 없어지는 법 있습니까?

    김신명숙 : 여성들이 전투기 조종사 하겠다고 나서잖아요. 전투기 조종사들이 나올 겁니다. 기존 여성의 성적 정체성으로 보면 굉장히 벗어난 행위죠. 남자들이 미용사도 하고 심지어 파출부도 한다잖아요.

    신승철 : 미국의 유명한 문명비평가가 21세기 인간관계의 핵심은 인티머시(친숙함)라고 말하더군요. 남녀 간 커뮤니케이션의 초점이 인티머시예요. 여성들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군대 가는 것은 사회 참여 측면에서 위상이 변한 거지 여성으로서의 코어 섹슈얼 아이덴티티(핵심 성적 정체성)가 달라진 건 아니에요. 여성이 여성으로서 느끼는 감수성, 남자를 만났을 때 남자한테 바라는 것, 그런 것들은 본질적인 거예요. 자궁이 있고 애를 낳고….

    김신명숙 : 생물학적인 근거로 말씀하시는 거예요?

    신승철 : 생물학적 바탕에서 사회적인 것이 나오죠. 예를 들어 남성들한테 여성 호르몬을 주사하면 성격이 변해버려요.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거죠. 동물 실험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어요. 젊은애들이 여자처럼 꾸미고 다니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고 패션이라고 봐요. 그렇더라도 남성다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그게 잘못될 경우 미국이나 유럽처럼 동성애자가 증가할 수 있어요. 핵심적인 섹슈얼 아이덴티티에 혼란이 오는 거죠.

    남윤인순 : 그건 페미니즘과는 상관없는 문제예요.

    신승철 : 용어 사용에 혼란을 일으켜서 말한 겁니다.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걸 차별하자는 게 아니라 차이점이 갖는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안티미스코리아 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바람직한 여성상, 바람직한 남성상… 이런 운동도.

    남윤인순 : 생물학적 차이는 인정합니다. 여성 운동도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아요. 여성이 가진 경험이나 모성은 남성과 차이가 있다구요. 그런데 흔히 얘기하는 남성다움 여성다움은 그것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거기다 보태서 얘기하거든요.

    민용태 : 원래 여자가 강간하는 것보다 남자가 강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여자와 남자가 하는 짓이 좀 다르다는 걸 감안해야 해요. 성희롱을 범죄로 규정하면 남자가 걸려들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가부장제적 결과이건 뭐건 상위권에는 남자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부장제를 말살하겠다는 식으로 나가면 남성을 이해시킬 수도 없고 남녀의 화평한 관계를 이루기도 힘들어요.

    김신명숙 : 가부장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말씀이에요?

    민용태 : 가부장제도엔 문화적인 미덕이 있습니다.

    김신명숙 : 참 이게 달라요. 우리는 그게 나쁘다고요. 우리는 가부장제를 못 받아들이겠다고요.

    신승철 : 가부장제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가부장제 속에 잘못된 요소가 있죠.

    김신명숙 : 제도 자체가 나쁘죠.

    신승철 :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을 새로 만들어나가야 하지, 가부장제가 나쁘다고 여부장제로 바꿔야 해? 어떻게 해야 해? 이건 굉장히 복잡한 문제예요.

    김신명숙 : 동등하게 하자는 거죠. 간단한 문제예요.

    신승철 : 남성다움의 문화적 행태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야지, 가부장제는 무조건 나쁘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김신명숙 : 그러면 가부장제를 뭐라고 그럽니까? 적당히 유지시킵시다, 그렇게 얘기해야 합니까?

    민용태 : 구체적인 항목을 적어달라는 거죠. 아까 말한 대로 호주제를 폐지하자든가.

    김신명숙 : 우린 구체적으로 하고 있어요.

    민용태 : 전면전을 선언하지 말라고요.

    김신명숙 : 전면전을 선언하는 게 아니고, 각 분야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니까 이건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써도 되겠다 싶어 제목을 붙인 것뿐이에요.

    민용태 : 남자 같으면 그렇게 무책임하지는 않을 텐데.

    김신명숙 : 아니에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가부장제가 어디 있어서 싸웁니까? 결국은 구체적인 현상과 싸우는 거라구요.

    남성들도 동참해야

    사회 :남윤인순 사무총장께서 마지막으로 향후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이나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남윤인순 : 우리가 밀고 나간다고 다 될 일은 아니니까 남녀 간 서로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성 심리도 이해하고 남성 문화도 이해하고. 그렇지만 이해만으로 끝나선 안되죠. 변화시켜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문제를 여성들만의 이기주의로 오해하는 흐름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여성해방이나 페미니즘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아직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많은 것을 주지 않았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비율만 보면 한국은 세계 74위거든요. 더욱 많은 여성들이 사회 발전에 참여해야 남성들이 가부장제라는 짐을 벗을 수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도 가부장제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그 짐을 함께 벗는 과정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승철 : 기본적으로 그 관점에 동의하는데, 실천방법에 대한 생각은 달라요. 한꺼번에 하면 계층이나 연령대에 따라 저항감이 생깁니다. 나는 페미니즘의 기본 취지에 동의해요. 그런데 아까 말한 ‘가부장제와의 전면전’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가 저항감을 갖게 만들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연구를 더 많이 해야 할 겁니다.

    김신명숙 : 저항감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항상 변화하는 세력과 변화 당하는 세력 사이엔 저항감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신승철 : 일부 여성은 적대감을 갖고 페미니즘을 말한단 말이에요, 남성에 대해.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더라구.

    민용태 : 페미니즘은 21세기를 이끌 새로운 담론으로 정착해 문화를 풍성하게 해야 합니다. 운동이나 법 싸움으로 끌고 가는 이데올로기적 행태를 버리지 않는다면, 옛날 공산주의운동이나 여성해방운동의 소름끼치는 양태를 연상시키는 아주 후진적 결과를 낳을 겁니다.

    김신명숙 : 남성이 만든 기존 문화를 여성 관점에서 뒤집어 보고 새롭게 해석하고 있어요. 또 현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운동에 대해 너무 적개심을 갖지 마시고…. 왜 이런 게 생겨났겠어요? 필요하니까 생겨난 겁니다.

    성희롱 문제를 비롯해 각종 여성문제가 발생할 때 앞장서 계도하고 힘을 모으는 단체가 분명히 필요하죠. 마치 시민운동단체가 필요한 것처럼. 또 ‘이프’처럼 공격적인 문화운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각 분야에서 각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되겠지요.

    사회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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