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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아름다운 동행

  • 홍 은 경

길-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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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시선보다 빠르게 줄달음질치며 훌쩍 고개 뒤로 사라졌다. 사라진 저쪽에도 여전히 길이 있을 것인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고개를 빼고 발뒤꿈치를 들면 알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아도 아득하기만 했다.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된 저쪽에 서서 보면 외려 이쪽이 아득하게 멀어 보이겠지만.

1차선 도로는 방금 공사를 끝낸 듯 깨끗했고, 기름 바른 김처럼 번들거리기조차 했다. 길의 속도로 쉬지 않고 달리는 노란 중앙선에는 바퀴자국 하나 묻어 있지 않았다. 차도의 저쪽 끝과 이쪽 끝을 현기증 나도록 둘러보아도 자동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 두 노인네를 떨군 버스가 시커먼 매연을 뿜어대며 지나갔을 뿐이다. 산허리를 굽이돌아 올라오면서 내내 그르렁대던 낡은 버스가 이제 막 생긴 도로를 처음으로 달린 게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주위는 한적했다.

‘여기까지 이렇게 길이 생겼구나.’

이영례 여사는 새삼 고개를 돌려 사위를 둘러보았다. 초행길인 듯 낯설기만 했다. 길이야 없던 것이 새로 생겼으니 생소하다 손치더라도, 전에 한두 번쯤 눈길이 닿았을 법한 나무들이나 바위들조차도 생경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자동차는커녕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는 탓도 있을 것이다. 잘 닦인 포도 위를 두 늙은이만 걷고 있다니. 이여사는 앞서 걷고 있는 권상훈 옹의 구부정한 뒷모습을 보며, 어쩐지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같이 가요.”

아침부터 오락가락 하던 비 탓인지 제법 한기가 느껴져 이여사는 걸음을 빨리 했다. 가까스로 제 몸을 지탱하며 얼굴을 떠받치고 섰던 코스모스가 지나가는 이여사의 기세에 온 몸을 흔들었다.

산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 풍성하고 화려한 잎사귀를 한껏 머리에 인 껑충한 나무들이 시위하듯 빽빽이 산자락에 꽂혀 있었다. 저런 모습도 달라진 거라면 달라진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여사가 어렸을 때, 산에는 나무나 풀보다는 돌멩이가 많았다. 돌부리에 걸리거나, 자잘한 돌멩이들을 잘못 밟아 넘어져 무릎 깨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몇 십 년이 흐른 지금도 그 흉터는 그대로 남아 있다. 별 구경거리도 없는 데다가 심심하면 딴죽을 걸어 조그만 몸뚱이를 자빠뜨리기만 하는 산이었기 때문에 어린 이영례에게는 어머니 손을 잡고 찾아가는 아버지 성묘 길은 영 멀고 지루하게만 느껴졌었다. 당시 어린 이영례와 동생은 산을 대머리 산이라고 불렀었는데, 지금은 그 별명이 무색하리만큼 울울창창했다.

“못 알아보겠어요. 이렇게 딴판이 되다니.”

권옹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걷게 되자 이여사가 말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산과 길이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린 남매가 붙여준 적의 어린 그러나 애교 섞인 이름으로 불렸을 적의 대머리 산은 어느 곳으로 가든 걸어가는 그곳이 길이 되었다. 사람 가는 길이 곧 길이었다.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마음 내키는 대로 갈 수 있었다. 꼭 그 길이 아니라도 산으로 가는 길은 무수히 많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정해진 길이 아니면 가지 못했다. 길이 가지 못하는 길은 사람도 가지 못했다. 사람은 길이 이끄는 대로만 가게 되어 있었다.

이여사는 아스팔트의 탄탄함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남편을 쳐다보았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만 짓고는 아무런 응대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주위를 살피며 걷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어제 저녁, 내일 어디 가 볼 데가 있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여사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어디를 가는데요? 라고 묻지 않았다. 남편은 달포 전부터 분주히 무슨 일인가를 준비하는 눈치였다. 아내인 자신이 알기 바라지 않는 것 같아서 일부러 모른 척하고는 있었으나 그것이 자신과 관계되는 일이라는 것만은 알아차리고 있었다. 혹시 준비해오던 그 일과 내일의 행차가 모종의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40년을 함께 살다보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오늘 아침 남편은 늦잠을 잤다. 너무 곤히 자고 있는 바람에 깨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침잠이 이렇게 깊은 양반이 아닌데 싶어서 이여사는 조심스레 남편을 깨웠다. 겨우 눈을 뜬 남편은 시계를 보자마자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섰다. 그 서슬에 이여사는 물론 권옹 자신도 조반을 거르고 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 터미널 간이식당에서 간장 국물에 만 국수 한 그릇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 것도 울렁거림을 다스리기 위해서였다.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끼니는 거르지 않는다는 게 권옹의 철칙 중 철칙이어서 이여사는 께름칙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남편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일까.

행선지는 이여사의 고향이었다. 버스에 나란히 앉았을 때 이여사는 남편이 난데없이 자신의 고향에 가는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건 50년 만이었다. 그리고 이여사가 고향을 찾는 건 20년 만이었다.

이여사는 그저 남편의 속 깊은 배려에 고마운 마음만 가지려고 했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라도 언제든지 올 수 있는 길이었건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었다. 그걸 전적으로 남편 탓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남편 쪽에서 선뜻 나서주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춥지 않아요?”

제법 바람이 찼다. 산에 올라올 줄 알았더라면 더 단단히 챙겨 입고 왔을 텐데. 산바람은 끝이 매워서 얇은 가을 옷 따위는 송곳처럼 숭숭 뚫고 제 멋대로 들락날락거렸다. 이여사는 남편의 허술한 옷차림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물기 빠지고 기름기 빠진 낡은 몸뚱이로는 이만한 바람에도 뼈가 시렸다.

남편은 고개를 가로젓고 멈춰 서서 이여사의 옷을 단단히 여며주었다. 남편의 따뜻한 검지 손가락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버스가 지나왔던 길을 한참이나 거슬러 올라가던 권옹이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한동안 눈가늠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비알진 비탈로 조심스레 내려섰다.

“조심해요, 빗물이 있어서 미끄러우니.”

남편이 이여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말마따나 촉촉이 빗물을 머금고 누운 풀잎들은 미끄러웠다. 비틀거리는 이여사의 손으로 권옹의 따뜻한 악력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순간 이여사는 고개를 숙였다. 늙고 메마른 몸뚱이로 찌릿찌릿 전류가 통했기 때문이다. 오소소 솜털들이 들까불렸다.

‘웬 주책이람’.

이여사는 속으로 혀를 찼다. 고향에 왔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방심한 게 분명했다.

옷깃을 세워줄 때 목덜미를 스쳤던 손가락의 여운 그리고 힘세고 따뜻한 손아귀는 순식간에 이영례를 40년 전 신혼의 기슭에 내려놓았다. 그때 이영례에게는 계획이 많았었다. 남편 닮은 아들을 둘쯤 낳고, 그리고 굳이 자신을 닮지 않아도 되는, 예쁘고 귀여운 딸아이 하나쯤 낳는다는 그런 계획.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었지만 아이 셋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꿈이 있어. 그건 바로 아이를 셋만 낳는 거야. 세 명의 아이들이 재잘대는 우리 집은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꿈꾸는 행복이란 바로 그런 거야. 나에겐 천국이 따로 필요 없어. 우리 집이 천국이니까. 그런 날 위해 남편은 밤마다 내 요동치는 가슴을 안아주겠지.

거창하지도 않은 그저 한 여인네의 소박한 꿈이었다.

이여사는 손끝에서 촉발된 기억에 휩싸여 질끈 눈을 감고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왜 어지럽소?”

권옹이 이여사의 어깨를 부축하며 물었다.

“아니에요. 그만 가요.”

그러나 눈을 뜨면 갈아엎어진 강산만큼이나 현실은 달랐다. 이여사는 어깨에 놓여진 남편의 손을 떼어내고 앞장서서 걸었다.

“아무리 주변이 바뀌었다 해도 우리 부모님 누워 계신 곳은 알아볼 수 있어요.”

불쑥 말은 그렇게 했으나 자신은 없었다. 군데군데 눈에 띄는 봉분들은 아무래도 처음 보는 것들 같았다. 무성히 자란 잡초에 봉분이 폭 파묻혀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여사는 봉분을 찾는 척하고 뒤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여기쯤인가?”

권옹은 뭔가에 단단히 놀란 눈치였다. 이여사와 눈길이 마주치자 뭐라고 말하려는 듯 두 입술을 움직거렸으나 그대로 시선이 스쳐지나가 버리자 말소리는 새어나오지 못했다. 시선을 놓치고 난감해하는 표정이 이여사의 눈꼬리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었다.

남편의 넓은 등판과 뒤통수를 바라보며 따라가던 일에만 익숙하던 이여사였다. 저 남자는 저렇게 걷는구나. 팔은 옆구리에 꼭 붙이고 발은 약간 벌린 채 성큼성큼. 팔을 흔들지 않으면 걷는 데 좀 곤란하지 않을까.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데. 군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팔을 흔들어주면 좋으련만. 그래도 저 이는 내 남편이야. 젊은 이영례는 남편의 등판을 이정표 삼아 길을 걸어왔다. 길을 걸어가는 순서가 따로 정해져 있을 리야 만무하지만 이여사는 그랬다. 늘 등뒤에서 걷던 아내가 앞서 걸어가고 있어서 남편은 놀랐을까.

“난 뒤로 오는 당신이 참 좋아.”

젊은 권상훈은 새색시 이영례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등은 누군가 안아 주지 않으면 늘 허전하거든. 가슴이야 이렇게 내 팔로 감싸안으면 되지만, 등은 그러니까 내 손이 닿지 않는 유일한 부분이야. 그곳을 당신만은 만질 수 있어. 내가 만질 수 없는 나, 그걸 당신에게 줄게. 당신, 언제까지나 내 등을 안아 줄 수 있지?”

등을 안으려면 그의 등뒤에 서야 했다. 이여사는 걷는 속도를 늦추었다. 모두 고향 탓이었다. 고향은 이여사의 감정을 들썽거리게 하고 있었다.

조금만 걸었을 뿐인데도 무척 피곤했다. 남편에게 자신의 뒷모습을 보이며 걷는 게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뒤통수와 등허리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등뒤를 내준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딛는 발, 흔드는 팔이 마치 꼭두각시 같이 뻣뻣했다.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걷다가는 분명 땅바닥으로 고꾸라질 것이 틀림없기에 이여사는 눈에 띄는 가장 가까운 묘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권옹은 두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이여사 옆으로 와서 나란히 섰다. 이여사는 권옹의 옆얼굴을 흘깃 바라보았다.

‘여기가 맞나요?’

언젠가 같이 왔었던 기억을 되살려 그가 고개를 끄덕여주기 바랐지만, 그러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굴은 아무 것도 읽어낼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어쩐지 남편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도 같았다.

권옹의 빈손을 보았을 때 이여사의 자신감은 더욱 약해졌다. 소주 한 병 챙기지 않고 장인 장모의 묘소를 찾아 뵙다니. 이런 경우 없는 짓을 할 양반이 아닌데, 여기가 선산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신의 부모님 묘소를 찾는다고 짐작한 게 잘못이었나 싶었다. 그럼 대체 여긴 뭐 하러 왔을까?

이여사는 남동생에게 부모님 제사를 일임했었다. 부모님 묘역을 돌보는 일은 아들이 하는 일이었고, 이여사의 할 일은 시부모님을 받들어 뫼시는 일이었다. 봉양할 시댁 식구들이 없다고 해서 며느리의 역할이 바뀌는 것도 아니었다.

온 순서대로 가는 법이 없다더니 동생이 늙은 누이를 제치고 먼저 저승길로 떠났다. 장조카는 아버지 유언이라며 동생을 화장하고 뼛가루를 이 대머리 산도 아닌 엉뚱한 바다에 뿌렸다. 우리나라 국토 십분의 일이 묘지라니 참 큰일이에요, 금수강산이 아닌 묘지강산입니다, 저두 화장할 생각입니다, 라고 조카는 말했다. 그런 장조카가 할아버지 할머니 묘소를 얼마나 제대로 돌볼까마는, 그렇다고 이여사가 발벗고 나서서 부모님 묘역을 거둔 것도 아니었다. 집안 대사는 남자들이 정하는 법이고 여자들은 군말 없이 순종하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이씨 집안을 이어갈 장손은 조카지 이영례 자신은 아니었다. 이씨 성을 가진 이영례 여사는 권씨네 집안을 이어가는 사람일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이여사는 양희를 한 번도 이곳에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것밖에 다른 이유란 전혀 없었다. 양흰 누가 뭐래도 내 딸이야, 암 내 딸이고 말고. 이여사는 새삼 다짐하듯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양희는 김 서방 일에만 신경 쓰면 그만이었다. 그게 딸의 할 일이었다.

이여사는 묘지를 자세히 뜯어보았다. 헤어진 지 반백 년 된 늙은 부모 자식 혹은 형제들도 세월에 닳아버려 알아보지 못하는 얼굴 대신에 흉터나 점 따위로 서로를 확인하고들 하지 않던가? 그렇듯 묘지도 잘 들여다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처음 보는 듯 낯설기만 했다. 여기까지 지나쳐오면서 봐왔던 봉분들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크기나 모양도 한결같았다. 이게 내 부모 무덤이요, 라고 말할 자신이 없었다. 비석이 놓여 있지 않은 이상 곳곳에 불쑥불쑥 솟아 있는 수많은 무덤들 중에서 내 조상 무덤 찾기란 모래알에 섞인 좁쌀 찾기나 한가지였다.

이여사는 무렴한 마음에 새로 자라 나오기 시작하는 풀을 닥치는 대로 뽑아 내팽개쳤다.

“조심해요, 그러다 손 다치겠소.”

권옹이 장갑도 끼지 않은 이여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여사의 마음이 울컥, 했다.

“아무래도 모르겠어요.”

권옹은 손수건을 꺼내어 그새 이여사의 손바닥에 배어든 풀물과 빗물을 닦아주었다. 혹시 베이지 않았나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근심 어린 눈빛으로 살펴봤다. 이여사는 파뿌리 같은 남편의 머리를 보며 공연히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렸다.

“이런 불효자식이 다 어디 있답니까? 글쎄 제 부모가 어디 누워 계신지도 모르다니 여기도 아닌 것 같아요.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딸자식 시집가 버리면 끝이라더니 다 날 두고 한 말이었어요.”

그예 목소리마저 떨려 나왔다. 한꺼번에 몰려드는 여러 가지 감정에 휘둘려 이여사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한바탕 통곡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감정은 치받쳐 솟아오르긴 해도 눈물이 되어 쏟아져주지 않았다. 눈물도 나이를 먹는지 꾸물꾸물 인색하게 몇 방울 흘러내릴 뿐이었다.

“미안해요, 내 정말 미안하오.”

권옹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여사에게 사과했다. 이여사는 마른 눈물을 찍어내느라 당황하는 남편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권옹은 방금 전까지도 아내가 멈춰선 이 묘지가 바로 장인 장모의 산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내가 먼저 입을 열지 않았더라면 그만 꾸뻑 절이라도 할 뻔하였다.

권옹은 이여사를 외면하고 먼 데로 눈길을 옮겼다. 잿빛 하늘을 가로지르며 새가 날아갔다. 비둘기인지 기러기인지, 한 점으로만 보이는 날개 달린 짐승 하나가 저쪽 북녘 하늘을 향하여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저, 누구신지요?”

초로의 노인 하나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한 눈빛을 쏘아대며 권옹 곁으로 다가왔다. 노인은 손에 커다란 낫을 그러쥐고 있었다. 이여사는 서슬 퍼런 낫을 보고 슬그머니 권옹의 등뒤로 숨었다. 인기척 하나 없이 다가온 노인을 보고 권옹도 조금 놀랐다.

“혹시.”

노인은 무례하다 싶을 정도로 권옹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샅샅이 살펴보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권옹은 노인이 무덤의 후손임을 직감했다. 권옹은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노인이 낫을 치켜세웠다. 권옹과 이여사는 본능적으로 두어 발짝 뒷걸음질쳤다. 입에서는 억눌린 비명이 낮게 새어나왔다. 노인은 무덤의 웃자란 잡초를 머리채처럼 휘어잡고 치켜든 낫으로 슥 베었다. 잡초는 단 한 번의 낫질로 싹둑 잘렸다. 날카롭게 잘린 한 다발의 잡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노인은 권옹에게 거친 음성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시오?”

권옹은 마른침을 삼키고 노인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 아니오. 길을 그만 잘못 들어서 큰 실례를 범했소. 임자 우린 저쪽으로 가봅시다.”

권옹은 이여사와 함께 황황히 뒤돌아 섰다. 노부부는 손을 잡고 뛰었다. 이여사는 등뒤에서 혀를 끌끌거리는 노인의 목소리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왜 남의 무덤 앞에서 눈물바람이야? 한참 울고 나서 누가 죽었냐구 묻는다드니, 쯧쯧쯧 꼬락서니하군, 제 조상 무덤 하날 찾지 못해 저 야단법석이야? 요즘 젊은 것들 탓할 거 하나 없어. 저 늙은이들이 저 모양인데 쯧쯧쯧, 그저 늙으면 죽어야지, 암, 죽어야 하구말구.”

노인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예리한 미늘이 되어 권옹과 이여사를 물고 늘어졌다. 이여사는 자꾸 헛발을 디뎌 허청거렸다.

‘망할 놈의 노인네! 어디서 갑자기 낫을 들고 나타나선 사람을 놀래켜?’

이여사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놀리며 허둥지둥 길을 빠져나갔다. 먼저 차도가 보였고, 그리고 좀전 권옹의 손을 잡고 내려섰던 비탈이 눈에 들어왔다. 이여사는 조그맣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도에 올라서자마자 이여사는 아스팔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가슴을 싸안았다. 쿵쿵 요동치는 심장이 목구멍까지 밀려 올라왔다. 하얀 지프 한 대가 이여사 곁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면서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고 바람을 훅 끼얹었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허공을 탕탕 울렸다.

“몹쓸 것!”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이여사는 방금 빠져나온 길을 노려보았다. 숨을 헐떡거리기는 권옹도 마찬가지였다.

“당신도 좀 앉아 쉬세요. 원 저리도 심술 맞은 노인네가 있어. 당신, 괜찮아요?”

권옹의 안색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여사는 무릎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양희 아버지!”

“괜찮아요, 괜찮아.”

“당신 얼굴빛이.”

권옹은 다가오는 이여사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이여사는 무르춤하여 그 자리에 멈춰선 채 남편의 기색을 살폈다.

“좀 앉아 쉬지 않아도 괜찮겠어요?”

권옹은 한동안 숨을 골랐다. 잠시 후, 그는 이여사에게 다가갔다. 이여사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남편은 자기의 손에 쥐어져 있는 손수건을 보았다. 이게 왜 여기 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한 후, 이여사의 땀을 닦아주며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성묘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할 것 같애. 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는데, 거 참. 오는 데 마음이 급해서, 게다가 이렇게 빈손이지 뭐요. 임자, 미안하오. 또 날을 잡아 다음엔 아침 일찍부터 서두릅시다. 애들한테 물어 위치도 자세히 알고 말이야.”

권옹은 혀를 내밀어 제 아랫입술을 빨았다. 이여사는 남편이 자기의 얼굴 어느 부분을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

“대신 말이오, 오늘은 나하구 따루 가볼 데가 있어요. 여서 멀지 않으니 좀만 참고 나하고 같이 갑시다.”

“여기, 에요?”

그제야 이여사는 오늘 산행의 목적이 다른 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고향 선산에서 남편이 자기하고 같이 가볼 데가 부모의 산소말고 또 어디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남편이 성묘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던 일이고, 이 길이 이여사의 부모님 묘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다. 이 근처에 있는지조차도 자신할 수 없었다. 지레 그러리라고 이여사 혼자 짐작한 것이었다.

남편이 달포 전부터 준비하던 그 일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곳 고향선산에 왔다는 걸 이여사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무슨 일일까. 도무지 가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이여사는 묻지 않았다. 이여사는 마음이 동요되고 있었다.

권옹은 차도에서 내려섰다. 이여사는 물끄러미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가 방금 빠져나왔던 길로 다시 들어서려 하자 이여사가 억제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로요?”

“초입만 같을 뿐이오. 아까 그쪽하고는 반대쪽으로 가는 거니 안심해요.”

“다른 길로 가요. 두 번 다시 그쪽으로는 가고 싶지도 않아요.”

“거길 가려면 이 길밖에 없어요. 아깐 길을 잘못 들어서 그런 거니 자 안심하고 날 따라와요.”

권옹은 비탈을 거슬러 올라와 차도에 서 있는 이여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여사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순간 이여사는 화들짝 놀라며 두 손을 앞으로 내저었다. 허우적거리던 손이 가까스로 남편의 손을 찾아쥐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광 때문에 남편이 깜빡 사라져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요.”

권옹이 걸음을 멈춘 곳은 아무 것도 없는 빈땅이었다.

이여사는 혹여 먼 눈으로 놓친 것이 있나 싶어 주위를 꼼꼼히 둘러보았다. 단풍나무 몇 그루 곱게 익은 것만이 눈에 띌 뿐 이곳이 목적하고 온 곳이라는 느낌은 어디에서도 짐작할 수 없었다. 고작 단풍 구경을 하자고 그런 생고생을 했던가 싶어 허탈할 지경이었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며 허위허위 걸어왔던 두 다리에서 맥이 탁 풀려 그만 주저앉고 싶었다.

“잘 봐 둬요. 저기 저 자리 우리가 누울 자리야.”

남편은 나뭇잎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아마도 그곳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누울 자리라니? 이여사가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이러고 있으니 꼭 우리 처음 결혼해서 집 보러 다닐 때 같구려. 좀 좁은 듯 하지만 일부러 그랬어, 당신하고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

이여사는 당황했다. 그가 가리키고 있는 곳은 묘지, 죽은 이영례 자신과 죽은 남편 권상훈이 함께 누울 묏자리였다. 이처럼 가까이 자기의 죽음이 있을 줄은 몰랐다. 가깝다고는 생각했었다. 환갑 진갑 일찌감치 보내고 칠순이 멀지 않았으니 삶보다는 죽음이 가까울 나이였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손을 내뻗으면 잡힐 거리에, 이토록 생생하게 준비되어 있을 줄이야. 남편의 손가락 끝에 걸려 있는 세 평 남짓한 초라한 땅. 그곳이 죽어 시체가 된 제 몸뚱이가 누울 죽음의 집이었다. 지금이라도 눕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죽음을 완성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땅이었다.

그러자 순간, 나뭇잎으로 뒤덮인 땅이 스르르 풍선처럼 부풀어올랐고, 두 사람이 함께 눕고 덮을 만큼의 넓이와 높이로 얹힐 봉분이 눈에 선연히 그려졌다. 그것은 이곳에 오면서 봤던 숱한 봉분과 똑같은 모양이었다. 갑자기 봉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볼록 볼록 볼록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앞다퉈 대지를 뚫고 솟아올랐다. 이 허전한 땅을 순식간에 먹어치운 그것들은 이윽고 온 산을, 온 땅을 징그러운 멍게로 만들어 버렸다.

이여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거기에 대고 절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자기 자신이 그 좁은 공간에 눕는다는 상상은 티끌만큼도 하지 못했던 이여사였다. 죽음은 다만 하나의 추상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자기의 묏자리를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고 서 있는 지금, 죽음은 더 이상 추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여사는 깊은숨을 내쉬면서 빈땅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산 까치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까치는 두 발을 모두어 통통통 뛰어다니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또 한 마리가 날아왔다. 두 마리 까치는 나란히 서서 단단한 부리로 나뭇잎을 쪼다가 서로의 깃털을 톡톡 쪼아대기도 하며 서로를 희롱했다. 한동안 두 사람의 묏자리에서 노닐었다. 사람의 눈길이 따가웠던 것일까. 갑자기 나중 온 까치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먼저 왔던 까치도 포르르 날아가 버렸다. 어느 쪽으로 사라졌는지 하늘엔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까악! 하는 짧은 외침만이 빈 하늘을 울렸다.

그리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신 고향에 가셔야지요, 전 괜찮아요.”

멀리서 자동차 달리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잠시 후 또 한 대의 자동차가 지나갔다.

‘죽어 같이 누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당신, 살아 있을 적 같이 있지 못했으니 죽어서라도 같이 있으세요. 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세요. 새들이 가지 못할 길이 어디 있나요? 사람은 가지 못하는 길, 혼령 되어 가세요. 반평생 당신 빈 몸뚱이만 안고 살았는데, 죽어서까지 당신의 차가운 몸뚱이를 안으라는 말인가요?’

“아니야, 이 좁은 땅덩이 가르고 쪼개서 니 고향 내 고향 할 게 뭐 있겠어, 당신 고향이 그저 내 고향이야. 난 여기 당신하구 누울 거야.”

“·”

“당신 혹여라도 이장할 생각은 절대 말아요.”

“원, 무슨. 당장에 돌아가실 양반처럼 말씀하시네요. 아서요, 말이 씨가 된답디다.”

“·”

“또 누가 알아요 내가 먼저일지 온 순서대로 가는 것두 아닌 담에야.”

차라리 그리 되기를 이여사는 소원하였다.

권옹은 이여사의 손을 꼭 그러쥔 채 하늘을 우러렀다. 같이 갑시다, 우리, 한 날 한 시에. 아마도 남편은 그렇게 소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여사는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남편의 단단하게 잠겨 있는 서재의 책상서랍 안에 들어 있는 게 무엇인지 이여사는 잘 알고 있었다. 남편은 지금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리라. 남편으로서는 최고, 최선의 노력이었을 오늘의 준비가 그러나 이여사는 반갑지 않았다. 저렇듯 낙엽으로 제 자리임을 표시한 성의조차도 고맙지 않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서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여사는 화장하리라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돌보지 않는 무덤의 임자가 될 마음은 전혀 없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버려진 숱한 무덤을 봐오지 않았던가. 잡초의 강인한 뿌리에 송두리째 얽혀 있는 무덤, 영혼마저 얽매여 있는 무덤, 버려진 무덤, 무덤들. 형식만 갖춰놓고 돌보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제주도 없이 덜컥 무덤만 장만해 놓으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하란 말인가.

남편이 어떤 식으로 행동과 말을 한다한들 이여사의 원망은 쉽게 풀어지지 않으리라. 자신의 무릎 상처 드러내 보여가면서 서로의 신분 확인할 자식 하나 없는 이상 한 번 맺힌 한은 좀처럼 풀리기 어려웠다.

게다가 그것은 풀어헤치는 것이 아니었다. 푼다고 풀리는 것도 아니었다. 이여사처럼 40년 세월 동안 곰삭혀 내리는 것이었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이여사의 얼굴로 똑,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하늘이 뿌린 것인지 아침에 오락가락하던 비를 담고 있던 단풍나무가 흘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권옹의 하늘바라기는 하염없었다.

이여사는 깊은숨을 삼키고 입술을 깨물었다. 뭔지 모를 벅찬 기운이 가슴속 저 밑바닥부터 꿈틀거리며 올라와 지그시 목울대를 조여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목젖을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이여사는 노을이 비껴들기 시작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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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은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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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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