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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특강

“오래 살려면 笑盲부터 치료하라”

유머達人 4인의 웃음철학

  • 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황일도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shamora@donga.com

“오래 살려면 笑盲부터 치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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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삼아 남에게 웃음을 주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 팍팍한 세상은 그들의 건강한 유머로 말랑말랑해진다.
  • 4인의 유머리스트가 털어놓은 유머예찬.
“웃길 준비 끝? 성공 예약 끝!”

개그작가, 유머 코디네이터, 코미디학과 교수, 한국소맹(笑盲)퇴치운동본부장, 한국 코미디스쿨 원장…. 김재화씨(49)의 직함은 무려 10여 가지에 이른다.

한 가지 공통점은 모두 ‘웃음’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자기 말마따나 ‘웃음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다.

김씨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73학번이다.

시골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그의 아버지가 선생님이 되라고 권했을 때 그는 “연극영화과에 가도 교직과목을 이수하면 국어선생님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김씨는 약속대로 대학에서 교직을 이수하긴 했지만, 교단에 서기도 전에 방송국에 스카우트돼 개그작가의 길을 걸었다.

1974년 TBC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개그 프로그램 ‘살짜기 웃어예’를 시작했다.

임성훈, 송영길, 고영수, 전유성 등이 출연했는데, 김씨는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와는 성격이 판이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영춘과 배삼룡을 보고 무조건 웃던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말로 웃기는 코미디를 보여준 거죠. ‘전깃줄에 참새가 10마리 앉아 있는데 포수가 총을 쏘았더니 9마리는 죽고 1마리가 살았다.

그 참새가 뭐라고 했을까’ 이렇게 물으면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게 당시의 개그였어요.”80년대. 김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유머1번지’ 제작팀에 합류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동작그만’ ‘부채도사’ ‘아르바이트 백과’ 등이 그가 참여해 히트한 작품이다.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강연을 요청하는 곳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인의 웃음을 체계화할 필요를 느꼈죠. 제 나름대로 연구한 결과 우리 사회는 여러 모로 웃음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한국소맹퇴치운동본부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였죠.”소맹퇴치운동본부 초대 이사장은 양성철 전 국회의원(현 주미대사)이었다.

양 전의원이 미국으로 떠난 뒤부터 이사장 자리는 공석이다.

당연히 활동도 주춤한 상태. 김씨는 조만간 새 이사장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머는 섹스 같은 것

김씨는 소맹퇴치운동본부를 설립하던 무렵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병원이 운영하는 ‘유머 워크(Humor Work)’라는 연구소에 다녀온 일이 있다.

이곳은 사람의 웃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기관인데, 웃을 때 신체의 근육이 몇 개 움직이는지, 호르몬이 얼마나 분비되는지를 실험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사람을 임상 실험한 적이 있었대요. 한 사람에겐 마취제를 투여하고, 다른 사람은 겨드랑이를 간질였답니다.

그리고는 간단한 수술을 했는데, 마취제를 맞은 사람이 통증을 더 느끼더랍니다.

다시 말해서 웃을 때는 우리 몸의 통증이 줄어든다는 거죠. 섹스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칼로 상처를 입혀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거든요.”미국을 다녀온 뒤 김씨의 활동 폭은 더욱 넓어졌다.

한국 최초의 코미디 스쿨을 만들고 동아방송대에서 개그창작을 강의했다.

모두가 유능한 웃음꾼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김씨가 자칫 외설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전국 Y담대회’를 연 것도 이때다.

“코미디와 섹스는 즐겁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죠. 까놓고 말하는 것보다 은밀하게 했을 때 더 재미있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성적인 웃음은 남녀 모두에게 최대의 관심사인데, 그 동안 억압해온 측면이 많았어요. 그것을 공개적으로 한다니까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전국 Y담대회에는 고등학교 교감선생님, 가정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했고, 유명인사들도 찬조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날 대상을 받은 어느 대학생의 ‘정치인 Y담’은 PC통신 등을 통해 크게 유행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세계 섹스조크대회’를 열자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세계 각국의 섹스조크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자는 거죠. 저는 7월7일을 ‘웃음의 날’로 선포하고 ‘웃음박람회’를 열 예정인데, 그때쯤 세계 섹스조크대회를 열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김씨는 성(性)을 소재로 한 칼럼니스트로도 필명을 날렸다.

그가 6년째 스포츠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에로비안나이트’는 일상생활을 성적으로 풀어내는 칼럼이다.

대권주자가 사창가에 출입했을 때 벌어지는 가상 시나리오, 백지영 비디오 파문을 즐기는 한국 남성들의 관음증을 질타한 격문, ‘매춘과의 전쟁’을 선포한 김강자 종암경찰서장에게 보내는 편지 등은 대단한 화제가 됐다.

또한 지난해부터는 ‘일요신문’에 ‘골프&섹스, 19홀에서는 버디를’이라는 칼럼을 연재하며 골프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Y담과 골프와 섹스의 공통점 등을 코믹하게 들려주고 있다.

김씨는 한국인의 ‘웃음 부족증’ 원인을 순탄치 못했던 과거 역사에서 찾는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통일신라의 장보고를 끝으로 한민족은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왔다는 것. 늘 쫓겨다니다 보니 웃고 싶어도 웃을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사람을 바꾸는 웃음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국밥이나 비빔밥이잖아요. 빨리 먹고 도망가야 하거든요. 그런 상황에 누가 누구를 웃길 수 있었겠어요.”그는 근엄함과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적 전통도 유머의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한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들이 적게 웃는다는 과학적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여성들은 고통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여자의 웃음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금기로 여겼잖아요. 기방에서 남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 기생의 어색한 웃음을 ‘각기함소(各妓含笑)’라고 하거든요. 조선의 여인들은 그렇게 웃음을 자제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해요.”김씨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 사람의 상당수는 소맹이다.

웃음이 나오는 통로가 막혀 있다는 뜻이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웃지 못하는 환자’라고나 할까. 김씨는 그래서 우리도 미국처럼 ‘웃음치료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웃음이 차단된 공간이 많잖아요. 교도소, 군부대, 노사분규 현장…. ‘웃음치료사’는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사회를 밝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개그맨들과 함께 소외된 지역을 다니면서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도 세워놓았다고 한다.

자신은 웃음에 대한 강의를 하고, 개그맨들은 실제로 웃음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형식이다.

“언제 어디서든 조금만 노력하면 웃음을 만들 수 있어요.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 말장난을 해볼 수도 있고. ‘Pun(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 is fun’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잖아요.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외국인이 한국 젊은이에게 길을 물었는데, 몇 번이나 못 알아들은 젊은이가 신경질을 부리며 ‘아이, XX놈이’라고 욕을 했대요. 그러자 외국인이 젊은이를 계속 따라가더랍니다.

왜 그랬을까요? 외국인은 ‘I see. Follow me’라고 알아들은 거래요. 단순하지만 이런 정도의 유머만 구사해도 세상은 훨씬 밝아질 거예요.”그는 ‘웃음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수백 차례의 강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말 그대로 ‘웃음은 최고의 보약’이라는 것이다.

“잘 웃는 사람은 내장이 튼튼합니다.

웃을 때 배가 아픈 것은 그만큼 장이 운동을 많이 한다는 뜻이죠. 인상을 쓸 때는 근육이 2∼3개밖에 안 움직이지만, 웃을 때는 30개 이상의 근육이 움직입니다.

15초 동안 웃으면 3분 동안 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웃으면서 들은 얘기는 오래 기억해서 좋고, 웃으면서 말하면 상대방이 호감을 가져서 좋지요. ‘일노일로(一怒一老) 일소일소(一笑一少)’처럼 지혜로운 말씀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웃고 싶어도 세상이 암울하다면 마음대로 웃을 수 없는 노릇이다.

분위기가 우울한데도 무작정 웃는다면 정상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김씨도 이를 인정한다.

한국인의 소맹을 근원적으로 퇴치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는 따뜻한 인간애의 표현입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유머가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말을 성의껏 들어줘야겠죠. 요즘 유행하는 이른바 ‘허무개그’를 보면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그건 남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답하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그런 썰렁한 유머가 유행하는 거지요.”김씨는 지난해부터 예원대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코미디학과 또한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이로써 김씨는 “연극영화과에 가서 선생님이 되겠다”고아버지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됐다.

‘국어선생님’이 ‘코미디학과 교수’로 바뀌긴 했지만. 그는 앞으로 한국의 해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한국 최초의 개그맨 전유성 연구’도 꼭 쓰고 싶은 논문 주제라고 한다.

♣육성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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