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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요리사의 세계

‘스타 요리사’ 5인의 천태만상 요리인생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yj@donga.com

‘스타 요리사’ 5인의 천태만상 요리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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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담동은 한국의 첨단요리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다. 청담동 요리사들은 외국에 나가서 아이템을 얻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새로운 요리와 레스토랑이 많은 곳이다. 또 새로운 레스토랑이 많이 생기기도 하지만 없어지는 숫자도 많다. 청담동 요리사들은 외국으로 나가 요리를 배우지만 지방과 서울 강북 요리사들은 이곳에 와서 요리를 배워간다.
21세기 국가 경쟁력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문화경쟁력이라고 한다. 문화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국가를 ‘매력적인 국가’ ‘가서 살고 싶은 국가’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음식 문화는 이 문화경쟁력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분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레스토랑과 요리사다. 그래서인지 최근 요리사가 등장하는 책과 방송 등이 부쩍 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직업세계는 연예인 못지 않게 대중의 관심을 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요리사는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요리사가 됐을까. 또 그들이 빚어내는 요리인생의 빛깔은 어떤 것일까. 여기에 소개하는 ‘스타 요리사’는 ▲최고수 요리사 ▲해외유학파 ▲청담동 퓨전 요리사 ▲가능성 있는 젊은 요리사 등이다. 한식 요리는 그것 자체로 갈래가 너무 많고 양식, 중식, 일식과 같이 분류하기가 모호하기 때문에 배제했다. 특이한 점은 직업 요리사들이 대부분 남자였다는 점이다. 집에서는 여자들이 요리를 하는데 직업 요리사 세계에선 여자가 적은 이유는 지구력과 체력 때문이었다. 음식 하면 섬세함이 떠오르지만 직업 요리사 세계는 일차적으로 육체 노동이 필요했다. 가정요리와는 달리 많은 사람에게 요리를 내야 하는 레스토랑 요리사는 지구력과 체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서 여자가 희귀했다.

▶ 안효주 (44·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주방장)

한번 밥알을 집으면 정확하게 16g. 한국 최고의 초밥왕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 주방장 안효주씨 솜씨다. 그는 몇 달 전 한 방송사에서 실험했는데 10번을 집은 밥알이 모두 16g이었다. 그가 잡은 초밥에 들어있는 밥알은 정확히 350개. 오차는 ±3개밖에 안된다. 하지만 그는 350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체격이 크고 입이 큰 사람은 400개 정도를 집어준다. 키가 큰 외국인들은 450개. 여자들은 280개까지 낮춘다.

그의 전직은 요리사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권투선수였다. 전북 남원농고 1학년 시절 그는 권투를 시작했다. 고교시절 전국학생선수권대회에 플라이급으로 출전하여 준우승한 경력이 있었다. 고교를 졸업한 후 1978년 권투를 계속하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왔다. 당시 먹고 잘 데가 없어 고향 선배 소개로 찾아간 곳이 명동에 있는 한 일식집. 접시닦이였다. 이때만 해도 그는 요리사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숙식을 해결해줄 곳이 아쉬웠던 것이다.

아무리 주방 헤드렛일이라 하더라도 배우는 바가 있었다. 더구나 그는 학교에 다닐때 라면 하나를 먹어도 그냥 끓이지 않고 우유로 끓여 먹는 등 요리에 기본적인 자질이 있었다. 숙식을 해결해준 일식당 주방에서 그는 일식 요리의 기본 과정을 익혔다. 운명이 그를 요리사로 이끌었을까. 권투선수로는 그의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 변변한 성적도 거두지 못했고, 프로 데뷔를 위해 데뷔전 날짜까지 잡아놓고 독감에 걸려 프로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결국 그는 권투선수를 포기하고 해병대에 자원해서 군복무를 마쳤다. 회 뜨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니 해병대에서도 지원만 했다면, 사령관이나 장성의 전속 조리사로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군에서 정신력을 키워보자는 결심 아래 전투병으로 근무했다.

제대하고 나오니, 어느덧 27세. 권투를 다시 할 수도 없고, 직업 경력은 일식집 주방 경력밖에 없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요리학원에서 조리사 자격증을 딴 뒤 서울 강남의 일식집 ‘일번관’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그는 스승 이보경씨(58)를 만났다. 이보경씨는 성실하고 정신력이 강한 안효주씨를 기특하게 여기고 자신의 기술과 조리 정신을 전수했다. 스승이 강조한 것은 첫째 위생이었다. 도마와 칼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생선은 대가리를 자른 뒤에는 절대로 물을 묻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때 배웠다.

또 스승은 안되면 될 때까지 해야 한다는 정신력을 강조했다. 가령 무를 깎아도 신문지 위에 두면 활자가 보일 정도로 얇게 깎는 일을 들 수 있다. 처음에는 안되는 일이었다. 스승은 될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수십번 수백번 하다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프로라는 주문이었다. 또 일식은 머리카락도 스치면 벨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칼을 사용한다. 조금이라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다친다. 이런 부상은 오직 집중해서 정신력을 쏟아야만 극복할 수 있다.

스승은 그를 신라호텔에 추천까지 해주었다. 안씨는 85년부터 신라호텔에서 근무했다. 일본 요리는 초밥·생선회·튀김·조림·회석요리(會席料理)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신라호텔에 들어온 뒤 안씨는 초밥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이후 그는 일본 도쿄와 북해도의 최고 초밥집에 매년 연수를 다니며 실력을 다졌다. 이렇게 다진 실력으로 98년에는 ‘이것이 일본 요리다’라는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일본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기본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일식 요리사의 가장 큰 차이는 기본기라고 말했다. 기본기가 제대로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처음에는 별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격차가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는 퓨전 요리에 비판적이다.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다른 요소를 섞는다고 성공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요리책에서도 정통과 기본을 강조했다. 그가 쓴 책은 여러 요리학교에서 교재로 쓰고 있다.

요리사 생활을 하면서도 그는 늦깍이 공부를 계속했다. 97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보건전문대학, 초당대 조리과학과에서 수학했고 올해부터는 경기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98년에는, 요리사 세계에서는 최고자격증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장 시험에도 합격했다. 이렇게 요리에 미쳐 살다보니, 그는 수족관 관상어를 보더라도, 저 물고기로 회를 뜨면 몇인분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나더라는 것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그가 근무하는 신라호텔 일식당 아리아케 초밥 카운터는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닐 정도의 최고 VIP들이 출입하는 식당이다. 이 고객들은 초밥 카운터에 앉으면 안효주 차장을 찾는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고등어를 좋아하는 사람, 두껍게 길게 썬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 얇게 썬 회를 좋아하는 사람 등 고객의 기호를 그가 모두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별도로 주문하지 않아도 그는 손님을 알아보고 척척 내놓는다.

이렇게 초밥 카운터에서 손님을 상대하려면 초밥 기술 뿐만 아니라 접대술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신라호텔 아리아케 주방 직원 28명 가운데 초밥 카운터에 서는 직원은 6명 뿐이다. 까다로운 접대술 가운데 첫째는 좋은 인상이다. 다음은 센스다. 손님의 대화에 적절하게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입이 너무 무거워도, 가벼워도 안된다. 또 시사 문제에 밝아야 한다. 특히 상대하는 고객이 모두 한국의 최고 VIP기 때문에 한 손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다른 손님에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한국 완결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안효주씨. 그는 누가 뭐라해도 한국 최고의 초밥 요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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