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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선종과 비로자나불의 출현

  • 최완수 <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

신라 선종과 비로자나불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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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선종과 비로자나불의 출현
60권 본 ‘구역화엄경(舊譯華嚴經; 418∼420년 번역)’ 권 2 노사나불품(盧舍那佛品)에서는 연화장장엄세계(蓮華藏莊嚴世界)에 노사나불이라는 불타가 존재하여 그 세계를 주재(主宰; 사람들 위에 군림하여 일체를 지휘 통솔함)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80권 본 ‘신역화엄경(新譯華嚴經; 695∼699년 번역)’ 권 6 여래현상품(如來現相品)과 권 8 화장세계품(華藏世界品), 권 11 비로자나품(毘盧遮那品)에서는 비로자나불이 화장장엄세계를 주재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노사나라는 의미가 광명(光明), 즉 빛이라고 하여 그 실체가 없는 법신(法身)이라고 하였다. ‘신역화엄경’에서 비로자나라고 표현한 이름 역시 빛이 두루 비추인다는 의미인 광명편조(光明遍照)라 하고 있다.

따라서 노사나불이나 비로자나불 모두 실체가 없는 빛과 같은 존재라서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처럼 실체가 있는 불상(佛相; 부처님 모습)의 법체(法體), 즉 이념적 본질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신라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義湘; 625∼702년)대사는 신라 화엄종의 주존불로 정토종(淨土宗)의 주존인 아미타불을 영입해 들였던 것이다. 아미타불은 당시 신라가 삼국통일전쟁을 치르면서 무수하게 죽어간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널리 신봉되던 부처님이었기 때문이다. 노사나불이나 비로자나불은 석가모니불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미타불로 나타날 수도 있는 법신불이라는 이해를 확실하게 한 결과였다.

그러나 신라 화엄종이 통일신라 왕국을 주도하는 이념으로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화엄종지에 입각하여 화엄 불국사를 지상에 구현해내는 단계에 이르자, 신라 사람들은 법신불인 비로자나불도 형상으로 표현해내려는 의욕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는 불국사를 조성하면서 비로전(毘盧殿)을 지어 화엄 불국사가 화엄종지에 따라 각종 불국세계를 원융무애하게 배치하였음을 과시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었을 것이다. 비로전의 주불은 마땅히 비로자나불이어야 하니, 그 동안 비로자나불이나 노사나불을 형상화하지 않았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도리없이 이를 형상화하여 비로전에 모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미 ‘구역화엄경’에서 말한 노사나불을 운강석굴에 조성하기 시작했다. 북위 초기 5대 황제의 초상 조각으로 주존불을 삼은 운강 5대 중심 석굴 중의 중심굴인 (도판 1)의 노사나불이 바로 그것이다. ‘구역화엄경’ 권 2 노사나불품에서 노사나불은 몸의 털구멍으로부터 화신운(化身雲; 조화로 만들어지는 분신불을 감싸고 있는 구름)을 뿜어낸다 했는데, 이 의 의복 표면에는 무수한 화불이 표현되어 있다.

신라 선종과 비로자나불의 출현
그래서 이 은 가장 강력한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태무제(太武帝; 408∼452년)의 초상 조각이라고 추정한다. 태무제는 폐불을 단행했던 장본인이다. 다시는 불상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폐불이 자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운강석굴을 파나갔던 것이므로, 폐불을 단행한 절대 군주인 태무제의 모습을 모든 부처님의 법신인 노사나불 형상으로 표현하여 그 위력을 과시하려 했으리라 생각된다.

그 다음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켜 중국 황제의 절대권을 과시한 당 고종(高宗; 628∼683년)의 초상 조각을 용문석굴 봉선사동(奉先寺洞)의 주불로 이루어내면서 노사나불 형상을 빌려 왔다. 이는 측천무후(則天武后)가 고종 상원(上元) 2년(675)에 조성한 것이라 하는데, 현재 (도판 2)이 그것이다. 불상의 높이가 17.4m나 된다.

그러나 과 은 모두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여원인(與願印) 계통의 손짓을 하고 있어 석가모니불의 입상이나 좌상과 다를 바 없는 손짓을 하고 있다. ‘화엄경’에서는 노사나불 형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고 여래명호품에서는 석가모니라고도 부른다 하였으므로 석가모니불상과 같은 형상으로 표현하되 위력을 과시하는 손짓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사자국(獅子國; 스리랑카) 출신의 불공(不空; 705∼774년) 삼장이 16세(720)에 중국에 들어와 70세까지 살며 밀교 경전을 대대적으로 번역해내자, 여기서 비로자나불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내용도 전해졌다. 불공 삼장이 42세 때인 당 현종 천보(天寶) 5재(五載; 746) 이후부터 대종(代宗) 대력(大曆) 9년(774)에 돌아가기까지 그 사이 어느 때에 번역하였다고 생각되는 ‘금강정경일자정륜왕유가일체시처염송성불의궤(金剛頂經一字頂輪王瑜伽一切時處念誦成佛儀軌)’라는 긴 이름의 경전에 그런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이를 옮기면 다음과 같다.

“편조(遍照; 비로자나) 여래의 몸, 형상은 밝은 달과 같다. 일체의 잘생긴 모습, 법신(法身)을 장엄하였네. 금강보관(金剛寶冠)을 쓰고, 둥근 가발로 머리를 꾸몄다. 뭇 보배 장엄구로, 가지가지 몸을 꾸미고, 지권(智拳)의 큰 손짓을 지어, 사자좌의 둥근 백련대(白蓮臺)에 앉았다. 이른바 지권인이란 것은 크고 작은 여러 손가락으로 주먹을 쥐고, 두지(頭指; 食指라고도 하는 둘째손가락)는 등을 보이며 기둥 세운다. 이에 금강권(金剛拳)이 이루어지면, 오른쪽 주먹으로 왼쪽 두지를 잡네. (손가락) 한 마디 심장에 대면, 이를 지권인이라 하지(遍照如來身, 形服如素月. 以一切相好, 用莊嚴法身. 戴金剛寶冠, 輪爲首飾. 衆寶莊嚴具, 種種校飾身. 持智拳大印, 處於獅子座, 日輪白蓮臺. 所謂智拳印, 中小名握. 頭指柱大背, 乃成金剛拳. 右握左頭指, 一節面當心, 是名智拳印).”

이로 보면 편조여래, 즉 비로자나불은 금강보관을 쓰고 둥근 가발로 머리를 장식하며 갖가지 보배 장신구로 몸을 꾸민 보살형이 틀림없다. 그런 보살형 여래가 지권인을 짓고 사자좌의 둥근 연화대좌 위에 앉아 있다는 것이다. 지권인이란 것은 양손을 주먹 쥐고 왼손 둘째손가락인 두지(식지)를 기둥처럼 곧추세운 다음 이를 오른손 주먹으로 잡고 심장 부근의 가슴에 대는 것이라 하였다.

신라 선종과 비로자나불의 출현
이것이 금강계만다라(金剛界曼茶羅)의 주존인 편조여래, 즉 비로자나불의 모습이다. 그런데 밀교에서는 이를 ‘화엄경’에서 일컫는 노사나불이나 비로자나불과 구별하여 부르기 위해 같은 의미지만 다른 이름인 ‘대일(大日)여래’로 부른다. 비로자나가 태양을 상징하는 빛이라는 의미이니 비로자나나 노사나 및 대일은 모두 같은 의미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만다라(曼茶羅, mandala)라는 것은 단(壇)이나 도량(道場)이라 번역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원래는 인도에서 어떤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단을 쌓거나 구획을 나누어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밀교가 일어나면서 이 단 위에 복잡 다양한 불국세계를 원융무애하게 배치하는 그림을 그려넣게 되자 이런 불보살 및 성중(聖衆) 상의 종합배치도를 만다라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만다라는 그 제작을 지시하는 교본에 따라 금강계만다라와 태장계(胎藏界)만다라로 나누어진다. 금강계만다라는 금강지(金剛智; 671∼741년)와 불공 등이 번역한 ‘금강정경(金剛頂經)’을 교본으로 삼아 그린 것이고, 태장계만다라는 선무외(善無畏; 637∼735년)가 주축이 되어 번역한 ‘대비로자나경(大毘盧遮那經)’을 교본으로 삼아 그린 것이다.

그래서 금강계만다라에서는 그 중심불인 비로자나불의 손짓이 지권인을 짓게 되고, 태장계만다라에서는 비로자나불이 법계정인(法界定印)이라는 선정인(禪定印;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을 발 위에 올려놓고 오른손 손바닥 위에 왼손 손바닥을 포개 대고 있는 손짓)을 짓는다.

그런데 태장계만다라의 중심불인 비로자나불의 법계정인은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이 모두 기왕에 지었던 손짓이다. 그러니 이런 손짓을 짓게 한다면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과 구별되지 않는다.

반면 금강계 비로자나불이 짓는 지권인은 이제까지 석가모니불이나 아미타불, 미륵불 등이 지어본 적이 없는 손짓이다. 그래서 이 지권인을 짓고 있다면 비로자나불이라는 확실한 증표가 되므로 신라에서는 불국사 비로전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조성하면서 이 지권인을 짓게 하였던 모양이다. 현존한 (도판 3)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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