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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가수들 태반은 음치다

음치치료사 이병원이 말하는 한국가요계

  • 이계홍 < 작가·용인대 겸임교수 >

유명 가수들 태반은 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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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에서 노래 한 곡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는 건 큰 스트레스다. 노래의 외길을 걸어 중졸 학력으로 교수가 된 ‘이병원음치클리닉’원장 이병원씨는 “음치는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십수 년 사이 노래방이 전국에 퍼지면서 ‘가요열창 시대’의 도도한 물결이 이 ‘풍진세상’을 휩쓸고 있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나름의 이유를 대며 한 곡조 뽑는 풍조가 오늘의 현실이 된 것이다. 노래가 생활문화로 자리잡을 만큼 가깝고 친숙한 세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연시 송년파티가 아니더라도 이젠 서너 명만 모였다 하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는 시대가 됐다. 모임마다 노래 한 곡조쯤 뽑아야 직성이 풀리는 기질이 국민에게 일반화한 시점이다. 한때는 서너 명이 모이면 섰다판이요, 고스톱판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노래 메들리를 뽑는다.

이 때문에 음치들에겐 수난의 세상이기도 하다.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면 바보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노래를 못하면 못난이 취급을 받아온 지 오래다. 파티석상에서, 친목 모임에서, 심지어 엄숙한 종친회 모임이나 시골 상가에서도 나훈아나 조용필의 노래 한 곡은 불러야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게 우리네 정서가 됐고 문화현상이 되었다.

‘가요열창 시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주눅이 들어 모임을 피하기도 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노래방을 찾아 음정과 박자를 교정하느라 대학입시 수험생보다 더한 훈련을 받고 노력을 기울이는 풍조도 생겨나고 있다.

서수남, 구지윤, 현미, 이수정 등 노래 전도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노래 교사들 중에 이병원이란 사람이 있다. 그는 기존 서수남 구지윤의 노래 교수기법에 반기를 들고 독자적인 노래교습 콘텐츠를 개발해 음치를 교정하는 주인공이다. 이씨는 누구나 쉽게 음치를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음치는 분명 ‘질병’이지만 ‘난치병’은 아닙니다. 99.9%가 상상음치기 때문에 본인이 자신감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치유가 가능합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단숨에 완치할 수도 있지요.”

그는 현재 이병원팝아카데미 내에 음치클리닉을 운영하면서 분당 삼성플라자, 현대백화점 천호점, 애경백화점 구로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잠실점,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에 출강하고 있다. 그밖에 MBC KBS SBS 등에서 가요교실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션연주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노래강사로 활동중인 사람은 1800~2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대부분이 음담패설 위주의 강의와 노래방기계에 맞춰 무조건 따라부르는 옛 서당식 강습에 머물고 있다.

이에 비해 이씨의 강의는 가히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씨의 음치교정 교수법은 대학강단에까지 이어져 그는 세종대학교 사회교육원에 개설된 음치클리닉 가요지도자과정 주임교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노래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해당 노래의 리듬구조,멜로디의 전개과정, 호흡, 음량을 이해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노래의 성격을 이해하고 노래의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대중가요가 지니는 사회적 현실적 의미와 필요성을 이해시키며 현실에서 부딪치는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가요는 우리들에게 ‘흥’과 ‘쉼’을 줄 뿐아니라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까닭입니다.”

이씨는 가요강사 중에 노래방기계를 주로 사용하고 율동을 강조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강사는 노래선생을 하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가창을 위한 ‘모션’과 ‘액션’이 가끔 필요하지만 율동은 노래를 이미 잘하는 사람들이 경기장에서 응원을 하기 위해, 혹은 회사의 단체 합창에서 하나가 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지 노래를 가르치는 데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래 지도가 재미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와이담 이야기’가 대부분인 일부 강좌는 노래교실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가요강사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해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그런 스타일의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노래를 모독하는 태도라고 비판한다.

최종학력 중졸의 ‘교수’

서울 강남구 대치3동 수호빌딩 2층에 자리잡은 이병원음치클리닉. 사무실은 아담한 개인병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해 나이 39세. 최종학력 중졸. 그런 그가 지금은 세종대 뿐 아니라 다섯 군데 노래교실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다. 인터뷰는 그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여러 번으로 나눠 진행했다. 장시간의 인터뷰에 응할 수 없는 그의 사정을 고려한 탓이다.

이병원은 가수를 지망했으나, 가수가 돼서는 실패를 거듭했다. 가수생활의 실패가 음치클리닉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음반 석 장을 냈어요. 결과는 모두 엉망이었습니다. 뜨지 못한 거죠. 가수로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수생활을 청산하고 노래교습을 시작한 거지요. 하지만 나보다 노래 못하는 가수들이 뜨는 걸 보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가수라면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까?

“물론이죠. 한국의 대중가요 가수 중 절반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어떤 가수는 ‘저렇게 노래를 못 부르는데 어떻게 가수가 될 수 있었을까’ 의심할 정도입니다.”

-그런 가수를 직접 거명할 수도 있습니까?

그는 단박에 트로트 가수로 한창 뜨고 있는 S, 60년대 가수 N, 70년대 가수 K, C, 80년대의 K 등을 들었다. 여기서 이니셜로 이름을 대신하는 것은 그가 실명을 소개하지 말 것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요즘 이른바 중견가수라는 30, 40대 중에 짜증나는 친구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미남가수라는 S, 풍만한 여가수 K 등도 노래를 못하는 대표적 가수라고 볼 수 있죠.”

-요즘 신세대 가수들은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습니까?

“요즘 신인가수 중에 장래를 걸 만한 친구들이 있기는 합니다. 비틀스 나 사이먼과 가펑클 같은 스테디셀러 가수들의 싹을 보는 듯한 신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화(惡貨)가 더 많죠.”

-우리 가요계의 척박한 토양에 비추어 비틀스와 같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가수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음악 현실이 얼마나 풍요로워졌습니까. 외국의 음악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도입할 수 있는 등 1960년대나 1970년대에 비해 여건이 대단히 좋아졌습니다. 이런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좋은 음악을 만들지 못한다면 어느 면에선 자기 기만이고 직무유기죠.”

엉터리 음악교육

-노래방이 여전히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 일부에선 성경만큼 지속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십니까?

“국민 정서가 노래를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합니다. 노래는 없고 소음만 있을 뿐이죠.”

-왜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귀를 안 열기 때문이죠.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아요. 대학마다 음대가 있지만 제대로 된 음대는 없다고 봐요. 서울대 음대도 마찬가지죠. 구조적으로 음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도 교육은 늘 엉터리예요. 고음이나 저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4분음표나 숨을 어디서 쉬어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않아요. 다만 노래를 부를 때, 박자가 안 맞거나 음정이 맞지 않으면 왜 그러냐고 따지기만 해요. 음악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면 음치가 나올 수 없어요. 성교육만 제대로 하면 석녀가 나올 수 없듯이 말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초·중·고교 음악교육이 엉터리라고 단언한다. 노래를 가르치는 음악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모방만 하려 들고 그것도 맹목적인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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