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명사의 요리솜씨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된장냄새에 취해서 세상사를 잊다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1/2
  • 김이 모락모락나는 하얀 쌀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된장찌개다. 하얀 밥을 한술 입에 뜬 뒤, 뜨거운 된장찌개를 떠넣으면 입 속에서 쌀밥과 구수한 된장찌개가 섞이면서 혀 양쪽 가장자리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부재료를 넣지 않고 바특하게 끓인 강된장찌개일 경우, 아예 밥에 된장을 한 술씩 떠서 비비면서 먹어도 된다.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손학규 의원의 식성은 토종이다. 그는 음식 중에서도 밥을 가장 중요하게 치고 밥이 기름지게 잘되면 반찬이 없더라도 식사를 거뜬히 끝낸다. 아무 음식이나 잘 먹지만 밥을 꼭 먹어야 식사를 마친다. 그는 설렁탕이나 시금치국 등 국물 음식에 밥 말아먹기를 좋아하는데, 밥이 고슬고슬하게 잘되면 밥맛을 즐기기 위해 밥을 말지 않는다. 어쩌다 하루 한끼 정도 국수를 먹었다면 불안하고, 다음 식사에는 꼭 밥을 찾을 정도니 그의 밥사랑은 유별나다고 할 수 있다. 가족 중에서도 둘째딸이 아버지를 닮아 밥을 좋아한다고 한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할 때도 그는 밥을 쉬지 않고 해먹었다. 영국은 좋은 쌀을 구하기가 어려워, 한국에서만큼 맛있는 밥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최소한 1시간 이상 쌀을 물에 불려 밥을 지었다. 그러면 촉촉하게 잘 익은 밥이 되더라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무엇일까? 된장찌개다. 하얀 밥을 한 술 입에 뜬 뒤, 뜨거운 된장찌개를 떠넣으면 입 속에서 쌀밥과 구수한 된장찌개가 섞이면서 혀 양쪽 가장자리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부재료를 넣지않고 바특하게 끓인 강된장찌개일 경우, 아예 밥에 된장을 한 술씩 떠서 비비면서 먹어도 된다. 비벼 먹을 경우, 하얀밥에 누르스름한 된장빛깔이 물드는 것을 보는 눈의 즐거움도 최고다. 구수한 밥냄새와 된장냄새는 첫 냄새에 침이 고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손학규 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이 된장찌개다. 예전에는 찌개를 ‘조치’라고 불렀는데 간장으로 간을 한 맑은조치와 고추장이나 된장을 풀어넣은 토장조치가 있었다고 한다. 이전부터 서울의 양반가문에서는 텁텁하고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아, 간장이나 소금 또는 새우젓으로 간을 한 맑은찌개와 국을 즐겼다. 그러니 텁텁하고 걸쭉한 맛을 내는 된장찌개는 애초부터 서민음식의 대명사였던 것이다.

된장찌개와 된장국에 얽힌 일화가 있다. 조선시대 철종은 어릴 때 강화도 산골에서 나무 하고 꼴 베는 사람이었다. 이 강화도령이 어느날 갑자기 궁궐로 불려가 임금이 되었는데 아무리 좋은 산해진미도 도무지 입에 맞지 않았고, 오직 어릴 때 먹던 시래기된장국과 막걸리 생각만 간절하여 구해오라고 명을 내렸다. 대궐에서 이리저리 수소문하여 막걸리는 구해왔지만 시래기된장국은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철종의 외가인 강화도의 곽씨댁에서 시래기된장국을 구하여 아침저녁 수라상에 올렸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의 식성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가 없다. 손의원이 그짝이다. 정치인이라서 여기저기 식당에서 수도 없이 식사를 하지만, 그가 강박관념을 가지고 찾는 것이 밥과 된장찌개니 별수 없는 노릇이다. 가장 즐겨찾는 단골식당도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낙지실비집이다. 여기저기 고급식당에서 수도 없이 식사를 하지만 이곳이 가장 편하다는 것이다.

서민음식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손의원은 삶 자체도 서민 냄새가 묻어난다. 장관까지 지낸 그의 재산은 정치 입문 전과 마찬가지로 아내와 두 딸이 사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다. 재산이 없는 손학규 의원이 그동안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이었다. 주변에는 그를 사랑하는 교수, 학생, 주민들이 많았고, 선거를 치를 때면 이들은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자원봉사를 했다고 한다.

새벽에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오는 정치인 손학규는 하루저녁에 저녁식사를 세 번이나 해야 할 정도로 식사약속이 많지만 가족은 항상 순위에서 밀린다. 정치인은 일요일도 쉬지 않는다. 정치인에게 일요일이 평일과 다른 점은 그래도 저녁식사 정도는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가 되면 그는 모든 세상사를 놓고 풀어진다. 그 순간, 손의원 아내는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짓고, 된장찌개를 끓인다. 이 된장찌개를 뜰 때가 손의원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처럼 손의원의 집에서는 같이 밥을 먹는 것이 가족행사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 줄 알기 때문에 손의원은 두 딸에게 항상 결혼하면 밥을 해서 가족을 먹이라고 주문한다. 음식을 잘해서 주위 사람을 먹일 수 있는 능력이 다른 어떤 전문성보다 소중하다는 것이다.
1/2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목록 닫기

손학규 의원의 된장찌개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