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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영화마저 석권한 판타지 소설의 제왕

반지의 제왕

  • 김성곤 < 문학평론가·서울대 영문과 교수 >

영화마저 석권한 판타지 소설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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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의 제왕’이 2002년 벽두 극장가와 서점가를 강타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을 모르고는 대화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다. 소설에 등장하는 ‘절대반지’를 본뜬 반지가 젊은이들의 액세서리로 각광받고 있다. 50년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 한 교수의 펜 끝에서 시작한 반지 신드롬, 그 환상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판타지소설, 또는 환상소설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18세기 말 개화했던 고딕소설(Gothic Novel)과 만나게 된다. 고딕소설의 원조는 호러스 월폴의 ‘오트란토 성’이고, ‘고딕’이라는 말은 원래 ‘중세’를 의미했으나, 후에 ‘무시무시하고 환상적이며 초자연적인 것’을 지칭하게 되었다. 초기의 고딕소설은 유령이 출몰하는 고성이나 묘지, 폐허를 배경으로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현상들을 다루었으며, 주제는 주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었다.

19세기에 들어 고딕소설은 단순한 선악 대결이나 권선징악 구도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악한 요소, 강박관념, 광기, 이중성 등 심리적 고찰과 인류문명에 대한 비판까지 시도함으로써 더욱 더 복합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거울’이 고딕소설 또는 환상소설에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예컨대 자신의 분신인 괴물을 창조하는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자신과 똑같은 사람을 발견하는 포의 ‘윌리엄 윌슨’, 낮과 밤에 각기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웰즈의 ‘투명인간’, 그리고 거울에 모습이 비치지 않는 ‘드라큘라’ 등은 모두 그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좋은 경우다.

19세기 중엽에는 또 환상소설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가 출간되어 세계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옥스퍼드대 수학교수였던 루이스 캐럴은 이 환상소설에서 하얀 토끼를 뒤쫓아 지하세계(이 또한 지상세계의 거울 역할을 한다)로 들어가 여러가지 환상적 모험을 겪는 주인공 소녀 앨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예리한 현실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또 속편인 ‘거울 속으로’라는 환상소설에서는 앨리스가 꿈속에서 거울 속으로 들어가 그곳 세상에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환상소설의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러한 고딕·환상소설 전통은 영국작가 메리 셸리(‘프랑켄슈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지킬박사와 하이드씨’), 브람 스토커(‘드라큘라’)나 미국작가 찰스 브록든 브라운(‘빌란트’), 에드거 앨런 포(‘어셔가의 몰락’), 윌리엄 포크너(‘성단’) 같은 뛰어난 문인들에 의해 계승돼왔다.

20세기에 들어서 판타지소설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학의 중세문학 교수들에 의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C. S. 루이스는 ‘장롱 속의 사자와 마녀(1950)’라는 7권짜리 판타지소설로 유명한데, 이 작품에서는 아이들이 ‘나르니아’라고 부르는 장롱 속의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그런 유사성에서 이 판타지 소설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현대 판타지소설의 아버지는 단연, 루이스의 친구이자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이라는 대작을 써낸 영국작가 J.R.R.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 1892∼1973)이다. 옥스퍼드대 중세문학 교수이자 문헌학자인 톨킨은 40년에 걸쳐 가상의 세계인 ‘중간계(Middle Earth)’를 창조한 다음, 거기에 사는 각종 종족들과 그들만의 달력과 지도와 역사를 완벽하게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판타지소설의 원조가 되었다.

즉 현대 판타지소설의 특징은, 현실과는 다른 완벽한 환상세계 속에서 시공을 초월해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 우리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는 판타지소설들 역시 대부분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나 환상세계에서 일어나는 모험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현실세계를 다루고 있는 일반문학과 구별된다.

현대 판타지문학의 효시가 되는 ‘반지의 제왕’은 제1부 ‘반지 원정대(The Fellowship of the Ring)’, 제2부 ‘두개의 탑(The Two Towers)’, 그리고 제3부 ‘왕의 귀환(The Return of the King)’으로 이루어진 대작 환상소설이며, 모든 판타지소설의 전범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국내에서는 1990년에 ‘반지전쟁’(전5권, 예문)이라는 제목으로, 그리고 2001년에는 ‘반지의 제왕’(전6권, 황금가지)이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판권을 얻어 정식 출간한 완역본인 황금가지의 ‘반지의 제왕’은 능숙한 우리말 솜씨를 구사한 매끄러운 번역으로 이 방대한 소설을 재미있게 읽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다만 등장인물들의 이름 표기 중 일부가 발음상 정확하지 않은데, 예컨대 아라소른은 아라손으로, 아라고른은 아라곤으로, 또 보로미르는 보로미어로, 모르도르는 모르도어로, 그리고 팔란티르는 팔란티어로 표기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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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 문학평론가·서울대 영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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