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다시 가보고 싶은 세계의 진귀한 골프코스 9선

카리브해 절벽해안에서 캥거루가 뛰노는 호주 멜버른까지

  • 입력2004-11-17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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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가보고 싶은 세계의 진귀한 골프코스 9선

    카리브해 절벽을 따라 코스가 이어지는 버진아일랜드의 마호가니런 GC.

    범부는 그럴 듯한 골프 회원권 하나 갖는 게 소원인데,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 서건이(徐健二)씨는 아예 골프코스를 만들어버렸다. 우즈베키스탄의 초대 대사로 부임한 그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친지들의 투자를 유치해서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타슈켄트에 국제규격 18홀 코스를 만들고, 나중에는 공무원 사표를 내고 이곳 골프장 사장이 된 것이다.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쉬어가는 호숫가에 새파란 양잔디 카펫이 이어진 레이크사이드 GC는 그린 너머로 흰눈을 덮어쓴 톈산산맥이 보이지만 2월에도 반 팔을 입어야 할 만큼 상큼한 날씨를 자랑한다. 골프코스 안에 리조트와 우리 음식이 있어 이곳에 온 우리나라 골퍼들은 소문을 내지 말자고 서로 입다짐한다.

    1994년 골프코스가 불과 4개뿐이던 베이징은 7년이 지난 지금 골프코스가 30개가 넘는다. 놀랄 만한 중국의 경제 성장이 폭발적인 골프붐을 몰고온 것이다. 그러나 정말 멋진 골프코스는 베이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서해에서 중국의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는 랴오닝반도 끝의 항구도시 다롄(大連)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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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벽 해안을 따라 바닷물을 건너가며 코스가 이어지는

    미국과 홍콩 자본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금빛돌 해변(Golden Pebble Beach) GC는 입지가 천하명당이다. 원래 금빛돌로 이어진 절벽 해안은 진스먼(金石門)이라는 명승지인데 이 위에 18홀 링크스 코스가 절벽 위에서 절벽 위로 바다를 건너가며 이어져 골퍼들의 가슴을 확 터지게 만든다. 특히 7번홀이 환상적이다.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의 두바이엔 매년 유러피언 투어가 개최되는 세계적인 골프코스 두바이크릭GC가 있지만 꼭 가봐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다.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옆나라 토후국 샤르자에 있는 사막골프장 원더러스 GC다.



    포대 그린은 모래에 폐유를 부어 다져놓아 일반 벤트그래스 그린의 스피드와 비슷하고 언듈레이션까지 있어 그런 대로 퍼팅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페어웨이는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지만 로컬룰인 즉, 캐디가 들고 다니는 8절지 넓이의 매트를 깔고 그 위에 공을 놓고 스윙을 할 수 있다. 다같은 모래지만 벙커 표시가 된 곳에 공이 떨어지면 매트를 깔 수 없다.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서북쪽으로 1시간 반쯤 달리면 라스베이거스와 디즈니랜드를 합쳐놓은 것 같은 아프리카 최대의 위락단지 선시티(Sun City)가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다시 가보고 싶은 세계의 진귀한 골프코스 9선

    워터헤저드에 악어떼가 우글거리는 게리플레이어 GC.

    이곳에 그 유명한 게리플레이어GC와 로스트시티GC 등 두 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게리플레이어가 잘 다듬어놓은 여성적인 코스라면 로스트시티는 호쾌한 남성적 코스다. 13번홀, 파3은 그린 앞 워터헤저드에 32마리의 악어가 우글거린다. 이곳에 공이 떨어지면 흑인 캐디는 목숨을 걸고 뛰어들어 공을 줍는다.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퍼드가 주연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파란만장한 여주인공 카렌 블랙의 논픽션을 화면에 담은 영화다. 카렌 블랙이 땀을 쏟아부어 가꾸어놓았던 커피농장이 지금은 카렌블랙 골프클럽이 되었다. 해발 1900m로 일년 내내 시원한 나이로비 근교에 자리잡은 이 멋진 골프코스에 갈 땐 꼭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고 갈 일이다.

    지구 최남단의 골프코스는 남미대륙 끝, 마젤란 해협가에 자리잡은 푼타아레나스 칠레 해군기지 골프코스다. 비록 페어웨이는 10개지만 팅그라운드와 그린을 요령 있게 레이아웃해서 18홀과 진배없다. 마젤란 해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서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백구를 실어보내는 맛은 잊을 수 없다.

    뱃고동을 울리며 푸에르토리코항을 떠난 세계최대의 호화유람선 모나크호는 7박8일간의 남카리브해 크루즈에 나선다. 떠다니는 도시 속에서 밤새도록 향연이 벌어질 때 항해는 계속되고 새벽이 되면 모나크호는 섬에 정박한다. 마르티니크, 바베이도스, 안티과, 세인트 토머스…. 골프광들은 내리는 섬마다 백구를 휘날린다.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골프코스는 카리브해 절벽을 따라 이어진 버진아일랜드의 마호가니런GC다. 이 골프코스 안내책자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풍광에 취해서 자기 핸디캡보다 4타쯤 더 치는 코스”라고.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를 벗어나 서쪽으로 가다가 9홀짜리 골프코스에 들어갔다. 앙증맞은 클럽하우스는 잠겨 있고 그 앞에 우체통 같은 디포짓박스가 서 있는데 그 옆 팻말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골퍼는 신사다. 10달러(5000원 상당)를 넣고 플레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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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칼립투스 숲속에 자리잡은 호주의 엥글시 GC.

    호주 멜버른에서 남쪽 해안선을 따라 2시간쯤 달리면 엥글시 GC가 유칼립투스 숲속에 자리잡았다. 1번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팅박스에 오르자 수백 마리의 캥거루떼가 페어웨이에서 풀을 뜯는 게 아닌가. 불과 10여m 앞에서부터! 드라이버를 들고 황당한 표정으로 호주 친구를 돌아보니 그래도 갈기라는 것이다. 다음 홀에도 또 다음 홀에도, 캥거루 캥거루다. 페어웨이뿐만이 아니라, 포대그린 위에도 앉아 인간들의 부질없는 장난을 내려다 본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가 골프공에 맞아 죽으리라 생각했는데 매니저는 “1년에 열 마리 정도 죽지요. 그날 저녁 클럽하우스에 메뉴 하나가 늘어납니다”고 태연스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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