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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요리와 노래는 즐거워

테너 엄정행 교수의 브랜디새우 스파게티

  • 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요리와 노래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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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파게티는 이탈리아 요리다. 특수 강력분으로 만든 스파게티를 이탈리아에서는 식사 첫코스에 먹는 데 비해 다른 나라에서는 주식으로 이용한다. 스파게티는 곁들이는 소스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스파게티는 소금을 조금 넣은 끓는 물에서 8~12분 충분히 삶아야 하고, 찬물에 헹구지 않고, 뜨거운 채로 물기를 뺀 다음에 올리브유를 뿌려 엉겨붙지 않게 한다. 요리가 다 되면 식기 전에 가루치즈를 뿌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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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은 서양의 음악이다. 성악의 대표적인 발성법인 벨칸토 창법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두개골 구조에 맞게끔 발달한 것으로 한국인의 몸과 성대에는 맞지 않는다. 성악의 노랫말 또한 서양 언어다. 말하자면 성악은 서양의 판소리와 같은 격이다. 그러니 한국인 성악가가 성악곡을 부른다는 것은, 외국인이 한국 판소리를 하는 것처럼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세계적 문화 코드인 성악곡을 부를 수 없고, 그럴 만한 실력이 없는가? 절대 아니다. 우리에게는 형식은 성악곡이라는 외국 그릇을 빌렸지만, 민족의 감성을 담은 ‘비목’, ‘떠나가는 배’, ‘옛날은 가고 없어도’,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같은 한국가곡이 있다.

한국가곡을 전세계에서 가장 잘 소화하는 테너가수가 바로 엄정행 교수다. 우리 민족은 슬픔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그리움이 사무치는 정서, 한스러움마저 멋으로 승화시키는 끈끈한 저력, 비애미를 그는 자신의 노래에서 녹여낸다.

그렇다면 그의 식성은 어떨까? 정열적이고 화려한 테너의 음색처럼 대부분의 테너들은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미식(美食)을 즐긴다. 하지만 그에게 대단한 식성을 기대한다면 일단 한 발 물러서는 것이 좋다. 엄정행 교수는 경남 양산의 시골 마을에서 꽁보리밥에 김치를 먹고 자라서 그런지 식성이 소박하다. 한마디로 테너 가수답지 않다.

온몸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는 음악회가 끝나면 그는 술로 회포를 푸는데, 가장 좋아하는 식단이 연탄불에 삼겹살이나 돼지고기 주물럭을 구워서 소주와 함께 먹는 것이다. 주량이 센 그는 이 정도 안주만 갖추어지면 소주 3병 정도는 거뜬히 비워낸다. 또 아무 음식이나 먹어댄다. 자주 가는 식당이라는 곳이, 고기 굽는 연기와 냄새를 뒤집어 써야 하는 돼지고기 주물럭집과, 칼국수집 같은 곳이다. 이런 식성이라 그는 외국연주회에 나가서도 김치찌개 같은 한국음식을 고집한다.

테너 엄정행은 30년 이상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은 프로 성악가가 아니다. 그는 노래로만 생계를 유지하지 않았고, 교수라는 직업을 병행했다. 그는 1976년 모교인 경희대학교의 교수가 된 이래, 현재 경희대 음대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노래를 하는 데 바친 시간만큼, 제자를 기르는 데도 시간을 들인 것이다. 이는, 그가 성악을 처음 시작하던 당시, 한국의 분위기는 성악만으로 밥벌이가 되지 않았던 탓도 있다. 그는 프로 성악가의 길을 걸었다면, 음악적 성과가 더 높았을지도 모르겠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제자가 남아 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었던 제자들이 사회 각처에서 맹렬히 활동하는 것을 보면 가슴속에 뿌듯함이 차오른다고 한다. 음악선생 엄정행은 누구보다 제자를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고 술 마시는 것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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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엄정행 교수가 요리선생으로 변신했다. 강의실은 서울 강남 신사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La Prego’. 스파게티보다는 라면에 김치를 즐기는 그이지만 이 날만큼 그는 이 레스토랑 주방에서 ‘브랜디새우 스파게티’라는 특식을 직접 만들어 애제자들에게 대접했다. 엄교수는 국수를 좋아한다. 그의 아내조차 밀가루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스파게티는 토종 식성의 그가 서양 음식 가운데 가장 자주 먹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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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영재 기자 (cyj@donga.com) / 사진·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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