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호

명사 10인이 추천한 ‘내가 사랑하는 서울의 찻집’

  • 이소연 자유기고가

    입력2004-09-07 15: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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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환│김진애│박완서│박은주│유영구│윤방부│이기웅│정구호│조순형│천호균│
    문학웹진 ‘인스워즈’편집위원이자 한국문학학교 교장으로 활동중인 시인 김정환씨. 그가 자주 가는 찻집은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이다. 서울 번화가에서 다방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벌써 오래 전인데도 김씨는 굳이 학림을 커피숍이 아닌 다방이라 불렀다. 김민기, 전혜린, 김지하, 그리고 김정환 시인이 스무 살 불덩이 같은 시절부터 사랑한 찻집. 대학로에 대학(서울대 문리대)은 사라졌지만 학림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변화가 있었다면 스무해 가까이 학림을 떠받치던 1층 바로크 레코드가 문을 닫은 것. 대신 설렁탕집이 문을 열었다. 그 큰 간판 때문일까, ‘Since 1956’이란 문구가 새겨진 학림의 현판이 이전보다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더라도 입구에 적혀 있는 “학림은 지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현재’의 시간 위에 ‘과거’를 끊임없이 되살려 붙잡아 매두려는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하루가 다르게 욕망의 옷을 갈아입는 세속을 굽어보며 우리에겐 아직 지키고 반추해야 할 어떤 것이 있노라고 묵묵히 속삭이는 저 홀로 고고한 섬 속의 왕국처럼…”이라는 문학평론가 황동규의 글귀는 한 잔의 ‘학림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남다른 ‘역사성’을 부여한다.

    17년째 학림을 지키고 있는 네번째 주인 이충열씨는 “학림의 자랑은 오랜 역사만이 아니다. 요즘은 커피 맛으로 승부하는 찻집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제로 대형 커피 로스터기를 구입, 가까운 장소에 작은 공장까지 마련하고, 브라질·콜롬비아·에티오피아·케냐 등지에서 직수입한 원두를 직접 볶아 늘 신선한 커피만을 제공하고 있다. ‘갓 지은 밥 같은 커피’가 이씨의 목표. 그는 “빵도, 야채도 신선도를 따지면서 왜 커피에 대해선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커피 전문점을 넘어 전문 로스터 숍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귤러 커피, 각종 차, 맥주는 3500~ 4000원, 어레인지드 커피(라테 류)는 4000원이다. 생과일 주스와 칵테일도 판매한다. 와인, 위스키도 있는데 로열 샬루트의 경우 25만원 한다. 마른 안주 가격은 1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볶은 지 2주 안된 신선한 원두는 120g을 6000원, 200g을 1만원에 판매한다.

    종로구 대학로 ‘샘터’ 맞은편



    ☎ 02-742-2877

    “찻집 앞엔 기화요초 심고, 물확에다 옥잠화도 키우고, 실내에는 새들도 날아다니고요. 인사동 미로 속 골목 텃밭이 고맙지요.”

    건축인 김진애씨가 “하도 정겨워 인사동길 만들 때 유난히 신경 쓴 골목”에 있는 ‘옛찻집’.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명소다.

    옛찻집 안 곳곳에는 뒤주·궤짝·절구·탈·복주머니 등 각기 남다른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우리 물건들이 촘촘히 자리잡고 있다. 2층 화장실에까지도 생물(生物)인 듯 싱싱해 뵈는 유리잉어가 둥근돌 연못 속에 다소곳이 몸 담그고 있다. 손님이나 종업원이나 공간 채운 물건들이나 마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 한껏 자연스럽다. 새소리, 물소리까지 어우러져 더욱 고즈넉하다. 단골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안내책자를 보고 찾아오는 일본·중국인 관광객이나 남다른 골목 꾸밈에 이끌려 들어오는 연인들도 적지 않다.

    주 메뉴는 전통차. 여름철엔 수정과·매실차·오미자차가 잘 나가고, 겨울에 더욱 인기 높은 쌍화차·생강차·대추자·계피차·국화차 등도 모두 직접 재료를 다듬어 정성스레 끓여낸다. 잔이 비면 몇 번이고 다시 채워줄 만큼 인심이 후하다. 차에 곁들여 내는 한과와 쑥절편도 맛깔스럽다. 인삼차가 7000원, 그외 차들은 5000원 선이다. 좌석 수는 1·2층 합쳐 70석 정도. 오전 10시에 문 열어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인사동 네거리에서 북인사동 방향으로 오른쪽 첫 골목 안 30m 지점

    ☎ 02-737-5019

    도예전문화랑 ‘토·아트 갤러리’는 “우리 도예의 멋과 맛이 살아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그런 만큼 도기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 박완서씨도 그중 하나다.

    “찾기 좋고 분위기도 편안해 처음 대면하는 이와의 약속 장소로 자주 활용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단골이 돼, 그저 지나가다가도 누구 아는 얼굴 없나 들여다보게 되고, 혼자 조용히 차 한 잔 하고 싶을 때도 찾는 공간이 됐지요.”

    토·아트는 1985년 인사동 네거리 근처에 처음 문을 열었다. 1990년 화재가 발생해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 대표는 조각가 우병탁씨. 차를 파는 것이 주목적이지만 해마다 2차례 이상 외국작가 초청 전시회를 열고 도예품 전시·판매도 하는 등 문화공간 역할도 톡톡히 한다. 문인, 도예가, 미술가 등 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찻집에 들어서면 먼저 왼편 벽을 따라 진열된 각종 도예작품이 눈길을 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찻잔은 물론 대형 화분부터 앙증맞은 액세서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원하는 작품이 있으면 즉석에서 구입 가능하다. 누군가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만나 함께 맘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듯. 작품 가격은 1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큐레이터이자 매장 관리를 담당하는 김다미씨는 “우연히 들렀다 이렇게 좋은 곳이 다 있었냐며 놀라워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눈썰미 있게 살펴보면 유명작가의 초기 작품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최근 소품을 발견할 수도 있어 보물창고 같다는 칭찬도 듣는다”고 말했다.

    토·아트의 주 메뉴는 전통차다. 커피도 네 종류가 있다. 레귤러가 3000원, 카푸치노와 헤이즐넛, 비엔나 커피는 3500원이다. 4000원 하는 대추차와 사발에 담아 내는 4500원짜리 말차가 특히 인기다. 다섯이 가면 다섯 잔 다 다른 컵에 담아 내주는 정성이 남다르다.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한다.

    인사동 입구 크라운베이커리 옆 골목

    ☎ 02-732-3044~5

    ‘김영사’ 박은주 대표는 출판계를 대표하는 여성 CEO다. 좋은 차 맛처럼 따뜻하고 깊이 있는 책 만들기에 몰두해온 박사장은 삼청동길 초입 국제화랑 1층에 자리한 ‘더 레스토랑 카페’를 추천했다.

    “창밖 풍경이 맘에 들어요. 경복궁 돌담과 잘 가꿔진 가로수길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거든요. 친절하고 커피 맛도 좋습니다.”

    박대표의 말대로 때에 따라 개방되는 전면 유리창은 이 집의 자랑. 테이블 11개 규모의 단출한 공간이지만 일본의 유명 아트 디렉터가 컨셉트를 잡았다는 공간은 곳곳에 놓인 미술작품만큼 우아하고 고급스럽다.

    주고객은 화랑 관람을 마친 이들과 경복궁 관람객,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이다. 신구세대 비율은 반반. 낮엔 중노년층이 많고 오후 9시 즈음해서는 연인들이 주류를 이룬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편. 삼청동 주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미술인, 영화인, 출판인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곳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커피는 8종류. 가격은 좀 비싸지만 그만큼 진하고 깔끔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레귤러 커피가 6000원, 킬리만자로는 8000원, 블루 마운틴은 1만5000원이다. 9월부터는 고객 앞에서 직접 간 원두를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홍차는 독일산으로 모두 7종류가 있다. 바질·로즈마리·딜·처빌·타임·민트 등 파란 빛깔 아름다운 프레시 허브 티도 이 집의 자랑거리. 우유를 넣어 끓이는 블렌디드 티(Blended Tea)류는 6000~8000원이다.

    카운터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뵈는 제빵실에서는 매 시간 신선한 케이크와 초콜릿을 생산해낸다. 케이크의 종류는 무려 30종. 웬만한 고급 제과점 못지 않은 수준이다. 조각 케이크 가격은 4000원. 통케이크 주문도 받는데 가격은 3만2000원이다. 생초콜릿은 3500원부터 2만원짜리까지 다양하며 역시 포장 판매한다. 원하는 이에겐 조리법도 제공한다. 직접 만들어 내는 아이스크림과 셔벗 맛도 상당한 수준이다. 모두 8종이 있으며 마스카라포네(치즈)아이스크림과 뜨거운 에스프레소가 어우러진 세트는 9000원이다.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삼청동길 초입 못미쳐 경복궁 돌담길 맞은편 국제화랑 1층

    ☎ 02-735-8441~2

    “제임스 조이스가 ‘율리시즈’를 쓴 카페, 레닌이 혁명을 구상하고, 드골이 즐겨 찾던 카페…. 유럽에선 그런 카페들을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에 비해 우리 찻집들은 유행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유서 깊은 찻집을 찾기 힘들다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죠.”

    명지재단 유영구 이사장은 커피 마니아다. 직접 볶은 원두로 끓인 커피를 즐길 만큼 일가견이 있다. 그런 만큼 유이사장이 카페를 고르는 첫 기준은 단연 커피 맛이다. 그 다음이 대화를 나눌 만한 분위기인가 하는 점. 단골들의 해묵은 추억이 묻어 있는 오래된 카페라면 더 바랄 게 없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카페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르네’는 그처럼 뚜렷한 취향을 갖고 있는 유이사장이 “휴일 반바지 차림으로 찾아가도 맘 편하고 커피 맛도 좋은 집”이라 추천하는 숨은 명소다.

    10년 전 오픈한 르네는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공간 곳곳에 미술품이 놓여 있고, 정원에는 히팅 시스템까지 가동되는 고급스런 카페다. 40~50대는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주차장이 인상적. 친절하고 겸손한 직원들의 자세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유이사장은 “조금만 잘된다 싶으면 오만하고 거칠어지기 쉬운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르네에선 커피 맛과 서비스에 대한 주인의 고집스런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좋아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도 아주 맛있죠.”

    전문직 종사자, 벤처기업 등 주변 빌딩에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주고객. 벌써 몇년째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 중·장년층 고객들도 많다. 10년째 같은 분위기, 같은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자체가 가장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그 속에서 늘 변함없는 르네의 맛과 멋은 단골들의 사랑 속에 세련됨을 더해가고 있다.

    손님들에게 집처럼 편한 느낌, 기분 좋게 담소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하기 위해 테이블간 거리를 최대한 넓혀 놓았다. 정원과 1층 각 50평 공간에 11개의 테이블이 있고, 30평 남짓한 2층에도 6개가 마련돼 있다. 직원 1명이 담당하는 테이블 수가 3개에 불과해 그만큼 섬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100년 전통의 일본 커피 명가 ‘하기아라’에서 진공포장 상태로 직수입한 원두를 갈아 수공으로 뽑아내는 커피는 모두 12종류다. 블루마운틴이 9000원으로 가장 비싸고 나머지는 대개 6000원 선이다. 깊고 진한 맛이 특징. 7000원 대의 홍차도 22종류나 된다. 유이사장이 적극 추천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은 7000원. 생과일 주스 등 아이스믹싱 음료도 준비돼 있다.

    신사동 성수대교 사거리, 한빛은행·외환은행 사이 골목 50m

    ☎ 02-517-9500/5995

    연세대 의대 윤방부 교수가 즐겨 찾는 ‘헬로 미스터 브라운’은 테이크 아웃과 셀프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되는 카페테리아다. 서울프라자호텔 별관, 그러니까 한화빌딩 1층 로비에 있다. 프라자호텔 직영 커피숍.

    “미국식 커피 맛에 가격도 합리적이고…. 오래 머물기보다는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지요. 각자 원하는 걸 가져다 먹는 분위기가 편하고, 햇살 쏟아지는 넓은 창으로 분주한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입니다.”

    윤교수는 우리나라 가정의학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의사이자 교육자다. 연세의료원 가정의학과장으로 일하는 한편 방송 출연, 원고 집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 달에 대략 30편의 글을 쓰고, 주당 평균 4회 강연회에 초대되는 등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예순 가까운 나이가 되니 오히려 앞으로 뭘 하고 살까, 안 해본 일을 하며 살아야 할 텐데”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는 그는 운동 전후 출출할 때, 잠시 짬이 날 때 이곳에 들러 혼자만의 짧은 휴식을 갖는다고 한다.

    한화빌딩에 입주해 있는 외국기업체 직원과 프라자호텔 피트니스클럽 회원, 부근 비즈니스맨들이 주요 고객. 때문에 문 여는 시간은 오전 8시로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빠른 편이지만 오후 6시만 되면 정리를 한다. 고객들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한 결정이다.

    프라자호텔 커피숍과 같은 장비와 원두로 커피를 뽑는다. 특히 에스프레소 맛이 일품이라는 평. 커피뿐 아니라 가벼운 아침식사나 오후 간식으로 그만인 케이크, 샌드위치, 패스트리 등도 함께 판매한다. 역시 모두 프라자호텔 델리숍에서 제공하는 것들이다.

    로비 한켠에 정렬한 14개 테이블에 34석이 마련돼 있고 직원은 3명이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어필할 만한 분위기. 커피는 2500~4500원으로 맛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섬유질과 칼슘, 비타민C가 풍부한 카사바 뿌리를 주원료로, 타피오카 펄(카라멜·고구마전분·향을 가미한 타피오카 전분)을 이용한 건강음료 버블티는 4500원, 여름철 인기상품인 팥빙수는 5000원이다.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 별관 1층

    ☎ 02-310-7518

    예술서적 출판으로 유명한 ‘열화당’ 이기웅 대표의 단골 찻집은 커피전문체인 ‘라리’ 신사점이다.

    이대표는 “회사 근처에 있기도 하지만 서비스하는 이들의 태도가 은근하고 정중해 마음에 든다. 치즈케이크와 에스프레소를 즐겨 먹는 편”이라고 말했다.

    1993년 압구정에 1호점을 낸 라리는 질 좋은 커피와 핸드메이드 케이크를 접목하는 전략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신사점이 생긴 것은 1997년. 문 연 지 5년이나 됐지만 지배인은 그대로다. 이직률이 높은 식음료업계에선 보기 드문 일. 지배인인 서송원 이사는 “해외에 나가 사느라 오랜만에 들렀는데 여전히 같은 사람이 변함없는 서비스를 제공해 줘 기쁘다는 고객들의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은은한 첼로 선율이 흐르는 앤티크 스타일의 실내에는 군데군데 우아한 미술작품이 놓여 있다. 중세 저택의 회랑을 연상케 하는 구조며 큼직한 창을 통해 쏟아져들어오는 햇살도 커피 맛을 더한다. 숙련된 인력이 넬드립 방식으로 뽑아주는 커피와 본사에서 하루 2차례 일괄 배송하는 수제 케이크가 주 메뉴다. 주변 건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주고객. 연예인 단골이 많기로 유명하다.

    아메리칸, 에스프레소 같은 블렌디드 커피는 5500원부터, 카푸치노·카페라테·모카자바 등의 베리에이션 커피류는 8000원선, 버블티는 9000원에 판매한다. 크렙·치즈 등 십수종의 조각케이크는 4200원, 1홀(둥근 케이크 하나)은 3만9000원이다.

    테이블 25개를 10명의 직원이 관리한다. 오전 10시에 문 열어 밤 11시까지 영업한다.

    강남구 신사동 미성아파트 앞

    ☎ 02-549-9946

    “주인 아주머니께서 정성스레 끓여주시는 쌍화차나 단팥죽, 잣죽 맛이 언제 가도 변함이 없어요. 아마 ‘서울에서 제일 잘하는 집’일 걸요.”

    캐릭터 브랜드 ‘KUHO’ 대표이자 의상 디자인·무대 연출·영화 미술감독·요리 코디네이션 등 전방위적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 정구호 씨. 감각에 있어서라면 ‘대한민국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가 선택한 찻집은 뜻밖에도 작고 조촐했다. 그러나 “‘음식은 정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집”이라 극찬할 만큼 정씨는 찻집 주인의 ‘손맛’에 깊이 빠져 있었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외양은 옛 시골 다방처럼 소박하다. 올해 63세인 김은숙씨가 26년째 운영하고 있다.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늘 같은 자리에서 삶은 밤을 까고 있는 김씨를 발견할 수 있다. 안채 쪽과 바깥쪽에 네댓 개씩 자리잡은 탁자, 그 위에 놓인 유엔 팔각 성냥통과 단풍무늬의 한지 벽지가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2년 전 특허를 낸 상호 아래에는 ‘1976.4.19~’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의 대표 메뉴는 한방차와 단팥죽. 주인 김씨가 직접 재료를 사다 끓여내는 차와 죽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다. 한 잔에 3000원인 쌍화탕에는 숙지황·당귀·천궁·백작약·계피·황기·감초 등 7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물론 주인이 직접 골라 사온 약재들이다. 피로회복과 숙취해소에 좋다는 녹각대보탕은 5000원, 대표적 보양한방차인 십전대보탕은 4500원이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단팥죽은 “뚜껑을 열 때부터 마지막 수저까지 감동스러운” 맛으로 유명하다. 값은 4000원이다. 그밖에 인삼차·생강차·수정과·식혜 등 각종 전통음료가 있다. 주문판 끄트머리에 적힌 “항상 가장 좋은 쌍화탕을 달이는 것이 소망이며 힘이 있는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라는 글귀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부근에 있는 금융연수원·감사원·총리공관 근무자들이 자주 찾는다. 어른들 모시고 나온 나들이길에 한번쯤 들러 맛을 보게 해드리면 크게 칭찬받을 집이다. 포장도 가능하다. 아침 10시에 문열어 밤 10시에 닫는다.

    삼청동길 ‘삼청동수제비’ 맞은편

    ☎ 02-734-5302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대학로에 위치한 카페 ‘모차르트’의 단골이 된 건, 순전히 아내인 김금지씨 덕분이었다. 중견 연극인인 김금지씨에게 대학로는 작업 현장이자 마음의 고향 같은 동네다.

    “안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이라 저도 안면을 트게 됐지요. 벽엔 모차르트 초상화가 걸려 있고 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곳입니다.”

    유럽풍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홀 중앙에 놓인 손때 묻은 그랜드 피아노다. 그 주위로 22개의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구석마다 놓인 고전적 스타일의 소품들이 찻집 분위기를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전체적으로 단정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이다. 전면 유리를 통해 활기 넘치는 대학로 풍경을 내다볼 수 있다.

    문예회관에 인접해 연극인들이 많이 드나들며 서울대병원 의사들이나 방송통신대 교수들도 자주 찾는다. 모차르트를 비롯, 거장들의 정통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가끔 스크린을 통해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 실황도 관람할 수 있다. 클래식을 즐기는 젊은이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문 연 지 9년이나 됐지만 분위기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크게 이름 알려지길 원치 않은 까닭에 아는 사람만 아는 찻집이지만, 안온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사랑하는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다.

    원두커피가 3000~4000원, 생과일 주스와 팥빙수는 5000원이다. 간식용으로 좋은 샌드위치 음료 세트는 4000원이다. 조각케이크도 파는데 가격은 2500원이다. 주변의 다른 카페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양도 많고 리필까지 해준다. 캔디, 초콜릿도 살 수 있다. 오전 10시에 문 열어 밤 11시에 닫는다.

    대학로 문예회관 소극장 맞은편

    ☎ 02-744-7651

    패션업계에서도 예술적 감각이 도드라지는 CEO로 정평이 나있는 (주)쌈지 천호균 대표. 그가 매일이다시피 찾는 카페는 복합문화공간 쌈지스페이스의 이벤트 클럽 ‘소리’다.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인 만큼 ‘쌈지’만의 고유한 스타일과 전위적인 감각이 잘 살아 있다. 천대표는 “‘소리’를 통해 동시대인의 문화적 기호와 취향을 알 수 있다”며 “특히 패션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대중과 직접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소리’를 늘 가득 채우는 건 음악이다. 세심히 선곡한 각종 장르의 음악들이 손님의 무뎌진 귀를 때론 강하게, 때론 섬세하게 두드린다. ‘소리’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국내외 비디오 작가들의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쉼 없이 열리는 각종 퍼포먼스, 파티, 이벤트 등도 고객들을 한껏 기쁘게 한다.

    8월31일까지는 사진·영상전 ‘인물로 본 한국 퍼포먼스 30년의 투영’이 진행된다. 9월에는 음악인들의 퍼포먼스 파티인 ‘사운드&모션’이 계획돼 있다. 지난 6월, 개관 2주년 기념 행사로 진행된 ‘감각묘사’프로젝트 중 ‘향기’ 파티는 특히 많은 고객들의 환영을 받았다.

    ‘소리’는 전시관이나 해외 뮤지션의 팬클럽 파티장, 영화 촬영 장소, 미디어들의 인터뷰 장소로도 자주 쓰인다. 그만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한켠에는 예술 분야부터 페미니즘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간행물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매니저 김상식씨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사교 클럽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열며 메뉴는 차, 음료, 맥주, 와인, 양주 등이다. 식사는 불가능하며 안주도 비교적 가벼운 것들로 구성돼 있다. 맥주는 3000~1만원, 와인은 3만원부터, 양주는 7만원짜리부터 준비돼 있다. 입구 정면에 바가 있고, 오른편으로 자리잡은 테이블이 7개. 좁아 보이지만 스탠딩 파티일 경우 카페 밖 공간까지 활용하면 200명쯤은 너끈히 수용할 수 있다.

    파티 참여는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프로그램을 알고 싶으면 쌈지 홈페이지(http://www.ssamziespace.co.kr)에 들어가 보면 된다.

    홍대 앞 산울림소극장에서 대각선 방향 골목 ‘쌈지스페이스’ 1층

    ☎ 02-338-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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