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수족관 오션킹덤 24시

  • 정영 jeffbeck0@hanmail.net

    입력2002-10-06 0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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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양을 누비던 ‘난폭자’들. 자유를 빼앗겼지만 본능은 그대로다.
    • 약육강식 법칙이 여전히 통하는 ‘바다의 축소판’에선 살육과 평화가 공존한다.
    • 인간사회에 비유하면 살인범과 건달,
    • 왈짜 패거리들이 몸을 부딪고 살아가는 셈.
    • 그들만의 희한한 세계, ‘오션킹덤’으로 떠나보자.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토요일 아침 8시, 서울 삼성동 지하 코엑스 아쿠아리움. 수족관을 관리하는 열네 명의 아쿠아리스트들이 물고기를 살핀다. 지난 밤 잘 잤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물고기는 없는지….

    그 사이에 2층 주방에서는 아침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냉동고에서 고등어와 전어를 꺼내 해동시키고 뼈를 발라낸다. 오징어도 내장을 꺼내고 먹기 좋게 손질한다. 새우는 껍질을 벗겨내 말랑말랑한 살점만 깨끗하게 준비하고 잔새우들을 꺼내 부서지지 않도록 해동한다. 주방 옆 실험실에서는 플랑크톤 같은 미생물들을 배양하고 있다. 이것들이 모두 아쿠아리움 물고기들의 먹이. 먹이는 물고기들의 서식지, 종류, 크기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고 제공되는 양도 각기 다르다.

    아쿠아리움에서 매일 소비되는 총량이 하루에 약 100kg. 그중 절반 이상이 오션킹덤(Ocean Kingdom) 탱크에서 소화된다. 그곳엔 큰 종류의 상어들과 바다거북, 가오리와 같은 거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물고기가 그렇지만 이것들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매일 일정하게 먹이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난폭한 물고기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른다.

    산호어류나 열대어류 같은 것들은 담당 아쿠아리스트들이 다이빙수트를 입고 직접 수족관에 들어가 먹이를 준다. 곰치 같은 난폭한 물고기들도 담당 아쿠아리스트들과는 꽤 친밀해 보인다. 열대어, 해마, 해파리 같은 것들에겐 간단히 잔새우나 미생물을 넣어주는 것으로 하루 준비가 끝나기도 한다.

    으스스하기로 유명한 오션킹덤을 관리하는 아쿠아리스트 오태엽씨는 먼저 놈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숫자를 센다. 특히 지난달에 까치상어를 순식간에 두 동강낸 살인어 샌드타이거상어의 안색이 중요하다. 인상을 쓰고 다니는 그놈을 늘 예의 주시한다.



    9시50분, 모든 준비를 끝낸 아쿠아리스트들이 수족관에서 나와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가면, 아침을 든든히 먹은 물고기들은 또 다시 아쿠아리움의 하루를 시작한다. 아주 조용하게, 또는 날렵하게.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2000t의 해수가 가득한 오션킹덤의 탱크에는 여덟 종류의 식인상어를 비롯한 바닷속 거물들이 우글댄다. 샌드타이거상어(Sand Tiger Shark), 브라운상어(Brown Shark), 화이트팁상어(Whitetip Shark), 제브라상어(Zebra Shark), 바다거북, 톱날가오리 등이 함께 살고 있다. 모두 큰 덩치들을 자랑하며 유유히 유영한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노려보기도 하고 서로의 길을 조심스레 비켜가기도 한다. 뒷덜미가 서늘하다.

    그런데 그 안에서 선홍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어떻게 아직까지도 살아 있는지 의심스럽고 내일이 걱정스럽다. 바다라면 선홍치들이 상어를 피할 공간이 있고 큰 상어들도 괜히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그 재빠른 놈들을 쫓지 않는다고 하는데, 역시 지금까지 살아있는 놈들은 명이 긴 것들이었다. 처음에 넣을 때는 900여 마리였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150여 마리가 남았다. 모두 상어들의 밥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오션킹덤의 아쿠아리스트들은 별스럽지 않게 말한다. 물고기들의 당연한 생리라는 듯.

    선홍치들이야 상어들의 밥이 되어도 좋지만 몸집이 작은 상어들까지 괴팍한 상어들에게 내줄 수는 없는 일. 처음에는 오션탱크에서 같이 살고 있던 몸집이 작은 블랙노즈상어와 블랙팁리프상어가 집을 떠나 작은 수조로 피신했다. 이 탱크에는 연쇄살인범이 있기 때문이다. 범인은 2.7m의 샌드타이거상어. 이곳엔 모두 일곱 마리의 샌드타이거상어가 있는데 그중 몸집이 가장 큰 암놈이 범인이다. 이곳에 온 지 2년여 만에 놈은 본색을 드러냈다.

    2001년 12월 블랙노즈상어를 보란 듯이 3일 동안 입에 물고 다니면서 연쇄 범행은 시작됐다. 올해 1월22일에는 블랙노즈상어와 한국산 곱상어를 삼켰고, 다음날 그레이리프상어를 브라운상어와 둘이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브라운상어는 그날 이후 공범이 됐다. 며칠 후 녀석은 블랙팁리프상어를 머리부터 꿀꺽, 입에 꼬리를 물고 있는 장면이 CCTV에 잡히며 더 이상 시치미를 뗄 수 없게 됐다. 그런 식으로 올해만도 다섯 번이나 살해. 작년 말부터 올해에 걸쳐 10여 마리의 상어를 먹어치운 것이다. 샌드타이거의 이빨은 안으로 굽어 있다. 그래서 먹이를 물면 흘리지도 않고 흔적도 없이 먹어치운다. 녀석은 완전범죄를 저지르려 했으나 이곳은 바다가 아닌 탓에 금세 증거가 잡히고 말았다.

    담당 아쿠아리스트 오태엽씨는 가장 안타까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7월 관중들이 다 보는 앞에서 샌드타이거상어가 길이 2m의 까치상어를 두 동강낸 것이다. 탱크 안은 순식간에 피바다가 됐고, 피냄새를 맡은 오션탱크의 모든 상어들이 본능에 따라 순식간에 모여들어 나눠먹었다. 놈이 살해한 상어 중에 이번 피살어인 까치상어가 가장 큰놈이었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살해된 까치상어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 탱크 안에서는 임신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작년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것. 담당자들도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까치상어가 새끼를 낳자 그 냄새를 맡은 샌드타이거상어가 달려들었을 것이고, 몸 안의 분비물을 흘리고 있는 어미 까치상어마저 그 이튿날 살해한 것이다.

    까치상어는 보통 30cm 정도 되는 새끼를 50여 마리 낳는데, 두 마리만 죽은 채 물이 빠져나가는 바닥에서 발견됐다. 그렇다면 샌드타이거상어는 대체 몇 마리의 새끼 상어를 먹어치운 것일까. 이제 녀석이 먹어치운 마리 수는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는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을까?

    좁은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라고도 하고 사랑싸움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추측일 뿐. 외국 전문가들은 상어가 산란기에 임박하면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결론을 내기도 어쩐지 석연치 않다.

    샌드타이거상어의 시각은 거의 발달하지 않았지만 후각과 청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해 있다. 밑바닥에 사는 상어일수록 더욱 그렇다. 상어는 자극에 민감해서 낯선 소리나 냄새에 갑자기 난폭해진다. 빛이 조금만 달라져도 반응을 보이고 자신의 영역에 갑자기 낯선 상어가 등장해도 사나워진다. 때론 작은 상어가 선홍치를 먹는 피냄새에도 사나워진다. 그러면 유영하는 속도가 3배쯤은 빨라진다.

    담당 아쿠아리스트의 설명은 이렇다.

    “사람 성격이 다 다르듯 더 난폭한 놈이 있기는 하지만, 다 원인 제공을 하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자연에서 생존원리가 있듯이 탱크 안에도 그 원리가 있지요. 모두 자신의 영역을 갖고 있어서 그곳에서만 지내는 편인데, 어쩌다가 다른 상어가 자신의 영역에 슬쩍 들어오면 생존원리가 깨져버립니다.”

    대부분의 범죄가 자기 보호 본능에서부터 시작되듯 상어들도 위협을 느끼면 본능에 따라 과격해지는 것이다. 원인은 그 외에도 많다. 사진이나 방송 촬영으로 인한 조명, 관람객들이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 그 모든 것들이 초감각적으로 민감한 상어에겐 거슬린다. 바닷속에선 보지도 못한 것들이니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오션탱크 속 소식을 알리는 것은 수면 쪽에서 살고 있는 브라운상어. 브라운상어가 무서운 속도로 유영하면 분명 물속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물의 가장 위에는 브라운상어, 중간에는 몸집이 조금 작은 상어들과 그 외의 물고기들, 바닥 가까이에는 샌드타이거상어가 영역을 확보하고 있어 위계질서가 딱 잡혀 있는데, 이때 브라운상어는 상하좌우 할 것 없이 무서운 속도로 헤엄을 친다. 그러면 오션탱크 안은 한바탕 난리가 난다. 다행히 큰 사고가 나지 않는 날엔, 다시금 고요한 바다처럼 잠잠해지곤 한다.

    사람마저 위협하는 과격함

    아쿠아리스트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공기통을 메고 오션탱크 안에 들어가 바위 주변을 청소해주고 환경을 살펴준다. 이 일을 한 지 벌써 만 2년이 되어 일상이 되었을 것도 같은데 들어갈 때마다 공포감에 휩싸인단다. 처음에는 상어들이 먼저 아쿠아리스트들을 피해 다녔는데 탱크가 자기영역이 되면서 안정된 이후로는, 먼저 다가와 입질을 하거나 입을 쩍쩍 벌려대며 위협한다고 한다. 그러면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식인상어 아닌가.

    오태엽씨는 얼마 전 큰일을 당할 뻔했다. 보통 탱크 안에 들어가면 상어들에게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되도록 몸짓을 작게 하고 낮은 포복자세로 다니는데, 바닥에서 작업을 하다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 위를 지나가던 샌드타이거상어의 배에 머리가 쿵하고 세게 부딪힌 것이다. 그러자 녀석은 순간적으로 공기통을 덥석 물었다. 몇 분 동안 그렇게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다가 녀석이 살짝 입을 벌리는 순간 위기를 모면했다.

    녀석이 조금만 더 배가 고팠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면 식인상어의 제 면모를 보여주었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손에는 상어의 이빨 자국이 선연하게 남아 있다. 토니너스상어는 먹이를 먹을 때 흡입하면서 먹는데, 먹이를 주다가 손까지 덥석 물어 살점이 뜯겨나가고 말았다. 손을 잃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 아직도 두려움이 남아 있다. 역시 무시무시한 것들과 사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

    오후 1시 반, 오늘도 그는 내장을 발라낸 오징어와 뼈를 발라낸 전어를 한 상자 들고 나와 상어들에게 밥을 먹인다. 괴팍한 것들일수록 제때에 잘 먹여야 한다. 수면 가장 아래에 있던 것들까지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와 덥석 먹이를 문다. 먹이를 물다가 한 놈이 다른 녀석의 입가를 물어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러나 자주 있는 일이라는 듯 금세 묵묵히 유영하며 입을 쫙 벌려 먹이를 꿀꺽꿀꺽 삼킨다.

    상어는 배가 고프지 않으면 공격을 하지 않는다. 사람 하나를 잡아먹으면 열흘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오션탱크의 샌드타이거상어를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작은 자극들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녀석의 심리가 불안한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계속해서 연쇄살해를 저지르는 한 우리는 끝없이 추측할 뿐이다. 바다에서의 자유를 빼앗은 우리가 대체 무얼 알겠는가.

    ◇ 호기심 많은 건달 로거헤드터틀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아쿠아리움에서 호기심의 대왕을 뽑으라면 단연코 로거헤드터틀. 탱크 안에는 그린터틀 (Green Sea Turtle)이라는 작은 바다거북과 로거헤드터틀(Logger Head Sea Turtle)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바다거북이 있다. 큰 몸집의 로거헤드터틀 두 마리가 그 주인공이다. 큰 몸집으로 탱크 안을 쉼 없이 누비며 그 넘치는 호기심 탓에 온갖 참견을 다하고 다니는데,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오지랖 넓은 아줌마 같아 재밌기도 하다. 그러나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호기심만큼이나 폭력성도 만만치 않다. 그 무섭다는 샌드타이거상어 7마리의 꼬리지느러미를 이빨로 모두 뜯어놨으니 말이다.

    어느 날, 로거헤드터틀은 이유도 없이 샌드타이거에게 돌격, 꼬리지느러미를 덥석 물었다. 이빨로 꽉 문 채 떨어지지도 않고 질겅질겅 씹어댔다. 앞으로만 가지 뒤로는 헤엄치지 못하는 상어는 어쩌지도 못하고 당하고 있었다. 결국 아쿠아리스트가 물속에 들어가 한참만에야 떼어냈으나 샌드타이거상어의 꼬리지느러미는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 상어에겐 지느러미가 카리스마의 대표적 상징물인데 대마왕의 꼴을 우습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날, 상어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것도 관람객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귀엽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상어와 같이 살아갈 만큼의 강심장이니 위험한 놈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워낙 장난이 심해 아쿠아리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호기심도 왕성해서 녀석들은 아쿠아리스트들이 다이빙슈트를 입고 물에 들어가면 나올 때까지 따라다닌다. 이 사람들이 무얼 하러 들어왔는지 보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듯 끝없이 따라다닌다. 옆에 와서 입질을 하며 같이 놀아달라는 듯 장난도 많이 친다. 그런데 문제는 상아만큼이나 단단한 이빨로 다이버들의 오리발을 물고 당기고 뜯는 것.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어 귀찮기도 하지만, 이빨이 위협적이기 때문에 샌드타이거상어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

    로거헤드터틀 다음으로 호기심이 왕성한 것은 몸무게가 100kg이나 되는 멍청하게 생긴 물고기 구루퍼. 마치 바윗덩이가 헤엄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녀석도 끝없이 다이버들을 따라다니는데 녀석은 조금 떨어져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 그게 전부다. 녀석은 궁금증만 풀리면 되는 것이다. 역시 사람이나 물고기나 궁금하면 못 참는 성미를 가진 것들이 있다. 자기 일은 잘하지도 못하면서 남 일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역시 귀찮은 존재. 대체로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는데 로거헤드터틀 또한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 먼저 하려고 나서는데 특히 먹이를 주는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달려든다. 식탐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주면 주는 대로 먹는다. 자꾸만 달라고 입을 쩍쩍 벌린다. 먹이를 주는 아쿠아리스트 옆에 서있기만 했는데 내게도 와 입을 벌리며 먹이를 달란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나 안 주면 또 안 주는 대로 잘 지낸다고 한다. 그런데 먹이만 앞에 있으면 그 무섭다는 상어와 싸우기도 한다. 가만히 앉아서 당할 로거헤드터틀이 아니다. 방어력 또한 뛰어나다. 상어가 다가오면 몸을 움츠리고 바닥에 엎드려버린다. 바위처럼 단단한 껍질은 상어도 어쩔 수 없는 천연방패. 로거헤드터틀은 온몸으로 적을 막는 것이다. 그러니 함께 살 만한 자격이 있다.

    그에 반해 그린터틀은 몸에 상어 이빨자국이 많다. 같은 바다거북이라 해도 크기가 작아서 상어들과 함께 옆에서 먹이를 먹다가 먹이로 오인되어 상어들의 이빨에 물리는 것이다. 크기가 작다고는 해도 로거헤드터틀보다 작은 것이지 몸무게가 100kg이나 되는 데도 상어들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한다. 역시 로거헤드터틀은 궁금증이 많아 아는 것도 많은 모양이다. 그린터틀은 로거헤드터틀에게 배워야 할 점이 많다.

    그런데 로거헤드터틀이 장난꾸러기처럼 구는 것도 한두 달이다. 귀찮다는 듯이 한동안 잠잠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뭔가 불편한 게 있는 걸까 싶어 걱정이 되는데, 금세 또 활개를 친다. 한 두 달 그러다가 잠잠해지기를 반복한다. 에너지 충전시기를 갖는 걸까?

    원래 오션킹덤에는 모두 6마리의 로거헤드터틀이 있었으나, 그 왕성한 호기심과 장난기로 탱크 안을 정신없게 만든 죄목으로 두 마리만 남고 나머지는 다른 동물원으로 퇴출됐다. 그래서인지 나머지 두 마리는 요즘 심심한 걸 못 참고 탱크 안에서 더 정신없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러다가 어느 틈엔 난폭해지고 또 잠잠해지곤 할 것이다. 귀여운 건달 로거헤드터틀은 오늘도 오션탱크의 살림을 도맡아 하느라 바쁘다.

    ◇ 몸이 무기 톱날가오리

    몸 전체 길이 2.5m, 그중 톱 길이가 80cm나 되는 톱날가오리(Sawfish). 마치 톱상어처럼 보이는데 아가미 두 개가 머리 위에 있으니 톱날가오리다. 큰 톱날을 입에 물고 있는 것처럼 흉측해 보이지만 원래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먹었다. 다른 상어에게 몸통이 살짝 가려져서 톱날만 보이면 물고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아무리 식인상어라고 해도 겁 먹게 생겼다. 실제로 큰 상어들도 근처에 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시력이 발달한 상어일수록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다가갈 생각도 않는다. 그런데도 녀석은 마치 대포라도 쏘아올릴 듯이 톱날을 쭉 치켜들고 있다. 경계하기 위해서란다. 그 톱날을 본 물고기들은 절대 다가오지 않으니 톱날가오리는 수족관의 가장 밑바닥에서도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별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톱날가오리는 실제로 공격하는 부류가 아니다. 톱날을 들고 위협을 할 뿐이다. 아쿠아리스트들이 물속에 들어가도 슬슬 피해 다닐 정도로 공격성이 없는 편이다. 그러니까 톱날은 실제로 쓰는 무기라기보다는 위협을 주는 상징물에 더 가깝다. 사람으로 치면 죽이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라 무섭게 보이기 위해 덜덜 떨면서 칼을 들어 보이는 경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톱날이 제 기능을 못하는 건 절대 아니다. 모양만 톱날이라고 여기면 큰코다친다. 그 톱날에 막대기도 쉽게 잘려나간다.

    아쿠아리스트가 먹이를 던져주는 시간. 냄새를 맡은 오션킹덤의 식구들이 입을 벌리고 모여들지만 바닥에 사는 것들은 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럴 경우엔 막대기에 먹이를 끼워 코앞에 놓아준다. 톱날가오리 앞에 먹이를 갖다 대주자 먹이만 톱날로 툭툭 친다. 먹이가 막대기에서 떨어져 나오자 아래쪽에 있는 입으로 꿀꺽 삼킨다. 밥 먹는 시간이야말로 톱날이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순간이다. 아쿠아리스트들은 톱날가오리가 먹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재롱둥이라며 기특해 한다. 그러나 먹이가 끼워진 막대기를 김밥 썰 듯이 뚝뚝 잘라내기도 한단다.

    더 무서운 것은 먹이 하나를 두고 여러 마리의 상어들이 달려들 때다. 먹이 냄새를 맡은 톱날가오리는 상어들 옆으로 다가가 톱날을 마구잡이로 흔들어댄다. 마치 정신 나간 사람이 흉기를 들고 소동을 부리는 것 같다. 야구배트를 휘두르듯 거의 반경 150cm 정도로 긴 톱날을 흔들어대는데 모여든 상어들이 달아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옆구리와 배 등에는 톱날에 찍힌 상처가 선연하게 남아 있다.

    식사시간만 아니면 공격을 하지 않는다니 마음은 착한 녀석인 듯도 한데, 역시 흉기를 가지고 있으니 숨겨놓은 검은 복면이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제몸이 그대로 무기인 톱날가오리는 의도하지 않은 채 상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까이 하고 싶어도 가까이 할 수 없는 톱날가오리. 녀석은 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에 홀로 앉아 하루를 보낸다.

    아쿠아리움의 민물 물고기 수족관은 평화로운 분위기다. 상어 이빨만 봐도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오션킹덤에 비하면 낙원이 따로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그런 느낌도 잠시. 이 동네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정신없이 떼지어 유영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있다.

    ‘조폭’ 상어에 맞장 뜨는  ‘건달’ 거북
    아마존강에서 서식한다는 식인 물고기 피라냐(Piranhas). 매우 공격적인 육식성 물고기다. 아쿠아리움의 수족관 안에는 현재 30여 마리뿐이지만 원래 강에서는 수백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몸 길이 30cm로 작은 몸집이지만 27~36개의 이빨과 강력한 아래턱을 가진 이것들은 조폭같이 떼로 승부한다. 때론 상어보다 더 무섭다고도 하니 작다고 무시할 게 아니다. 벌떼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니까.

    아마존강을 배경으로 하는 한 영화에서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피라냐가 살고 있는 강에 던져넣는 장면이 있었다. 그 사람은 순식간에 뼈만 남았다. 피라냐들은 무리지어 다니며 강물 위에 어떤 그림자라도 드리워지기를 기다리다가 뭔가 나타나면 떼지어 공격한다. 소 한 마리를 던져 넣으면 단 1분만에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고 하니 가공할 위력이다. 현재 피라냐들이 살고 있는 수족관 안에는 앙상한 갈비뼈 모형을 넣어 놓았는데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섬뜩하다.

    그런데 그런 소문과는 달리 겁이 많은 편이다. 아쿠아리움의 피라냐들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선 절대 먹이를 먹지 않는다. 먹이로 물고기를 넣어주기는 하지만 식인물고기라고 하니 먹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안 보여준다.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쓱 먹어버리곤 한다. 담당 아쿠아리스트들도 먹이를 주고는 자리를 피한다. 떼지어 다니는 물고기답게 좁은 수족관 안에서도 열심히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공격적이라는 느낌은 별로 없다. 청회색의 몸에서 빛나는 은빛의 점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저 삐죽 나온 이빨에서 아마존 피라냐의 모습을 떠올려볼 뿐이다.

    모습이 흉측하고 무서워 보인다고 해서 다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고, 아름다운 외모만 보고 마음까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수족관 안에 있는 예쁜 피라냐들도 다시 아마존강으로 돌아가면 말할 수 없이 포악한 존재가 될 것이다.

    바다에서와는 또다른 삶의 패턴

    이제 관람객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세상에 어둠이 찾아오면 아쿠아리움의 조명도 10%만 남고 모두 꺼진다. 그러면 온종일 구경거리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던 물고기들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편안한 모습을 되찾는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탄성을 지르던 오션킹덤에도 두 개의 조명만 남았다. 그러자 난폭한 이빨을 으스대던 상어들도 잠자리를 준비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화이트팁샤크도 꼬리를 살랑대다가 다시 잠에 빠져들고, 너스상어도 가만히 바닥에 엎드린다. 죽기 전까지는 바닥에 내려앉지 않고 끊임없이 유영하는 블랙팁상어와 브라운상어는 계속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잠을 잔다. 괴팍한 얼굴에도 하루의 노곤함과 달콤한 잠이 묻어나는 듯하다. 이렇게 또 하루를 무사히 넘기지만, 하나의 수족관 안에도 생존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한밤에도 시간은 가고, 지배하고 있는 것들과 지배받고 있는 것들은 여전하다. 밤이 되면 잠을 자는 본성처럼 식인상어들의 먹이에 대한 본성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러니 기약할 수 없는 어느 날 밤, 또 한 마리의 상어가 기억 속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한밤중 어느 도로에서 한 인간이 한 인간의 차에 치여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가상의 원을 그리며 살아가야 하는 수족관 안이지만, 그들은 바다에서와는 또 다른 삶의 패턴을 찾아냈고, 그 안에서 잘 살아내고 있다. 문득문득 몸안에서 솟구쳐오르는 본능을 느끼면서 말이다. 매일 찾아와 유리를 퉁퉁 두드려대는 인간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그런 인간들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내일 아침, 가상의 태양에 불이 켜지면 브라운상어가 등지느러미를 수면 밖으로 내놓고 꼬리를 살랑거리기를 바란다. 오션킹덤의 소식통인 브라운상어가 기분이 아주 좋을 때 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행복할 때 얼굴에 웃음을 가득 담고 춤을 추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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