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호

온라인 종교활동, 헌금은 어떻게?

  • 글: 정호재 demian@donga.com

    입력2002-11-06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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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종교활동, 헌금은 어떻게?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신대륙이다. 종교계 또한 ‘전세계를 향한 사이버 선교’를 꿈꾸며 온라인의 바다로 뛰어들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목사의 설교와 교인들 간의 활발한 정보교환은 강고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기에 충분하다. 커뮤니티가 구축되면 자연히 정보가 쌓이고 거래도 생겨나게 마련.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특성상 편재성(遍在性·Ubiquitous)을 띤다.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사이버 포교활동이 활발해지면 종교인들은 주5일 근무시대에도 여가와 종교생활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종교계도 이러한 ‘틈새시장’ 개척을 지향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헌금(獻金)이 바로 그것이다. 교회는 이슬을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니다. 현실에서 부대끼며 살아간다. 물론 교회 홈페이지도 서버와 관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터넷 교회도 물질이 필요하고, 그것은 신도들의 십시일반으로 마련된다. 헌금은 신성(神性)한 돈이라 여겨 국가조차 시비를 걸지 않는 영역이다. 신성한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에 국가는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세금징수조차 포기했다. 종교인과 그들의 공간은 사회적인 존경을 받고, 대신 그에 상응하는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지로, ARS, 신용카드 등의 ‘세속적인’ 결제수단이 교회와도 무관하지 않게 됐다. 헌금의 특수성도 자연 옅어진다. 사이버 포교가 확산되자 2001년 초부터 몇몇 교단에서 인터넷으로 헌금을 받기 시작했다. 카드결제를 하는 곳도 생겼다. 빚을 내 기부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교회가 자체 인터넷 방송국을 세우고 온라인 선교를 강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만일 대형 교회의 인터넷 포교가 마치 온라인 교회를 세워 헌금을 받는 모양새가 된다면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을 활용해 더 많은 신자가 교회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종교생활 정보를 주는 것이 종교 본연의 활동인지 의심스럽다. 사이버 공간을 한순간에 신성한 종교적 공간으로 바꾸려는 조급증으로 비칠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데 인터넷교회를 오프라인 교회처럼 신성한 영역으로 지킬 수 있을까? 공간이 변하면 새로운 윤리가 적용돼야 한다. 헌금을 받기 위해 인터넷 신용카드 결제까지 동원하는 것은 적지 않은 종교인들에게 거부감을 준다.

    언젠가 “이제 교회도 세금을 내자”고 주장했다가 갖은 시달림을 당한 교인이 있다. 인터넷 포교가 발달해 헌금 신용카드가 퍼지면 온라인 공간까지 성스러운 공간이 될지, 종교계가 납세의 의무를 지는 계기가 될지 알수없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리라”는 예수의 말씀대로라면 신용카드 결제는 장사꾼에게, 사이버 세상은 그냥 네티즌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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