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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의 書海유람

단순하게, 그러나 풍성하게

  • 글: 표정훈 /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단순하게, 그러나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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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그러나 풍성하게
빌게이츠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생각의 속도’란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시대, 정보기술시대의 현실을 잘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의 속도’란 표현과 동시에 ‘느림’이란 말도 각광받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압박감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가속기만 있고 제동장치는 없는 자동차를 생각하기 힘들 듯, 사람의 삶도 가속과 제동, 주행과 멈춤의 갈마듦이 적절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지난 한해 동안 우리 각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려왔고, 얼마나 자주 멈추었을까? 혹시 가속 페달만 줄기차게 밟은 것은 아닐까?

‘자발적 단순함’의 미덕

최근 유럽사회에선 ‘자발적 단순함(voluntary simplicity)’이 중요한 사회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자발적 단순함이란 ‘일을 줄이고, 서두르는 것도 줄이고, 빚도 줄이자. 대신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여가를 늘리자’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발적이라는 점. 속도에 제동을 걸 듯, 복잡함을 일부러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줄여나가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 책으로 ‘단순하게 살아라’(유혜자 옮김, 김영사)가 있다. 공동저자 로타르 자이베르트는 시간관리 전문 컨설턴트이며 베르너 퀴스텐마허는 월간지 ‘단순하게 살아라’의 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시간관리 전문 컨설턴트란 직종이 낯설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엔 개인이나 기업의 시간관리 문제를 컨설팅해주는 직종이 전문화돼 있다.

독일 저자가 독일에서 펴낸 책이지만 원서 제목은 영어로 돼 있다. ‘Simplify your life’, 즉 ‘당신의 삶을 단순화하라’ 이 책은 독일은 물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를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유럽 사람들이 복잡함에 지쳐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단순화하라는 것일까? 무엇보다도 물건을 단순화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우선 1:3 폐기 원칙. 정보가 꾸준히 불어나는 바인더나 책장 등에서 필요한 것을 찾을 때마다 낡은 정보를 3개씩 없앤다. 서류철은 얇아지고 정신적 부담은 줄어들며 시간은 절약된다. 그리고 4분의 3원칙. 수납장이든 책장이든 서류철이든 전체 공간의 75%, 즉 4분의 3이 찰 때 덜어내기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수납 선반의 길이가 1m라면 75cm까지만 물건이 놓여 있어야 한다.

30초 원칙도 눈길을 끈다. 윗옷을 옷장에 걸어두는 데는 2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방 하나 청소하는 데는 4분이면 충분하다. 옷 한 벌 다리는 일도 3분이면 된다. 요컨대 눈에 보이는 대로 해야 할 일을 당장 해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매우 짧다. 그러나 자꾸 미루다보면 처치곤란 지경에 이르기 쉽다. 항상 정리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는 습관을 기르란 의미다.

물건 외에 인간관계도 단순화하는 게 좋다. 이를 위해 거절할 줄 아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 일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라는, 조금은 이기적인 충고가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밖에 토막잠을 활용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는 충고도 곁들인다. 나폴레옹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엄청나게 많은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낮 시간에 토막잠을 적절하게 잘 줄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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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정훈 /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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