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토종 영자신문 기자의 좌충우돌 영어 학습기

  • 글: 곽영섭 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 사회팀장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정보통신담당 기자

    입력2003-01-02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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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국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영어정복에는 특별한 비법이 있고, 이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있다’ ‘영어공부는 필요하지만 직장생활이 바빠 공부할 시간이 없다’…. 직장인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영어공부에 대한 오해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혈혈단신으로 영어를 마스터하고 그 결과물을 ‘News English Powerdic’(넥서스)이라는 영어 학습서로 출간할 예정인 두 명의 영자신문 기자가 ‘신동아’ 독자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편집자).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영어공부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는 말은 이제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900점을 훌쩍 넘는 토익 성적표를 들이미는 ‘총기 발랄한’ 신입 사원들 앞에서, 신문에서나 읽었을 법한 모모한 외국대학을 나왔다는 유학파 경쟁자의 ‘버터 발린’ 영어발음 앞에서, 평생 내 나라 국경 밖을 나가보지 못한 40~50대 김부장, 이과장은 심한 열등감에 휩싸인다. 누군들 영어를 잘하고 싶지 않으랴. 그러나 엄청난 결심과 각오로 신년벽두마다 사 모은 영어 학습서는 몇 장 넘기지도 못한 채 꼬박꼬박 책장에 쌓여가는데….

    영어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국연수를 가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경제적, 시간적 여건만 된다면 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영어를 포기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반도 토종인 필자들은 외국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만 열심히 공부해도 충분히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직장인 영어 학습자들은 “시간이 없다”고 토로한다. 이는 심각한 장애물이지만 의지만 단호하다면 극복할 수 있다. 관건은 버려지는 시간을 어떻게 잡느냐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많다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악조건에서 공부의 ‘밀도’는 증가한다.

    영어를 향해 뛰어들기 전에 분명히 짚어두어야 할 점 한 가지는 영어공부의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나 학생의 영어공부는 철저히 ‘의사소통’과 ‘정보습득’을 하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비록 발음이 어색하더라도 전달하고 싶은 바를 또박또박, 천천히,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실력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빠르고 정확한 정보습득을 위해서는 꾸준한 독해와 청취공부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새해를 맞아 제대로 영어공부를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기존의 선입견을 버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들의 학습기와 실수담은 독자들을 실천으로 이끌기 위한 자극제다.



    ◇ 제1부 곽영섭 기자의 ‘쌍코피 터지는 영어 학습기

    나의 고향은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면 석곡리. 그야말로 시골 중의 시골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동네 앞에 비포장 도로가 나 있기는 하지만 진주와 대구를 연결하는 완행버스가 하루 서너 번 다니는 게 전부였다. 어디 동네 뿐인가. 요즘에는 말도 못하는 아기들한테도 눈 핑핑 돌아가는 플래시 카드니 뭐니 해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그때는 자라는 동안 영어가 어떻게 생긴 말인지도 알 수 없었던 옛날이다 보니 나와 영어의 첫 만남은 ‘큐스톰 타일로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시 우리집 안방에 있던 장롱 위에는 아버지가 양복을 맞추고 담아온 상자가 놓여 있었다. ‘큐스톰 타일로르’의 출처는 바로 아버지의 서류함으로 쓰이던 이 상자. 한글로 ‘××라사’라고 적혀 있는 한 편에 영어로 ‘Custom Tailor’라고 쓰여 있었다.

    이 무슨 소린지 모를 영어 단어 두 개가 어린 나를 괴롭혔다. 저걸 꼭 알아내고 말리라 결심한 초등학교 6학년 소년은 형의 펜맨십을 몰래 훔쳐 몇 달에 걸쳐 피눈물 나는 독학을 한 뒤 겨우 알파벳을 뗐다. 그러고는 혼자서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한 것이 ‘큐스톰 타일로르’였다. 읽기는 ‘나대로 스타일’로 읽었는데 문제는 뜻이었다. 의기양양하게 형한테 물어보았다.

    “행님아, 큐스톰 타일로르가 무신 뜻이고?”

    중학교 3학년이었던 형이 집이 떠나갈 듯 앙천대소를 터뜨리는 게 아닌가?

    “그건 큐스톰 타일로르로 읽는 게 아이고 커스텀 테일러라 카이. 맞춤양복점이라는 뜻이다 알마!”

    알마는 임마의 우리 동네 사투리다. 알파벳만 외웠지 발음기호를 안 익혔으니 별수없이 ‘큐스톰 타일로르’가 될 수밖에…. 처음으로 영어실력을 자랑하다 ‘쌍코피’가 난 이 사건은 큰 자극이 되었고 어린 가슴에 응어리로 남았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형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부산으로 떠났고 형이 남긴 책들 중에 ‘삼위일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저자가 하라는 대로 단순 무식하게 외웠다. 덕택에 중학교 내내 영어 시험이라면 거의 100점을 받았고 지금도 얼굴이 생생히 기억나는 예쁜 영어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한 학년 전체가 세 반뿐인 전형적인 시골 학교였다.

    그러나 1978년, 경남에서는 명문으로 손꼽히던 M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각 지방에서 수재들이 모여든 학교다 보니, 첫 영어시험 성적은 내게 좌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고작 70점 대의 점수를 받다니! 의기양양했던 나는 결국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르면 따라 배워야 한다. 반 친구들이 무슨 영어책을 보나 살펴보니 모두 시퍼런 배추색 표지의 ‘~영어’ 시리즈를 공부하고 있었다. 옆자리 친구것을 잠시 빌려 보았지만 영 재미가 붙지 않았다. 작정을 하고 서점에 들러 찾아낸 보물이 바로 S대 교수가 저술한 ‘영어 구문론’. 이 책을 파고 들기로 작정한 후 열 번을 보고 나자 영어만큼은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게 되었다. 덕분에 상처받은 ‘영어박사’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되는 듯했다.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그러다 떠오른 생각이 ‘영어로 된 책을 한번 통째로 외워보면 어떨까’하는 것. 그 안에 문법책에서 나온 온갖 내용들이 다 들어 있을 테고, 그것이 머리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영문법 사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서점에 들러 보니 S출판사에서 펴낸 빨간 표지의 천일야화(The Arabian Nights)가 눈에 띄었다. 동화책에서 읽었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과 함께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실려 있었다. 분량만 얼추 50여 페이지.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외우냐 하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하다 큰소리로 읽는 방법을 택하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리더니 읽을수록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일 년을 계속하자 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울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문법이 몸에 배어 다른 책을 보더라도 쉽게 응용할 수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었다.

    나의 영어 역정을 간단하게나마 살펴본 것은 문법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함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집이 들어설 땅이 있어야 하고, 그 위에 기둥, 벽돌, 철근, 시멘트 등등의 재료들이 저마다의 몫을 하면서 갖추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집을 완성할 수 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는 말의 기본 단위인 단어를 알아야 하고, 이 말들을 엮어서 하나의 의미 있는 문장들을 만들어내는 규칙도 습득해야 한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책을 골라 최소한 열 번은 읽어라. 이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영어 학습의 왕도 중 하나다. 책상에 열 권도 넘는 문법책이 꽂혀 있지만 정작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해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의 문제점은 ‘무식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외국에 갈 처지가 못 된다면 우선 단순 무식해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영어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문법서 중에서 나에게 가장 맞는 것은 ‘영어 구문론’이었고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공부한 문법책이었다. 영자신문 기자 생활 12년의 밑천이 되어준 것도 이 책 한 권이다. 공연히 이책 저책 기웃거린다고 해서 나아질 것은 없다.

    잊을 수 없는 ‘고고’ 사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산의 모 대학 공대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수학에는 잼병이었던 터라 공대에서의 공부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어에 더욱 빠지게 되어 ‘Time반’이라는 서클에 가입하였다. 학과 공부는 제쳐두고 만날 ‘Time’만 들고 다니며 폼을 잡다 보니 1학기에 권총(F학점) 세 자루, 2학기에 권총 네 자루를 받아 자동 퇴학을 당했다.

    낙향. 군입대 영장이 나오기 전까지 잎담배를 재배하시는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담뱃잎을 따 모아 지게에 지고 와서 길가에 세워둔 리어카에 싣는 단순 노동이었다. 물이 한껏 오른 담뱃잎을 한 지게 지고 다니다 보니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는 땀이 비오듯 흐르는데, 난데없이 웬 벽안의 부부가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Hi there!”

    “거기 안녕”이라고? Hi라는 말은 알아듣겠는데 거기라니 어디를 말하는 걸까? 일단 나한테 인사를 하는가 보다 생각하고 정석대로 응수했다.

    “Hello. My name is ~. I am glad to meet you.”

    그랬더니 부부 또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는데 그만 놓치고 말았다. 영어를 잘하려면 얼굴에 철판을 깔라고 했다. 용기를 내어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Where are you from?”

    “We are from the States.”

    “Can I help you?”

    그러자 이 부부 필자가 영어를 정말 잘하는가 보다 생각했는지, 속사포같이 질문을 쏘아대는 것이었다. 사서 고생하게 생겼구나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래도 중간중간 들려온 county office 등등의 단어들을 종합해보니 군청을 찾는구나 싶었다. 머리 속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줘야지 생각했지만 당황한 나머지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Go, go…”

    그랬더니 이 부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What?” 하고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영어라면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초야의 인재가 임자를 만나 망신을 당하는구나 싶은 생각에 얼굴이 벌개졌다. “이 길을 따라 15km 정도 가면 의령읍이 나오고 거기서 물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하려던 것이 왜 입에서는 “Go, go”가 되어 나오는가 말이다.

    이 ‘고고’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어느 정도 되찾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영어에 대한 재점검에 들어갔다. 문법에는 자신이 있으니 이제는 회화에 매달려야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행히도 형이 남기고 간 책 중에 ‘××900’이라는 회화책과 테이프가 있었다. 사건이 일어난 1982년 6월부터 군에 입대한 1983년 10월까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그야말로 주경야독 생활을 계속했다.

    제대하고 새로 대입시험을 쳐 서울 소재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고고’사건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듣기 연습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미군영어 방송을 하루에 무조건 30분씩 듣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통 몰랐지만 일 년 남짓 듣고 나자 단어들이 조금씩 귀에 잡히기 시작했고, 대학을 졸업할 때인 1991년경에는 거의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어회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황별로 쓰이는 표현을 마스터한 다음에 귀를 뚫어야 한다. 귀가 뚫리면 좋은 점은, 적절한 표현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때 상대방의 질문에 따라 그대로 답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별 회화 교재의 한계는 그 내용이 제한돼 있다는 점. 실제로 외국인과 만나 대화를 하면 다양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오게 마련이므로 상황별 표현을 익혔다고 해서 영어공부가 끝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필자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영어 소설을 읽는 것이다. 어휘력과 독해력을 키우는 데도 좋지만 나는 주로 회화에 써먹을 좋은 표현들을 찾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읽다 보면 온갖 상황들을 대리경험할 수 있고 각각의 상황에 따라 사용되는 표현이 널려 있으니, 영어 소설은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표현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이것도 기사라고 써 왔어!”

    1991년 대학을 졸업하고 ‘역사의 현장을 내 손으로 알리겠다’는 청운의 뜻을 품고 코리아헤럴드에 입사했다. 수습기간을 끝내고 발령받은 부서는 사회부. 아무 임무도 주지 않고 이것저것 잔심부름만 시키던 사회부장이 어느날 기사를 쓰라는 지시를 내렸다. 드디어 나의 영어 실력을 선보일 기회였다.

    부장이 준 보도자료는 서울에 고층 빌딩이 하나 들어서는데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신이 나서 열심히 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기사를 점검했다. 다음은 당시 내가 쓴 기사의 첫머리다.

    “The Seoul city government yesterday announced an environmental influence report on the construction of a high-rise building…(서울시는 어제 고층 빌딩 건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내심 흡족해하며 부장에게 기사를 제출하자 잠시 후 부장이 나를 불렀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뭐가 잘못됐지? 몇 번이나 점검을 해봐도 흠잡을 데 없는 명문이었는데. 부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곽기자, 이것도 기사라고 써 왔어? 환경영향이 environmental influence야? 환경영향은 environmental impact나 environmental assessment라고 써야 맞는 거야. 다시 써 가지고 와!”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영향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가 influence만 있는 줄 알았지 이런 경우에는 impact를 쓴다는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의령이 배출한 ‘영어박사’의 체면이 또 한번 구겨지는 순간이었다.

    단어 공부라면 무조건 ‘influence=영향’을 달달 외우는 식으로 학습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영어 단어를 외울 때는 항상 문장을 통해 익히고 연관되어 쓰이는 표현들도 함께 익혀야 한다. 이를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영영사전을 활용하는 것. 영영사전을 한 번이라도 뒤져봤더라면 환경영향이 environmental impact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영영사전을 애용하는 것 외에 어휘력을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무조건 많이 읽기. 다양한 분야의 글을 읽다 보면 각각의 단어와 자주 쓰이는 표현들을 접할 수 있고 이를 익히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을 읽어야 좋을까? 위에서 말한 현대 소설 이외에 또 다른 훌륭한 교재가 ‘리더스 다이제스트’ 영어판이다. 다양한 내용의 글들이 실려 있어 어휘력을 늘리는 데 그만인 데다 월간지지만 그리 두껍지도 않다. 여기에 영자신문을 구독하면 금상첨화. 영자신문이야말로 수만 가지 내용의 기사들이 실려 있으니 말이다.

    사전은 나중에 찾자

    어휘력을 늘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책을 읽다 눈에 띄는 단어와 표현들을 모아 나만의 단어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읽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뒤지는 것은 금물. 모르더라도 그냥 넘어가고 문장 전체의 맥락에서 어떤 뜻일까 짐작해 보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유용하다. 몇 번을 읽어도 의미를 유추할 수 없거나 전체의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 영영사전을 찾아야 한다. 힘겹게 고민하다 ‘아! 이 단어가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면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반대로 모르는 단어를 일일이 찾다 보면 독서속도도 떨어질 뿐더러 이해력을 해칠 수도 있다.

    필자가 애용하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어휘, 독해, 영작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소위 삼위일체식 영어 학습법. 책을 읽다 새로운 단어나 표현이 나오면 바로 그 문장을 해석해 보고 거꾸로 해석한 것을 영어로 옮겨 영작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익힌 단어나 숙어는 여간해선 잊어버리지 않는다.

    ◇ 제2부 양승진 기자의 실수연발 ‘영어 맛 익히기’

    나와 영어의 첫 만남은 평범했다. 누구나 그렇듯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우고 기본 단어를 익혔다. 선생님은 무조건 영어교과서를 외우라고 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질감을 갖고 있었는지 그냥 외우기는 만만치 않았다. 교과서 본문을 제대로 못 외우면 여지없이 손바닥을 맞다 보니, 내게 영어수업은 무조건 외우거나 혼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영어에 대한 열의 대신 ‘그냥 남하는 만큼만 한다’는 인식이 머리에 남았다.

    이런 수동적인 인식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종지부를 찍었다. ‘사건’이란 고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과의 첫 면담시간. 선생님은 입학 전 겨울방학 동안 무슨 영어참고서를 읽었는지 물었다(담임선생님은 강남에서 막 전근오셨던 터라 학생들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았다). 나는 아무 책도 읽지 않았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XX종합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구?”

    “저는 XX기본도 본 적이 없는데요.”

    나의 대답에 선생님의 얼굴엔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우리 집은 과외를 할 형편이 아니었고, 부모님 또한 선행학습은커녕 진도를 따라가는 공부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혼자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려니 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선생님과의 첫 면담에서 알게 된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대다수 학생들이 이미 기초적인 문법책을 모두 공부했다는 것, 심지어는 대학입시를 위해 그 윗 단계의 책을 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선생님의 말이 강한 동기가 됐다. 남들이 보는 XX기본이 싫어 그보다 쉬운 XX맨 시리즈를 하루 세 시간씩 붙들고 늘어졌다.

    처음에는 한번 읽는 데 두 달 가량이 필요했던 문법책이 다시 볼 때는 한 달도 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몇 번을 더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영어성적은 평범한 수준에서 최상위층으로 올라갔고, 결국 한 단계 더 높은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숲에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진화하기 어렵듯 영어에 대해, 어학에 대해서 붙은 흥미는 점점 더 커졌다. 고등학교 2학년 중반, 이제 문법책은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 됐다.

    “오늘 숙제가 뭐냐?”

    영어에 대한 ‘늦바람’은 결국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대학에서 처음 들은 영어수업은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외국인 선생님이 1학년 1학기부터 영어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끼리 우르르 모여서 그날의 숙제가 뭐였는지 서로 물어봐야 했다. 고등학교 시절 습득한 ‘빵빵한’ 문법과 단어실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좌절감이 밀려왔다.

    영어를 좋아하게 되어 영문학 전공으로 입학했지만 청취의 벽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처럼 높기만 했다. 문어체, 단어, 독해 위주의 영어에서 회화, 청취, 작문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우연히 가입한 동아리가 IGS(International Goodwill Society). 1960년 영국대사관에서 태동해 현재는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IGS는 여러 대학 학생과 직장인이 참여하는 ‘연합동아리’였고, 영어토론에 능숙한 회원이 많았다. 5~6명이 한 그룹을 이뤄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중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영어로 자유토론을 한다.

    내가 처음 토론에 참가했을 때의 주제는 ‘사람들이 왜 IGS에 와서 영어를 같이 공부하고 유대관계를 갖느냐’는 것. 나는 토론주제를 이해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정도로 청취력이 형편없었고, 생전 한국말로도 토론을 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결국 나는 각 소그룹 토의의 진행자가 던진 질문에 “I can’t speak English”라는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6년을 넘게 영어공부를 하고 영문학을 전공한다면서 고작 할 수 있는 말이 “나는 영어를 못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현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었다.

    자투리 시간의 위력

    이후 매주 화요일이면 명동 가톨릭 여학생회관에 갔다. 알아듣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엄청났지만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회원들이 운영하는 영어스터디에도 참여해 영어주간지 독해연습, 단어장 외우기, 영자신문 기사 번역하기, 주제별로 기사를 읽고 영어로 토론하기 등으로 실력을 쌓아갔다. 다음 주에 나오는 주제를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관련 자료를 뒤지기도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보내니 토론시간에 남이 하는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한 시간 넘게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차츰 영어토론에서의 이해도와 참여도가 높아졌다. 만 2년이 지나자 비록 발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논쟁적이고 시사적인 주제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었고, 글을 쓰면서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하는(학원에서는 더욱 배우기 힘든) 실전 영어를 익히게 됐다. 슬슬 자신감이 생겨났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영어에세이 쓰기도 남들보다 앞서 나갔고 영문학 수업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당시 영문과에 계시던 피터 플레밍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나를 보고 따로 영작을 가르쳐 주셨다. 교수님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영어로 토론도 하고 발음교정도 받았다. 한마디로 내 인생의 ‘영어공부 풍요기’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0계명 잘 지키면 당신도 영어도사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가야 하는 국방의 의무가 문제였다. 현역으로 영장이 나와 강원도 모 부대로 입대했다. 군에서 영어공부는 사치와도 같았다. 당시만 해도 원칙적으로 부대 내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았다. 특히 신참병의 경우는 신문도 읽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면제나 방위, 아니면 카투사도 가는 마당에 2년 넘게 영어공부를 못하게 된 현실이 너무 암담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지 않은가. 스스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께 부탁해 외국주간지를 우편으로 받아, 몇 장씩 뜯어서 옷 속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만 나면(주로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읽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보면서 바로 외웠다고 하는 편이 옳다.

    영어공부를 할 만한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5분, 10분의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단어와 문장을 달달 외웠다. 짬짬이 남몰래 한 공부 덕분에 제대할 때 영어실력은 그나마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제대 직전 그간 격려와 영어편지를 보내주시던 플레밍 교수님이 미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교수님은 생전에 제대 후 내가 미국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게 추천해주셨다. 집안사정이 어려운 내게 이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결국 그 덕분에 제대 후 한학기를 마치고 교환학생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예상치 못했던 1년 간의 미국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니들이 영어맛을 알아?”

    지정된 학교에 도착해 영문과 수업을 들었지만 구어체 영어에 익숙하지 못한 나는 당혹스러운 경우를 종종 만났다.미국 본토의 맥도널드 가게에서 ‘쇼’를 했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차례가 되자 직원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히투고?”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가슴이 철렁했다. 뇌염(encephalitis)이나 복마전(pandemonium) 같이 복잡한 단어는 열심히 외웠지만, 분명 그리 어려운 뜻이 아닐 것임이 분명한 “히투고”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못 알아들었다는 사실을 간파한 직원이 다시 한번 “히어투고?”라고 천천히 말해주었지만 긴장한 나는 “예스”라고 대답해버렸다. 그러자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는 “1번 메뉴 주세요 (Number one, please)”를 반복했지만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배는 고프고, 얼굴은 붉어지고, 메뉴를 시켰는데 음식은 안 주고 이상한 질문이나 던지고, 뒤에서 사람은 기다리고, 내가 뭐라고 하면 자기들끼리 웃기만 하고….

    일상회화를 중심으로 영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히어투고?”가 “Here or to go?”라는 것,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가져가실 거예요? 아니면, 여기서 드실 거예요?”라는 뜻으로 일상적으로 손님에게 물어보는 표현이라는 사실, 빨리 발음하다 보면 히투고로 들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표현만 접해 딱딱한 문어체와 예의 바른 경어체가 입에 붙은 대한민국 토종이 어떻게 단시간에 여기에 적응할 수 있겠는가.

    생활비가 넉넉지 못하다 보니 정말 필사적으로 돈을 아껴가며 공부에만 전념했다. 신기한 것은 미국에서 영문과 수업을 듣기 시작한 초기부터 교수들이 필자의 에세이나 문학비평리포트를 읽은 후 보인 반응. “어디서 영어를 배웠느냐?” “한국에서만 공부를 한 게 사실이냐?” 등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매진해왔던 동아리활동과 학교숙제, 군대에서의 ‘틈틈이 공부’가 미국에서 뜻하지 않은 힘이 되어준 것이다. 무조건 많이 읽고, 쓰고, 듣는 과정을 반복한 덕분이었다.

    연수 1년으론 어림도 없다

    결론적으로 영어공부의 진전은 토종이냐 아니냐는 ‘출신성분’과는 별개이며, 오히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는 우연히 교환학생의 기회를 잡았지만 1년 정도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다녀온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급속히 발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제대로 문화를 이해하고 언어적으로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성인의 경우 최소 4~5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토종 영어 학습자에게는 그런 기회가 없다.

    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눈물과 정성으로 외우고 또 외워서 익힌 정식영어, 소위 ‘global current English’는 어디서나 힘을 발휘한다. 이는 내가 영문학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고, 이후 기자생활에서는 더 큰 효용성을 발휘했다. 이러한 영어는 미국에서만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의지와 꾸준한 학습으로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오히려 경계할 것은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해서 현지의 화려한 속어나 특이한 구어체 표현을 남발하는 일이다. 그보다는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단어나 표현으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을 올리는 수단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인 토종 학습자가 실용영어를 습득하기 위한 환경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당장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정성을 다해 공부한다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다. 만약 아직도 ‘공부하기에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거나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탈무드에 나오는 다음 구절을 읽어보라. “And if not now, when?”

    ◇ 제3부 ‘영어에 주는든 직장인을 위한 영어공부 10계명’

    ●시험공부는 그만, 실제로 써먹는 영어공부를

    한국의 영어공부 상황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TOEIC, TOEFL, TEPS 등의 영어관련 자격시험 공부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신사도 토익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서 소위 ‘찍는 요령’을 배우는 것은 분명 정상이 아니고, 바람직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대학시절 때부터 직장생활 5년차가 넘었는데도 수험용 영어참고서를 붙들고 있다면 당장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언제까지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할 것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면 기초적인 독해실력은 갖춘 것이다. 당장 자신이 근무하는 분야에 관한 영어잡지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보기 시작하라. 하루에 한 가지씩 흥미 있는 기사를 골라 그 내용을 노트에 영어로 짧게 요약·정리하라. 그리고 나서 남에게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혼자 말해보라. 혹은 마음 맞는 동료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라. 영어로 된 업무상 표현이나 취미와 관련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은 영어를 공부하는 목표이자 지름길이다. 당신의 영어실력은 평소에 활용해야만 늘게 마련이다. 죽기 직전까지 시험만 쳐서 영어실력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결과는 허무할 수밖에 없다.

    ●영자신문 읽기를 습관화하자

    앞서도 말했듯이 영자신문을 읽는 습관은 매우 능률적인 학습법이다. 그러나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자칫 이런저런 이유로 읽기를 게을리하면 펴보지도 않은 신문이 차곡차곡 쌓이고 만다. 처음 영자 신문을 대할 때는 우선 과욕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들이 일하고 있는 코리아 헤럴드의 경우 매일 20면씩 발행되는데 그 분량은 예상 외로 많다. 일단 1면부터 끝까지 신문을 죽 넘기면서 제목과 사진만이라도 들여다보며 대충 어떤 일들이 오늘의 중요기사인가 살펴보자. 그러고 나서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섹션으로 넘겨 기사 한두 개를 선택해 집중해서 읽는다. 선택의 기준은 ‘흥미가 가는 분야 위주일 것’.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바로 찾지 말고 대의를 파악한 후에 사전에서 확인한 후 큰 소리로 여러 번 읽어본다. 물론 매일 반복해야 한다.

    ●독해는 두 눈 부릅뜨고 능동적으로

    독해는 물론 영어로 된 자료에서 필요한 내용을 얻을 수 있는 도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작문을 위한 핵심적인 밑거름이다. 평소 영어로 쓰인 신문, 잡지, 인터넷 사이트를 볼 때 조금만 세심하게 살피면 여러 가지 유용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피동적인 내용파악보다는 실제 활용을 고려한 능동적 읽기(active reading)를 해야 한다. 하나의 문장에도 여러 가지 좋은 표현과 문형의 예를 찾을 수 있는데, 평소에 능동적으로 독해를 하지 않으면 이를 놓치고 넘어가기 쉽다. 좋은 표현과 정연한 논리로 되어 있는 영문자료를 읽되 표현노트를 만들어 한-영 방식으로 예문까지 적어놓는 것이 효율적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표현노트는 자주 복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영작은 틈나는 대로

    영작은 이메일이나 일기, 메모 등을 활용해 평소에 많이 해봐야 한다.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틈만 나면 종이에다 뭔가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영작할 내용이나 소재가 없다면 자신이 공부하는 독해나 청취 자료를 영어로 요약하는 연습을 추천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영어로 글을 쓰라는 것은 아니다. 조지 오웰의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1946)에 나오는 영작의 기본원칙을 살펴보자.

    1) Never use a metaphor, simile or other figure of speech which you are used to seeing in print.

    신문이나 잡지에서 본 멋진 비유법을 함부로 쓰지 말라. 멋있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끼어 맞추면 대부분의 경우 원어민의 교정에서 삭제, 수정된다. 멋있는 비유라고 해서 무작정 본인의 영작에 쓰지 말고 정말 적합한 경우에만 아껴 쓰라.

    2) Never use a long word where a short word will do.

    어렵고 복잡한 단어를 열심히 외워서 자랑하고 싶더라도 함부로 쓰지 말라. 대신 쉽고 간단한 단어 위주로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어려운 단어를 쓰기 전에 항상 읽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3) If it is possible to cut out a word, always cut it out.

    자신도 모르게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얼마나 많이 쓰고 있는지 깨닫기 위해, 일단 자신이 쓴 글에 있는 모든 형용사, 부사를 찾아 지워 보라. 그리고 다시 읽으면서 정말 반드시 필요한 형용사와 부사를 찾아서 추가한 뒤 원문과 비교해 보라.

    4) Never use the passive where you can use the active.

    수동태는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 항상 능동태의 ‘action verb’가 중심이 되는 문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5) Never use a foreign phrase, a scientific word or a jargon word, if you can think of an everyday English equivalent.

    너무 어려운 라틴어 표현, 혹은 불어 표현을 자신의 단어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쓰지 말라.

    6) Break any of these rules sooner than say anything outright barbarous.

    영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을 명심하고 글 실력을 키우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의미전달을 간단하고 명료하게 하는 편이 좋다.

    ●청취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말자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한 시간에 비해 영어가 쉽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포기할지 말자. 임계치에 해당하는 듣기 훈련을 위해서는 하루에 1~2시간씩 대략 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단 매일 청취 공부하는 시간을 정해 두고, 회화테이프를 들을 때는 반드시 스크립트가 있는 것을 구해 사용하자. 처음에는 스크립트를 전혀 보지 않고 반복해서 들은 뒤, 나중에 모르거나 들리지 않는 부분을 위주로 원문과 대조해 나간다. 또한 뉴스, 드라마, 영화, 소설, 코미디 등 되도록 다양한 자료의 서로 다른 억양과 액센트를 접하는 것이 실전에 도움이 된다. 영어청취는 어렵지만 가장 실용적인 분야임을 명심하자.

    ●회화공부는 일단 입을 최대한 활용할 것

    회화는 청취를 통해 배워야 제격이다. 회화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회화교재 테이프의 일정한 의미단위 부분을 정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은 뒤, 똑같은 억양과 액센트로 비슷하게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효과가 높다. 필자들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30~40번 정도 한 문단을 앵무새처럼 따라서 읽으면 거의 대부분의 표현을 입으로 외우게 되고, 실전에서는 이렇게 입으로 외운 표현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한 풍부한 화제를 갖추기 위해 평소에 꾸준히 책을 읽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라. 기본적인 인사가 오간 뒤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은 종종 영어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특별히 나눌 만한 대화주제가 없어서인 경우가 허다하다.

    ●콩글리시를 두려워 말자

    누구나 콩글리시를 거쳐야 제대로 된 영어를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하게 말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말을 배울 때 보면 문법적으로 틀리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하거나 무조건 혼내기만 했다가는 언어장애를 불러오기 십상이다.

    어른들의 영어공부도 마찬가지다. 틀리더라도 사용빈도를 높이는 것만이 실력증진의 유일한 방법이다. 콩글리시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말하며 틀리고 영문으로 오류투성이 글을 쓰는 것이 꿀 먹은 벙어리로 남는 것보다 백배 낫다. 그러다 보면 영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실용적인 회화나 영작에서는 빠르게 진전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작더라도 자신의 영어실력 향상을 느끼거나 하나둘씩 자신이 쓰는 문장의 틀린 곳을 찾아내는 기쁨은 영어공부의 강력한 동기유발이 된다.

    ●자료는 편식하지 말자

    영어에도 종류가 있다. 영국식, 미국식, 한국식 등 지역 및 문화차이에서부터, 같은 지역이라도 글로 쓰느냐 말로 하느냐, 공손한 표현이냐 친하게 지내는 사람끼리만 쓰는 말이냐 등 영어의 사용상 분류는 매우 다양하다. 문제는 영국식 표현만 많이 외운다든지, 문어체만 많이 습득하고 실용회화표현을 게을리한다든지, 공손한 표현만 외운다든지 하는 ‘절름발이 영어’. 한국 기성세대들의 영어는 상당수 이런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수십 년간 한국의 영어교육이 문어체와 단어 위주의 ‘편식’을 강요해온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전을 많이 펼쳐보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항상 사전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영한, 한영, 영영, 동의어사전을 기본적으로 구비하고 이미 아는 단어라도 꾸준히 펼쳐 읽으며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터넷을 항상 활용하자

    무궁한 인터넷의 바다에는 회화, 독해, 문법, 영작 등을 동영상이나 기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강의하는 곳이 널려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도움으로 자신에게 흥미를 주는 영어공부 자료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 변화다. 독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적합한 사이트를 찾아 꾸준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영자신문과 인터넷을 병행해 활용하면 효과만점. 종이신문을 매일 아침 꾸준히 읽어 그날의 중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감을 잡고, 이를 토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독해를 확장시키는 방식이다. 주요 영어신문, 잡지, 실시간 뉴스사이트와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전문지, 온라인사전, 검색엔진 등을 활용해 영어와 만나라. 큰돈 들이지 않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루라도 빼먹지 말자

    영어에 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 상당수는 ‘제대로 영어를 습득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언제 시작했는가 보다 얼마나 꾸준히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오늘 갑자기 15시간 공부하고 15일 내내 노는 것보다 하루에 한 시간씩 집중해 공부하는 것이 수십 배의 효과를 가져온다.

    영자신문을 구독하는 경우 매일 주요기사 1~2개를 정독하고 표현을 정리할 경우 30분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만 효과는 상당하다. 기사 하나에서 건질 수 있는 유용한 표현이 대략 10개라고 치면, 하루에 두 꼭지의 기사만 읽어도 20개, 한달이면 500개의 표현을 정리할 수 있다. 1년이면 무려 6000개의 표현을 습득할 수 있는 것. ‘그까짓 30분’이라고 우습게 보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영어공부에 자발적으로 ‘중독’되는 시간을 정해보자. 바야흐로 새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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