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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자연과 어울려 사는 길

  • 글: 이오덕

자연과 어울려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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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어울려 사는 길
지금 나이가 40대 이상으로 되는 사람들이 가끔 눈앞에 그리게 될 고향은 어떤 풍경일까? 아마도 대개는 포근한 산자락에 안겨 있는 초가집(또는 슬레이트집)들이 있고, 마을 앞에 냇물이 흐르고, 냇가에는 버드나무나 미루나무가 줄을 지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들 위에는 까치집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을 것이다. 까치집이 있는 풍경은 우리 모두의 고향이다. 김녹촌 선생의 동요에 ‘까치집’이 있다.

까치집 까치집 흔들리는 집흔들리는 방에는 까치 병아리바람에 흔들리며 잘도 크지요.

까치집 까치집 하늘 속의 집흔들리는 방에는 아기 까치들구름에 입맞추며 노래하지요.

하늘 위에 집을 지어놓고, 바람에 흔들리면서 노래하고, 구름을 쳐다보고 별을 바라보면서 자라나는 까치 아기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인가!

새들의 둥지가 모두 예술품이라 할 만하지만, 까치집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건축물이다. 그 딱딱한 막대기를 입으로 물고 어떻게 그런 집을 지을까? 까치집 한 채 짓는 데 나뭇가지가 1100개쯤 들어간다고 한다. 집짓기는, 이르면 2월 초부터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올해 우리 마을에서는 고욤나무에 있는 묵은 집을 크리스마스 전에 벌써 가지를 물고 와서 수리하는 것을 보았다. 새로 지을 경우 두 달이 꼬박 걸리기도 하지만, 늦게 시작해서 한 열흘 사이에 완성하는 수도 있다. 집짓기에 한창 바쁠 때는 먹는 것도 잊어버리는 것 같다. 하루 50개를 날라도 스무날을 쉬지 않고 해야 1000개가 된다. 저렇게 해서야 하루 겨우 10개를 물어 나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게 짓는 까치집도 보았다. 한번은 짝 한 마리가 긴 막대기를 물고 왔는데, 기다리던 짝이 그 막대기를 같이 이쪽 저쪽 끝에서 물더니 한참 애써서 그 중간을 뚝 부러지게 했다. 어느 아파트 마을에 있는, 가맣게 쳐다보이는 높은 굴뚝 위 철근 사닥다리에서 그런 어려운 공사를 하였던 것이다.

까치집에서 까치가 떠나버려 빈 둥지가 오래 되면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녹촌 선생은 그것을 두어 번 주워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둥지 안을 들여다 보았더니 알자리가 온갖 보드라운 것들을 다 물어다가 머리칼로 포근하게 얽고 다져놓았더라는 것이다. 그렇겠지.

까치집 재료로는 나뭇가지뿐 아니고 무슨 넝쿨이나 철사 동강이까지도 쓴다. 이곳에서 서울 가는, 충청도와 경기도 경계가 되는 길가에 좀 희한한 까치집을 보았다. 나뭇가지를 걸쳐놓을 만한 발판이 아무것도 없는 전봇대 기둥에 까치집이 붙어 있는 것이다. 이상해서 잘 보았더니 그 둥지 위쪽을 전깃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까치둥지가 전깃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째서 저게 와르르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나 싶어서 가까이 가서 쳐다보았더니 그 까치집 재료에는 포도 넝쿨이 많이 들어 있었다. 그 근처 일대가 포도밭이었다.

까치집은 소나무와 감나무에 지어놓은 것을 보지 못했다. 소나무는 가지마다 바늘 같은 잎이 꽉 돋아나 있어서 그럴 것이고, 감나무는 가지가 부러지기 쉬워서 안 짓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녹촌 선생은 소나무와 잣나무에 지어놓은 까치집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미가 새끼를 다 키워서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때부터 까치들은 집을 버리고 아무데나 날아다니면서 잔다. 자라난 새끼들은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짝을 맞추게 되고, 그리고 곧 집을 짓게 된다. 까치집은 새끼를 낳아 키우려고 한 것이었고, 새끼들이 다 크면 집 같은 것은 조금도 애착이 없이 버린다. 그리고는 다음해에 또 새집을 짓는다. 헌집을 고쳐서 쓰기도 하지만 대개는 새로 짓는다. 새집은 묵은집 위에다가 짓기도 하는데, 이래서 까치집이 3층이나 되는 수도 있다.

까치가 전봇대에 붙어서 올라가는 재주를 부리는 것을 본 아이가 있어 이렇게 시로 썼다(제목, 까치·강원도 양양 오색초등 3년 하지연·200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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