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길따라 맛따라

눈 덮인 귀틀집 사이로 밤새 까마귀 울고

오대산 방아다리 약수에서 부연동 오지마을까지

  • 글: 황일도 기자 사진: 김용해 기자

눈 덮인 귀틀집 사이로 밤새 까마귀 울고

2/3


“그래서 나 어릴 적 큰스님 말씀이 ‘오대산은 곰하고 중하고만 사는 데지 사람 살 곳은 못 된다’는 거였지요.”

먼 길 온 객에게 국화잎 띄운 녹차를 권하던 월정사 주지스님이 주섬주섬 옛 이야기를 꺼낸다. 폭설에 갇힌 절 식구들을 먹이기 위해 쌀 실은 소발구(수레형 썰매)를 끌다 밤을 새운 일이며, 월정사 참나무 숲을 베러 온 도벌꾼들과 주먹질해가며 싸운 일까지. 굽이굽이 이야기 듣다 보니 어느새 짧은 해는 뉘엿 서산을 넘었다.

월정사 요사채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고 아침 일찍 다시 길을 나섰다. 눈 덮인 계곡을 따라 올라갔던 446번 지방도를 그대로 내려와 다시 6번 국도에 접어들면 행선지는 진고개.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인 정상에 오르니 가슴이 탁 트인다. 오르는 길은 멋진 풍경에 놀란 감탄사로 이어지지만, 소금강으로 내려가는 길은 이리 휘고 저리 뻗은 가파른 비탈길에 겁먹은 감탄사가 이어진다.

오대산이 감춰놓은 또 하나의 보물이라는 송천계곡과 약수는 지난해 여름 수해에 상해 복구되지 않은 채였다. 아쉬운 마음에 폭폭 아궁이 연기를 뿜고 있는 식당집에 찾아드니 주 메뉴는 토종닭이란다. 옳거니, 뒷산 비탈을 아장거리던 바로 그 녀석인 모양이다.



장작불 땐 아랫목에 기대앉아 꾸벅꾸벅 졸다 보니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닭 한 마리와 포실포실한 찐 감자가 상위에 오른다. “한 술만 떠보라”고 내준 닭죽은 또 그것대로 입에 착착 붙어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원래는 약수로 닭을 쪄 벌건 색깔과 독특한 맛이 일품인데 약수터가 흙에 덮여 샘물을 쓰니 제 맛이 안난다”는 주인 아저씨의 아쉬운 자랑이 뒤를 잇는다.



2/3
글: 황일도 기자 사진: 김용해 기자
목록 닫기

눈 덮인 귀틀집 사이로 밤새 까마귀 울고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