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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兵馬俑1만 궁녀의 주지육림을 지키다

‘진시황의 나라’ 시안(西安)

  • 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7천 兵馬俑1만 궁녀의 주지육림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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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서부의 고도(古都) 시안(西安)은 진시황이 남긴 갖가지 유적과 유물로 가득하다. 표정과 자세가 제각각인 병마(兵馬) 도용(陶俑) 7000여 개가 그 핵심. 서른여덟 나이에 중국을 통일하고 스스로를 황제로 칭한 그는 왜 등신대의 병마용을 만들었을까. 천하통일 후 그가 들어앉은 아방궁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7천 兵馬俑1만 궁녀의 주지육림을  지키다

병마용 제1호 갱에는 등신대의 도용이 즐비하다. 자세히 보면 이들이 표정과 복장,머리모양,자세가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상영된 영화 ‘영웅’의 줄거리는 극히 단순하다. 이를 모를리 없는 장이모(張藝謨) 감독은 붉은색, 파란색, 녹색, 흰색, 검은색 등 다섯 가지 색채를 덧칠해 단조로움을 달랬다. 주인공은 전설적인 무예를 자랑하는 장천(견자단), 파검(양조위), 비설(장만옥), 무명(이연걸) 등 네 명의 검객.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위(魏), 한(韓), 초(楚), 조(趙), 연(燕), 제(齋), 진(秦) 등 ‘전국(戰國) 7웅’ 가운데 ‘식욕’이 가장 왕성하여 이웃나라들을 게걸스레 먹어대는 진나라의 왕(진도명)을 암살하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그들은 머리를 썼다. 어차피 네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를 죽일 수 없다면 자기네 가운데 최고수를 가려낸 다음 그의 손에 나머지 세 사람의 목을 들려 왕을 찾아가게 해 그 자리에서 최후의 일격을 가하자고.

그리하여 이름 없는 자객 무명(無名)은 드디어 진왕(秦王)과 마주앉게 됐다. 1만명이 넘는 황실의 호위군사와 항상 왕의 100보 안에서 움직이는 최정예 근위병 7인을 돌파하여 왕이 좌정한 옥좌 10보 앞까지 다가간 것이다. ‘10보 필살’의 검법을 익힌 무명으로서는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무명이 그 누구도 다가가지 못하는 100보를 넘어 불과 10보 거리에서 왕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진왕조차도 그토록 두려워했던 세 명의 자객, 곧 장천과 파검, 비설을 처치했다며 그들의 검이 담긴 상자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늘 누군가가 자기의 목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한 진왕은 최정예 호위대를 두고도 모자라 100보 이내 접근 금지령까지 내렸다. 자신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그를 노리는 자객 장천과 파검, 비설의 목을 베어오는 자에게는 10보 안에서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야만 두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해서 무명은 막상 진왕을 마주하긴 했으나 생각했던 대로 검을 빼들지는 못했다. 진왕을 겁내서도, 최정예 근위병이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왕의 말을 듣다 그만 왕에게 설득당하고 만 것이다. 죄 없는 생명이 더 이상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자기 같은 자객이 아니라 천하통일을 이루려는 진왕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대의를 위해 자진해서 목을 내놓은 세 사람을 대신해 왕을 죽이려 했던 그가 더 큰 대의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왕에게 살의(殺意)를 품었다는 죄를 짓고 말았다. 그래서 왕궁을 벗어나기 직전 왕의 부하들에게 붙잡혔고, “진나라 법에 따르면 그를 죽여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병사들의 물음에 왕이 “법대로 하라”고 대답함으로써 그는 처형됐다. 왕은 그의 용기가 가상해 살려주고 싶었지만 국법을 어길 수는 없는 일. 어쩔 수 없이 죽이긴 했으나 왕은 그에게 ‘영웅’이란 칭호를 내렸다.

장이모의 ‘영웅’이 정작 보여주고자 했던 영웅은 누구일까. 진왕일까 무명일까. 아니면 두 사람 모두일까. 무명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자객열전에 나오는 형가(荊軻)라는 자를 꼭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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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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