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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가 이오덕의 들판이야기

들나물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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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나물 산나물
나물에는 밭나물, 들나물, 산나물, 바다나물(바닷말)들이 있다. 그러니까 논밭에 심어 가꾸는 나물과 산이나 들이나 물 속에 절로 나는 나물이 있어서 반찬으로 해먹을 수 있는 모든 푸나무의 잎과 줄기와 뿌리와 열매를 나물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 나물 가운데서 밭에 심어 가꾸는 나물만을 가리켜 남새라고도 한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나물과 남새다. 한자말 좋아하는 글쟁이들은 채소라고도 했다. 왜 이런 뻔한 말을 하나? 사람들이 모두 우리말을 하지 않고 일본말 따라 ‘야채’라 하기 때문이다. 책이고 신문이고 방송이고 상품 광고고 온통 일본말 ‘야채’만 쓰면서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왜 ‘야채’라 하지 않고 나물이라는 촌스런 말을 하는가 하고 생각할 것 같아서 우선 말 한 가지라도 살려야겠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촌스런 말이 진짜 우리 말이다. 나물이란 말 하나 잘 살려 쓰게 된다면 그 나물을 먹으면서 이 땅에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저 파란 하늘 같고 맑은 바람 같은 마음을 다시 우리 몸 속에서 살려낼 수도 있다. 그 나물의 참맛을 알게 되면 자연 그대로인 싱싱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가 다시 살아날는지도 모른다. 우리 말을 찾아 가지는 일은 이래서 우리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우리 영혼을 찾아 가지게 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확실한 길이 된다.

요즘 논밭에서 금비와 농약으로 가꾸는 재미 없는 나물 이야기는 그만두고 들나물 산나물 이야기나 하겠다. 이른봄 자연에서 가장 먼저 얻어먹을 수 있는 나물이 냉이다. 누구든지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긴 겨울 동안 갇혀 있던 방에서 나와 오늘은 햇살이 제법 따스하구나, 이제는 양지쪽 산기슭 잔디밭에 할미꽃이 피어날는지도 모른다 하고 사립문을 나서서 흙담 골목을 돌아 나오며 발밑을 내려다보는 순간 그 흙담 밑 땅바닥에 아, 연두빛이 도는 조그만 냉이들이 오박조박 나 있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기쁜 소리를 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야아, 날생이다! 얘들아, 이리 와봐, 벌써 날생이가 나왔어!

그러나 골목길 돌담 밑에 냉이가 연두빛으로 돋아나기 며칠 전부터 벌써 언니들은 아직도 찬바람 부는 산기슭 양지쪽을 날마다 찾아가서 냉이를 캐고 있었다. 냉이는 지난해의 명(목화)밭이나 배추밭이나 조밭이나 어디를 가도 흔하게 나 있는데, 아직 그 잎들이 풀빛으로 물들지 못하고 흙빛 그대로, 더러는 잎들이 얼어서 겨울 바람에 말라 시들어 있기도 하지만, 땅은 녹아서 호미로 캐면 하얀 뿌리가 나온다. 그것을 종다래끼에 한가득 캐면 그날은 온 식구가 냉이국 냉이무침으로 밥상 앞에서 봄 이야기에 꽃을 피운다. 향긋하고 달콤한 냉이는 바로 새봄의 향기였고 새봄의 맛이었다. 한 해 동안 자연이 주는 온갖 선물 가운데 가장 반가운 첫 선물이 냉이었던 것이다.

냉이를 캐면서 또 함께 캐는 나물이 씀바귀다. 씀바귀도 냉이처럼 아직 그 잎이 겨울 추위에 얼어서 말라 있는 것을 그대로 캔다. 씀바귀는 무쳐 먹는데 그 맛이 씁쓰름해서 아이들은 즐겨 먹지 않았다. 어른들은 “쓴 나물이 밥맛을 돋우고 몸에도 좋다”고 했지만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어른이 되고, 더구나 늙은 나이가 되니 씀바귀 맛을 알겠다.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봄나물이 씀바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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