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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요리솜씨

소리의 마술사가 만들어낸 새콤달콤한 떨림

성우 배한성의 깐쇼새우

  • 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소리의 마술사가 만들어낸 새콤달콤한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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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우 요리만큼 인기 있는 것도 드물다. 맛은 물론이거니와 영양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칼슘이 멸치보다 많고, 비타민과 필수 아미노산도 가득해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주는 강장식품으로도 최고다. 예로부터 총각은 지나친 섭취를 삼가라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올 정도다.
소리의 마술사가 만들어낸 새콤달콤한 떨림
성우들 사이에 전설이 된 에피소드 하나가 있다. ‘코끼리 사나이(엘리펀트맨) 따라잡기’라고나 할까. 외화 ‘코끼리 사나이’는 영국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한 임신부가 서커스 구경을 갔다가 우리를 탈출한 코끼리에 밟혀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기형아를 출산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엘리펀트맨이라 불렀다. 그러한 그의 일생이 영화뿐 아니라 연극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에 소개됐던 것.

외화가 국내 방송을 통해 소개되려면 먼저 번역을 한 뒤 성우들의 더빙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코끼리 사나이’의 주인공 상태는 최악이었다. 입이 돌아가 반쯤 열린 입술 사이로 말을 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침과 이를 다시 빨아들이는 훌쩍거림…. 아무리 숙달된 성우라도 번역된 대사로 입 맞추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이런 소리까지 전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때 주인공역을 맡았던 성우는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한쪽 볼에 알사탕을 물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청자들은 일그러진 입으로 침 흘리며 말하고 훌쩍거리는 주인공이 마치 한국말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면 좀 과장일까.

그 때 그 성우가 바로 배한성(裵漢星·57)씨다. ‘목소리의 마술사’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나이’. 아무 이유 없이 그에게 이런 최고의 찬사가 붙은 게 아니다. 물론 타고난 목소리 덕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끊임없는 노력과 고민 그리고 도전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찬사다.

월북한 아버지며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고 힘겹게 살았던 어린 시절도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의 하나다. 그는 ‘동아일보’ 배달소년이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신문을 배달하며 공부해서인지 지금도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나태한 꼴은 절대 못 봅니다”라는 그의 말에서도 그런 태도가 묻어난다.

외화 더빙 작업을 할 때 영화 속 인물의 성격을 분석해내는 그의 치밀함은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시켰다. ‘형사 콜롬보’ ‘맥가이버’ ‘아마데우스’ ‘스타스키와 허치’ ‘빠삐용’ ‘형사 가제트’ 등 수많은 작품에서 그의 목소리 연기는 실제 연기자를 압도할 정도였다. ‘형사 콜롬보’의 주연 피터 포크와 ‘맥가이버’의 리처드 딘 앤더슨이 지금 국내 TV에 출연해 더빙 없이 ‘진짜’ 자신의 목소리로 말한다면 ‘목소리가 원래 저랬나’하며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의 음식솜씨는 어떨까. 배한성씨가 들고 나온 요리는 깐쇼새우. 경기도 평촌 집 인근에 위치한 중화요리점 ‘희래등’ 사장 이재희(李在熙·53)씨에게 한 수 배운 솜씨다. 두 사람은 배씨가 이씨를 ‘바이올린과 자장면’이라는 제목으로 방송에 소개하면서 가까워졌다. 이씨는 자장면을 빼는 솜씨만큼 바이올린을 켜는 실력도 수준급이다.

깐쇼새우 요리에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새우가 적합하다. 이보다 조금 큰 중새우도 괜찮다. 먼저 새우의 껍질을 꼬리 부분만 남기고 벗긴다. 중새우의 경우 속까지 잘 익도록 새우 등에 세로로 절반깊이의 칼집을 낸다. 그리고 풀어놓은 계란과 녹말가루에 새우를 넣어 골고루 잘 묻혀 기름에 튀겨둔다.

이 요리의 키포인트는 소스. 대파와 당근 버섯 빨간고추 피망 오이 죽순 샐러리 등 갖은 야채를 잘 다진다. 열이 잘 전달되는 중국냄비나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따라 적당히 가열한 후 다져놓은 야채를 넣어 익힌다. 다진 마늘은 잠시 불을 끈 후 넣는 것이 좋다. 불이 너무 세면 자칫 마늘이 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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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사진: 김용해 기자 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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