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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붓 따라 길 따라

그리움 솔에 담고 외로움 파도에 씻네 덕적도

그리움 솔에 담고 외로움 파도에 씻네 덕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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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뭍에 대한 그리움이 복받치면 덕적도 아이들은 바다로 달려나가 파도에 몸을 맡긴다.
  • 그래도 그리움이 씻어지지 않으면…, 하늘을 우러러 별을 세며 밤을 새운다.
그리움 솔에 담고 외로움 파도에 씻네 덕적도

송림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서포리 해수욕장. ‘솔 향기 그윽한 덕적도’의 상징이다

“얼마는 저승 쪽에 기울고 / 남은 얼마를 이승 쪽에 기운 / 눈부시어라 / 섬은 사랑의 모습이네”

이름이 가물가물한 어느 작고 시인의 시, ‘섬’을 입 안에서 조곤조곤 읊조리는 동안 배는 어느새 덕적도에 닿았다. 인천 연안부두를 떠난 지 50분 만이다. ‘저승’과 ‘이승’, ‘섬’과 ‘사랑’이란 각각의 광활한 주제를 짧은 몇 마디로 떠낸 시인의 번뜩임을 찬탄해서인가, 섬에 닿으니 상여가 나가고 있었다.

낙조대 그리고 망자의 바다

“운이 좋습니다.” 배에 함께 탔던 중년의 섬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을 건다. 영구차나 상여를 보면 그날 재수가 좋다더니 그걸 얘기하는 걸까. 멀뚱히 쳐다보자 사내는 “요즘 섬에서 초상 치르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답니다. 중병이 들면 대개 뭍으로 나가니까…”라며 또 씨익 웃는다. 뭍사람은 보기 힘든 섬 고유의 장례의식을 마주할 기회를 낚았다는 얘기였다.

5월의 아침해가 그닥 뜨겁지 않은 데도 상두꾼들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울긋불긋 장식을 한 꽃상여가 그예 떠나기 싫은 듯 가다 뒷걸음질하기를 몇 차례, 동네를 한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언덕을 오를 때에는 상엿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상두꾼 상주 문상객 모두가 그저 헉헉 가쁜 숨만 내쉰다.

차들도 거북이처럼 부릉거리며 그들의 뒤를 따른다. 한나절 섬구경을 시켜준다며 우리를 ‘모신’ 면 직원은 안절부절못한다. 상여를 앞질러 가면 상주는 물론 마을 주민들한테 욕을 바가지로 듣기 십상이고 심하면 얻어맞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상주도 조문객도 아니면서 우리처럼 앞지르기를 못해 엉거주춤 상여행렬에 낀 차들이 꼬리를 문다.

마을을 떠난 지 1시간 가량 됐을까. 상여는 산 중턱 정자 옆에 멈춰 섰다. 낙조대다. 떨어지는 해가 만들어내는 노을이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이다. 그곳에서 상여는 가물가물 먼 바다를 바라본다. 평생을 바다에 살며 아련한 그리움처럼 뭍 생활을 동경했을 터인데도 이승의 마지막길, 잠시 쉬는 짬에조차 망자는 끝내 바다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상두꾼들이 담배를 꺼내 무는 사이 상주측은 노제 준비를 한다. 문상객들은 그늘을 찾아 소나무 아래 웅기중기 모여들어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화제는 단연 뭍이다. 장례 참석차 육지에서 들어온 이들이 이런저런 뭍의 생활을 주워 섬긴다.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듣는 섬사람들에게 그들은 항상 후렴처럼 같은 얘기를 던진다. “아이구, 차라리 섬 구석에 처박혀 사는 게 낫지, 육지 생활이란 게 전쟁이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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