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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그러진 근대-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곡해와 왜곡의 ‘거울’로 근대를 바라본 비교사적 관점 탁월

  • 글: 김기봉 경기대 교수·역사학 nowtime21@yahoo.co.kr

‘일그러진 근대-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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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근대-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최근 출판계와 학계를 보면 ‘근대’를 표제어로 하는 책과 심포지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근대에 대한 이처럼 높은 학문적 관심은 세계사적으로는 탈(脫)근대의 담론이 출현하고, 한국사적으로는 식민지 근대성이 쟁점이 되는 것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 좋든 싫든 간에 전 지구를 하나의 세계로 통일했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근대의 가을’에 살고 있다.

‘근대의 가을’에서 근대를 추억하는 일은 당연히 우리가 언제, 어떻게 근대에 살게 됐는지를 성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우리의 근대에 대한 추억은 일제 식민지 지배라는 쓰라린 기억을 동반하기 때문에 말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오랫동안 근대를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만 믿었기 때문에 근대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인 경험을 근대로 이야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대의 가을’에 이르러 근대의 빛과 그림자의 전모가 드러남으로써, 근대의 병리학이니 근대의 패러독스와 같은 말이 등장하면서 근대의 신화는 깨졌다. 지향해야 할 삶의 목표였던 근대가 삶의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상적 근대와 비정상적 근대, 또는 근대는 문명이고 전근대는 야만이라는 이분법은 의미를 상실했다. 가장 근대적인 전쟁이 가장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역설을 두 번이나 경험한 인류는 문명과 야만은 모순이 아니라 근대라는 동전의 양면임을 깨달았다. 근대 자체가 일그러져 있기 때문에 우리의 근대가 일그러진 것이고, 그래서 우리의 일그러진 근대를 ‘식민지 근대’라고 지칭하는 것의 터부(Taboo)도 이제는 깨졌다.

‘중국계’에서 ‘서양계’로 우주관이 전환된 근대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지향 교수의 근저 ‘일그러진 근대-100년 전 영국이 평가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푸른역사)은 첨예한 식민지 근대화 논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우리와 일본의 근대성을 성찰하는 책이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보지 못하는 인간은 성찰을 하기 위해 거울이 필요하다. 자기의 거울은 타자(他者)이고 타자의 거울은 자기다.

역사를 자기 나라의 이야기로만 보는 ‘국사’는 타자라는 거울을 보지 않는 역사학이다. 이에 대해 한국에서 서양사와 동양사를 전공하는 역사가들의 임무는 타자로서의 서양과 동양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역사를 비추어보는 일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서양사학자와 동양사학자는 미국사, 영국사, 프랑스사, 독일사 그리고 중국사와 일본사라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박교수가 여타의 서양사학자와 다른 것은 전공인 영국사를 공부하면서도 관심을 내내 우리 역사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우리가 서양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 자체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양과 우리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그들을 반면교사로서 잘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나를 잘 알게 되는 것처럼 우리 역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비교사의 관점이 필요하다. 비교사란 자기의 역사를 타자의 역사에 비추어보고, 또 타자의 역사를 자기의 역사에서 바라보는 역사학의 ‘거울놀이’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를 규정하는 말은 ‘과거 청산’이다. 과거사에서 한쪽이 채무자라면 다른 쪽은 채권자가 된다. 역사가 한국과 일본 둘 사이의 관계로만 이루어진다면, 이런 식의 과거 정리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종래의 한국사 연구자는 일반적으로 이런 식으로 우리의 근대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박지향 교수는 영국이라는 제3자의 시선을 따라 우리와 일본을 견주어보는 비교사의 시각을 열어놓음으로써, ‘과거 청산’과는 다른 방식으로 한·일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

영국이라는 제3자의 시선의 주안점은 근대였다. 100년 전 우리와 일본의 공통된 화두는 근대화, 곧 근대라는 역사적 시간으로의 진입이었다. 우리와 일본에 있어 근대란 세계의 중심이 중국에서 서양으로 바뀌는 시기였다. 중국이라는 태양을 도는 ‘중국계’에서 서양이라는 새로운 태양을 향하는 ‘서양계’로 우주가 바뀌는 대전환기였던 것이다. 영국은 이런 ‘서양계’의 중심 중의 중심에 서 있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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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봉 경기대 교수·역사학 nowtime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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