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호

과일 자르지 않고도 맛 알아낸다

  • 글: 김홍재 동아사이언스 기자 ecos@donga.com

    입력2003-07-30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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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자르지 않고도 맛 알아낸다
    줄무늬가 선명한 수박과 노란 참외가 유혹하는 여름이다. 시원한 과일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준다. 그런데 막상 과일을 샀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맛이 덜하거나 푸석거리는 것이다. 사실 이런 일은 과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일은 하나 하나가 살아 있는 생체로 공산품과는 다르다. 동일한 품종이고 동일한 장소에서 수확하더라도 개개의 특성이 똑같지 않다. 따라서 과일의 품질을 알려면 내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과일을 자르는 순간 과일은 상품으로서 가치를 잃는다.

    최근 과일을 손상시키지 않고 맛과 내부 이상을 알아내는 첨단 비파괴 생체계측기술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과일에 사용되는 비파괴 기술은 광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근적외선 영역의 빛을 과일에 비추면 과일 내부의 분자들은 다양한 분자 운동을 일으킨다. 따라서 과일을 통과한 근적외선 영역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면 과일에 들어 있는 성분의 종류나 양을 알 수 있다. 당도와 산도를 결정하는 물질의 종류와 양을 통해 과일의 맛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다.

    한편 과일 내부의 변색이나 부패와 같은 이상은 색상의 변화로 나타난다. 색상의 변화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강력한 가시광선을 과일에 쬔 후 아주 작은 양이지만 반사되지 않고 투과한 빛을 분석하면 내부 이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서울대 생물자원공학부 비파괴품질측정기술연구실은 8년 전 비파괴 생체계측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과일 선별기에 장착해 가동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탄생한 생명공학벤처 (주)생명과기술의 류동수 연구소장은 “사과 배 복숭아 감귤 단감 수박 참외 멜론 등의 당도나 산도, 그리고 내부 이상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면서 “새로운 과일이나 그 품질인자를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일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성분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한 나라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한국, 일본, 뉴질랜드뿐이다. 몇몇 선진국은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파괴 생체계측기술을 사용하면 과일을 맛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면 단맛이나 신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맞춤 과일을 골라 먹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과일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는데, 비파괴 기술은 과일의 품질을 명확히 알려줘 주문자의 항의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산자는 제값 받고 과일을 팔고, 소비자는 높은 품질의 과일을 골라 먹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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