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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속 三國志’ 읽어야 三國志가 보인다

  •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三國志 속 三國志’ 읽어야 三國志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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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國志 속 三國志’ 읽어야 三國志가 보인다
바야흐로 삼국지를 둘러싸고 일진광풍이 일 모양이다. 삼국지에 따르면 천하는 나눠지면 합해지고 합해지면 반드시 나눠진다고 했던가. 대결은 이미 시작됐다. 삼국지 천하를 평정하고 십여 년 이상 도전을 허락치 않던 이문열(민음사)의 아성에 황석영(창작과비평사)이 도전장을 냈다. 그런가 하면 잊혀져가던 김구용(솔출판사)이 권토중래를 엿보고 장정일(김영사)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중국 연변대 교수 10여명이 10년에 걸쳐 번역한 것을 우리말 어법에 맞게 고친 ‘삼국지’(현암사)도 올 가을을 기약중이다.

삼국지를 말하는 ‘삼국지학’

일대 결전에 나선 작가들과 출판사들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결전을 지켜보는 관객들이야 흥미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더욱 재미있는 관전을 위해 일독을 권하고픈 책들이 몇 권 있는데, 그 가운데 야마구치 히사카즈(오사카시립대 문학부 교수)의 ‘사상으로 읽는 삼국지’(이학사)가 1순위다.

삼국지를 주제로 한 많은 책들 가운데 본격적인 ‘삼국지학’ 수준에 도달한 책은 드물다. 그 수준을 성취했다고 볼 수 있는 이 책에서 우리는 도원결의의 사상적 배경, 망명 지식인들이 모인 형주학파, 삼국지의 지정학, 유비의 제갈공명에 대한 신뢰의 정치적 배경, 오나라가 강동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 유교 이념에 대한 의도적 도발자로서의 조조 등 무게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들과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유비를 어떻게 평가할까?

저자는 유비에게서 헤겔의 ‘이성의 간지’와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을 읽어낸다. 유비는 의리와 명분을 중시하는 인간적 매력으로 무능력을 보충하면서 협객 무리를 이끈 지배자였다는 것. 요컨대 그는 교활한 간지의 소유자이자 그 간지를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교묘하게 도구화했다. 유비가 아들 유선을 제갈공명에게 부탁하고 세상을 떠나는 장면은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른바 탁고(託孤)의 고사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유비의 탁고는 촉나라의 신구세력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전술이었다.

구전된 이야기가 삼국지 모태

본격적인 삼국지학의 사례로 김문경 교수(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의 ‘삼국지의 영광: 베스트 소설 천년의 역사’(사계절)를 빼놓을 수 없다. 관우는 오늘날까지 사당에 모셔져 신으로 추앙받는다. 왜일까? 저자에 따르면 관우의 고향이 유명한 소금 산지인 산서성 해주(解州)였다는 데 그 까닭이 있다. 전국을 떠돌며 활약하는 소금 상인들이 고향의 영웅 관우를 숭상한 탓에 관우는 상인들의 신으로 추앙받게 됐다는 것.

삼국지의 형식상 주인공인 유비는 도무지 남자다운 구석을 찾기 힘든 못난이 같다. 눈물도 자주 흘리는 유비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망받는 주인공인 까닭은 무엇일까? 저자는 유비는 물론 ‘서유기’의 현장, ‘수호지’의 송강 등이 모두 여성적 지도자란 점에 주목한다. 지도자는 온순하지만 주위의 유능한 인물들이 큰 활약을 펼치며 지도자를 보좌하는 구성을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실제 역사서에서는 박망파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은 공명이 아닌 유비였고, 독우를 회초리로 때린 사람도 장비가 아니라 유비였다는 지적, 삼국 중 오나라는 삼국 대결에 큰 흥미가 없었고 남방 개척에 더 신경을 쓴 파이어니어 같은 나라였다는 주장, 소설 ‘삼국지’가 탄생한 데는 역사서 ‘삼국지’가 어렵다 보니 여기에 쉽게 접근해보려는 당시 과거 수험생들의 수요도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설명 등이 눈길을 끈다. 김문경 교수는 ‘삼국지’의 작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1494년에 처음 간행된 ‘삼국지’엔 원나라의 나관중이 작자로 돼 있다. 그러나 이는 흥미를 끌기 위해 당대 최고 이야기꾼의 이름을 빌린 것일 뿐, 실제론 구전되던 이야기가 연극 공연 등을 통해 다듬어져 탄생한 것으로 보는 게 옳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국인이라면 예외 없이 삼국지를 재미있어 하는 것은 이런 집단창작 과정을 거치며 중국인의 정서가 짙게 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오늘날에도 삼국지를 읽는 것이 중국 문화와 역사, 중국인의 국민성, 사고방식 등을 이해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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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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