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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

‘한국의 性 숭배문화’

섬기는 성 문화의 행위적 원천과 의미를 찾아서

  • 글: 김헌선 경기대 교수·국문학 y3k@kyonggi.ac.kr'

‘한국의 性 숭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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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性 숭배문화’
성(性)은 인류 번식의 기본수단이면서 쾌락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기능적 측면에서 둘은 구분되지 않는 것이지만, 간혹 긴장된 관계를 형성하면서 인류문화 생성에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 한국인의 성 관념 역시 인류 보편사에 기여하면서 나름대로 독자적 문화를 이룩하고 변천해왔다고 확신한다.

인류의 지적 이해가 부족한 때에 성은 신비롭고 경외로운 대상이었다. 성을 섬기고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이러한 태도 때문이다. 이는 무지몽매하게 보이는 성 숭배문화를 낳았다.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사고를 존속시킨 결과로 성을 해석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을 보편적으로 누리게 되면서 신성성이 거세되고 성의 세속화가 가속되면서 인류는 성 숭배는 미신이며 특정한 이념의 봉사적 도구였음을 깨닫게 됐다. 신성한 성 숭배가 사라지고, 쾌락적 성 향유로 대치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즉시 임의적으로 선택하는 성 문화가 양산되고 있다.

‘섬기는 성’과 ‘누리는 성’의 접합점 모색

누리는 성이 본격화되면서 우리가 성에 관해 진실로 행복하고 즐거웠던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모르고 섬기던 성의 외경감과 신성함이, 알고 즐기는 성의 비속함과 천박함으로 변화한 데 말미암아 우리는 이제 숨가쁘고 부끄러운 성적 탐닉을 여기저기 도배하기 시작했다. 성의 과시와 육욕적 실현이 눈 뜨고 눈 감는 우리의 하루 일상을 장식하게 됐으며, 싫다거나 아니라고 해도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당장 벌이가 되는 성에 관련된 일을 서슴없이 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됐다.

다른 사람의 눈요깃감이 되는 일을 가치 있다고 여겨서 예쁘고 아름답고 성적 매력이 있고 섹시하다는 말에 스스로 득의양양하는 세상이다. 성 자체가 지니고 있는 본디의 생산적 능력에 불임성이 배태돼도 여전히 성의 복제된 단순 재생산에만 골몰하는 이 시대는 성의 저주와 죄악만이 길이 남으리라 필자는 판단한다.

신성한 성의 자취와 성의 순정한 면모를 알고 싶거든 이종철 국립민속박물관장의 근저 ‘한국의 성 숭배문화’(민속원)를 읽어보라. 성을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인간 본연의 깊은 면모를 이 책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통적인 성에 관한 읽을 거리, 볼 거리, 귀기울일 거리 등이 실려 있다. 친절히 안내하는 글감이 있고, 현장에서 얻은 사진이나 그림 등이 있다. 번뜩이는 재치와 통찰은 이 책을 빛나게 한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존재하는 문헌의 섭렵과 전국을 샅샅이 누빈 밀착적 현지조사의 결과는 이 책을 더욱 값지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의 오랜 천착이 이 책으로 귀결됐으며, 그만큼 끈질기고 건강한 성 문화에의 강렬한 탐구가 돋보인다.

이 책의 골자는 섬기는 성기와 성기의 교접 자체를 섬기는 요소를 한 축으로 하고 굿과 놀이로 표현된 요소를 또 다른 한 축으로 해서 이들의 결합 양상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성기의 개별 숭배와 성기의 조합 숭배를 가르고, 다시금 성교의 양상에서 모형 성기 봉납과 기우제를 가르고, 놀이에서 여성들만의 놀이와 줄다리기나 탈춤을 갈라서 기본적인 성 숭배 양상 자체를 조감하도록 했다. 섬기는 성의 문화적 분류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류는 연구사의 이정표를 수립한 결과임이 확실하며 아마도 이 책의 요긴한 성과일 것이다.

이 책은 성 숭배의 문화를 통시적으로 조망한다. 성에 관한 시대적 조감을 통해 성의 유산 차원에서 발생한 관념의 지속과 변화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원시시대와 고대에 존재한 성 숭배 유물을 흔하게 활용하면서 성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도 성 문화가 여전히 존속되면서 한편으로 달라졌음이 확인된다. 성은 역사적으로 달라졌는데, 그것은 성을 숭배하는 생각의 차원에서부터 달라졌으며 생각의 변화에서 유물이나 관련유적이 구현되었음이 규명된다. 또한 신성하게 숭배하던 성의 문화로부터 유쾌하게 향유하는 성의 문화로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전되고 변형되었음이 확인되고 있다. 성 숭배의 역사적 조망을 이토록 간추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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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헌선 경기대 교수·국문학 y3k@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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