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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노예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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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노예시대
지난 밤 잠들기 전 알아본 오늘의 날씨를 아침에 다시 확인한다. 오늘 가야 할 곳의 교통 사정이나 만날 사람들을 하나하나 머리에 떠올려보는 일도 잊지 않는다.

식탁에 앉으면서 신문의 주식 정보부터 훑는다. 아내가 밥상을 보면서 내놓는 건강 장수식품 얘기도 들어줘야 한다. 지난 밤 놓친 TV 연속극 내용도 듣는다.

이승엽이 또 홈런을 쳤는지, 대통령이 이번에는 언론에 어떤 말꼬리를 잡혔는지, 후세인은 아직도 살아 있는지,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나타난다는 괴물은 정말 실재하는 것인지도 오늘의 화제 거리로 챙겨둔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렇게 정보 챙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단 오늘뿐 아니라 인류의 역사가 그렇게 발전해왔다. 살기 위해서, 남보다 더 나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했다.

정보를 제대로 못 챙겨 소외되고 불이익이 발생하는 스트레스야말로 현대인들이 앓는 가장 심각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의 정보마인드 더듬이는 갈수록 길어지면서 불안하게 떨고 있는 것이다. 국경이 없는 인터넷 시대, 세계가 좁아진 이 시대에 정보는 살아남기 위한 보호막이고 강자가 되기 위한 무기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보매체가 전화일 것이다. 통신기구의 발달이야말로 정보화 시대의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실감케 한다. 1970년대만 해도 유선전화는 마을의 이장 집에나 겨우 한 대 설치돼 있었는데 이제는 노점을 벌인 할머니까지 휴대전화를 쓰고 있을 정도로 무선통신의 천국이 되었다.

얼마 전 달리는 기차에서 휴대전화로 30분 이상 통화하는 여인네를 보았다. 호주에 유학간 열네 살 딸한테 거는 전화라고 했다.

어제는 뭐 먹었느냐, 친구 아무개하고는 절대 만나지 말아라, 변기에 화장지를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된다, 언니가 밤마다 몰래 전화하는 남자 친구가 누군지 알아놔라, 엄마가 갈 때 무엇무엇을 사 가겠다며 물건 품목까지 일일이 열거했다.

내가 일을 보고 있는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에 중학생들이 단체로 왔다. 내 얘기를 듣는 중에도 계속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통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의도 줄 겸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다. 두어 명이 손을 들었다. 그 중 한 학생은 자기 휴대전화가 집에 있는데 잊고 그냥 왔다고 했다.

어린 자녀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주는 부모들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남들이 다 사주니까, 하나 있는 자식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 소재 파악이나 안전을 위해서 등 갖가지 구실이 있겠지만 진짜 이유는 자신들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는 걸 그네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자식 교육을 휴대전화 하나 사주는 일로, 인터넷 게임 중독을 방치하는 일로 얼버무리고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부모의 역할 포기라고 할 수 있다. 좀 심하게 말해 휴대전화를 어린 자식한테 사주는 일은 자신들이 떳떳한 곳에 있지 못하는 그 시간에 대한 알리바이 만들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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