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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평|조선의 왕세자 교육

聖學의 세계 천착한 흥미로운 학술서

  • 글: 최봉영 한국항공대 교수·한국학 bychoi@mail.hangkong.ac.kr

聖學의 세계 천착한 흥미로운 학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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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學의 세계 천착한 흥미로운 학술서

김문식·김정호 지음/김영사/340쪽/1만4900원

흔히 현재가 어려워질수록 과거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바탕인 동시에,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단순한 호기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경우에도 얻어지는 결과가 의외로 풍성하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는 일이 많다. 이러한 경험을 여러 번 한 이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긴다.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눈이 닿는 곳 가운데 하나가 조선시대이다. 조선시대는 우리의 과거가 가장 잘 집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꾸려가고 있는 삶의 많은 부분을 꺼내온 문화의 창고다. 이런 까닭에 우리의 삶을 더욱 알차고 풍요롭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연히 조선시대라는 문화의 창고에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와 조선시대는 한 세기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 사이에는 섣불리 건널 수 없는 큰 틈새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근대와 전근대라는 틈새로, 오늘날 우리가 국민주권에 기초한 국민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신분제도에 기초한 왕조국가에서 살았다는 점이다. 조선시대는 하늘의 명을 받은 국왕이 다수의 양반관료를 신하로 거느리고 백성을 통치하던 왕조국가이니, 오늘날 말하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와 같은 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러니 조선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를 대표하는 절대적 권위체인 국왕을 알아야 한다.

친근한 제목, 그러나 깐깐한 내용

최근에 조선시대 국왕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유익한 책을 접하고 매우 기뻤다. 김문식과 김정호가 공동으로 저술한 ‘조선의 왕세자 교육’은 조선시대에 국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드러내어 왕과 왕세자는 물론이고 유교문화의 기본 성격을 잘 이해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조선의 왕세자 교육’은 여러 가지 특징을 갖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동일한 주제에 관심을 가져온 두 사람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저술한 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두 사람으로 되어 있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한 사람의 저술로 느껴진다. 두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시작에서 끝까지 논지를 정연하게 끌어가고 있다. 이처럼 본격적인 공동저작은 흔치 않은 일로, 우리의 학문 발전에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치의 빈틈도 없는 교육 프로그램

‘조선의 왕세자 교육’은 조선시대 유교국가가 추구한 왕세자 교육의 실상을 매우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 교육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서 학교에서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일상 생활의 모든 부문을 포괄하는 전인교육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조선시대의 전인교육은 교과서를 배우는 일 못지않게, 규범과 의례를 배우고 실천하는 일을 중시하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세자시강원을 중심으로 왕세자 교육이 진행되는 과정에 거행되는 각종 의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책봉례를 비롯하여 관례, 가례, 제례, 입학례, 강학례 등을 통해서 왕세자 교육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왕조 500년에 이루어졌던 왕세자 교육을 통시적으로 다루다 보니, 먼 시대의 사례들을 단순히 연대순으로 묶어서 논의를 끌어나간 부분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그리고 유교문화의 정수에 속하는 왕세자 교육을 세세한 부분들까지 상세히 다루다 보니, 친근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이 매우 깐깐하다. 저자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내기 위해서는 정신을 차리고 주의를 기울이는 수고로움이 필요한데, 이는 유익한 책을 양식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우리는 ‘조선의 왕세자 교육’을 읽어나감으로써 왕세자 교육에 관한 내용은 물론이고 국왕과 왕실, 유교와 양반관료국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조선시대는 지배집단의 구성과 문화적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시대였다. 성리학을 공부한 선비집단이 왕도정치의 기치를 내걸고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왕조의 개국을 주도한 이래,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500년 동안 운명을 함께했다. 선비집단은 학자, 관료, 사제의 역할을 통합하여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강력한 주도세력으로 활약했고, 그 결과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사제의 역할을 수행하던 승려나 무당은 천인의 신분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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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봉영 한국항공대 교수·한국학 bychoi@mail.hangk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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