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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에세이

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 글·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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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위한 새로운 당신
날마다 비가 내린 것 같은 8월이 지나 9월이 왔는데도 여전히 비가 오고 있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비 오는 광화문. 밤에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비에 젖은 한낮의 광화문도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광화문 거리에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탓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변화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가장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것들과 옛것 그대로인 것들이 함께 숨쉬고 있는 광화문 거리. 그래서 더욱 재미있고 운치 있으며, 여유롭고 정답다. 광화문 거리는 서로 아주 다른 것들도 공존할 수 있고, 그 공존 덕분에 각기 더욱 빛을 발하며 가치로울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러나 세상살이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함으로써 상처 입히고 상처 입으면서 끝내 갈라선다. 청소년 관련 업무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아이들과 어제와 오늘이 똑같아 변하지 않는 어른들의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부모들은 도저히 요즘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고,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좀처럼 존중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벌써 그러한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사춘기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어느 시대에나 사춘기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답답한 단절은 아니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지식과 정보는 순식간에 유통되고 교류된다. 하지만 약 20%의 중·고등학생들은 아버지와 하루에 단 1분도 대화하지 않는다고 한다. 절반 정도는 아버지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하루 30분 미만이다.

한국의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의 흡연율은 OECD 가입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음주율도 비슷해서 중학생은 약 60%가, 고등학생은 80% 이상이 음주를 경험한다. 왜 우리 아이들은 일찍부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어른과 똑같은 대답을 한다.

부모와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문에 더욱 가정에서 소외된다고 느끼며, 학교 생활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 역시 소외감, 불만, 걱정, 두려움에 빠져든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 주고 할 거 다 해주는데 왜 너는 네 할 일, 즉 공부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미 소통의 끈이 끊어진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 그 자체다. 야단은 욕설과 구타로 이어지고, 때로는 애원과 눈물이 동원되고, 다시 다툼으로, 그리고 끝내는 가출로 이어지기도 한다.

학교 부적응으로 중퇴하는 아이들이 한해 7만명 남짓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출한 아이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이 2만명에서 많게는 10만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학교와 집을 떠나기도 하는 아이들이 ‘요즘 아이들’인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외모 지상주의에 빠져 있고 즉흥적이고 소비 지향적이고 놀고 먹는 것만 좋아한다고 비난받는 아이들, 단정하고 반듯한 어른이 보기에 엉망인 아이들을 말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어른들 생각에 단정하고 반듯한 것이 아이들 눈에는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으며 엉망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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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승희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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