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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學 백과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귀족과 선비, 승부사와 개그맨 어우러진 개성만점 세계

  • 글: 최현호 한국어류 연구가 c113719@chol.com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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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속은 언제나 신비롭다. 한국의 수중세계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눈길은 수입 어종에만 쏠린다. 전문가조차 우리 연안의 토종 어류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조금만 눈 돌려보면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버린 토종 어류가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한 얘깃거리를 만날 수 있다.
  • 한 재야 연구가가 들려주는 토종 해수어 이야기.
아름답고 화려한 한국의 海水魚

개인연구실 수조에서 사육중인 토종 해수어들을 살피는 최현호씨

세상에는 다양한 생명들이 각자 고유한 영역과 존재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힘없는 미물도 그 나름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동물의 생명과 문화에 무관심하다. 생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니 무엇이 사라지든, 혹은 생겨나든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과연 그래도 될까.

다행히 요즘 사회 곳곳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자연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중 앞에선 환경 보호를 역설하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이들도 상당수다. 논어에 ‘언필신 행필과(言必信 行必果)’라 했다. 말로 맹세를 했으면 반드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언젠가 제주 성산 앞바다에 사는 물고기 중 한 종이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 특별히 보호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천하지 못해 지금 청와대에서 일하는 모 인사에게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당시엔 환경운동가였음). 겨울을 넘기고 다음해 봄에 다시 가보니 그곳의 환경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의가 없는 사람이 설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뜻이다. 한낱 미물이라지만 그놈들에게 호언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뿐이다.

전문가조차 잘 모르는 토종 물고기

자연을 보전하고 환경을 지키자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런데 갈수록 자연 속의 작은 생명들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그것은 생명체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거나 알지만 귀찮게 여기기 때문이며, 우리 것은 가치 없거나 별로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우연히 들른 지역에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 있으면 그곳의 시장이나 도지사에게 “이 물고기는 다른 나라에는 없고 우리나라, 그것도 이곳에만 살고 있는 귀한 어종이니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관공서마다 있는 열대어 어항에 대해 그곳의 직원들에게 우리나라에도 아름답고 기르기 쉬운 물고기가 있으니 길러보라고 권한다. 열대어는 수입해야 하니 외화가 낭비되고, 온도를 맞춰줘야 해 전력도 많이 소모되니 결국은 혈세 낭비가 아니냐며 은근슬쩍 압력도 넣어본다.

지난해 열린 월드컵 축제 때는 공항에 “우리나라에만 살고 있는 토종 물고기를 전시하자”는 제안을 한 적도 있는데, 어항을 제작할 돈이 없어 못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왜 우리의 자연과 그 속의 수많은 생물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까? 우리 땅과 연안에 살고 있는 생물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들이 살고 있는 숲과 대지와 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청정 바다라는 말도 곧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요즘 많은 이들이 애완동물을 기른다. 애완동물이 이렇듯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신체적 접촉과 시각적 충족 때문이리라. 무릇 사람과 연관돼 있는 모든 것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따라서 늘 가까이 하면 징그러운 동물도 사랑스러워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물속 생물도 사람들 눈앞에 있으면, 그래서 그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그들의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생물들에 대한 동정과 사랑을 갖게 되고 근본적인 대책에 귀를 귀울이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지난 5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해양동물 전시회가 열렸다. 과학관과 해양동물연구소가 공동주관했는데, 전시할 해양동물이 모두 다 박제여서 살아 있는 동물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내게 왔다. 그래서 연구실에 있는 몇 종류의 물고기를 보내주었다.

그런데 관람객 중 대다수가 생물로 전시된 물고기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혹은 수입 어종이려니 여기는 것이었다. 그것이 반가우면서도 한편 안타까웠다. 우리 연안의 어종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반증이어서 반가운 가운데 우리 물고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고기들은 수백년, 아니 수천 수만년을 살아왔는데 우리는 식탁에 오르는 것말고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들의 불행이 곧 우리의 불행과 무관하지 않음을 모르는 것이다. 왜 모든 아름다운 것이 외국 것이라 생각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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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현호 한국어류 연구가 c113719@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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