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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당선작 발표

논픽션 당선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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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수작 1편(고료 500만원)
  • 失鄕記 이역 땅에서의 풍찬노숙(風餐露宿) 27년 : 이춘식(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 ▷우수작 2편(고료 각 250만원)
  • 사형수의 초상 : 박김혜원(서울 종로구 평창동)
  • 北으로 간 밀사 : 최세희(경기도 군포시 재궁동)
  • ●당선작은 신동아 2003년 11월호부터 매달 1편씩 게재됩니다.
논픽션 당선작 발표

본심을 하고 있는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전진우, 하응백, 정길연씨.

올해로 39회를 맞는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서 이춘식씨의 ‘실향기’가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응모작은 모두 47편이었는데 예심 결과 10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본심 심사위원 3명은 3∼4편씩 돌려가며 읽는 방식으로 전작품을 검토했다.

9월19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신동아 회의실에서 열린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최우수작 1편과 우수작 2편을 선정했다.

최우수작을 포함, 당선작 세 편을 뽑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심사위원 모두가 이춘식의 ‘실향기’, 박김혜원의 ‘사형수의 초상’, 최세희의 ‘北으로 간 밀사’를 당선작 후보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타스만을 넘어서’와 ‘솥, 화로 그리고…’ 등이 후보작으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소재의 참신성과 사실성, 정확한 문장력, 진지한 내면적 성찰 등에서 앞서 작품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최우수작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춘식의 ‘실향기’로 결정됐다. 이 작품은 자기 감정을 절제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타지에서 떠돌아다녀야 했던 자신의 삶을 담담히 서술하고 있다. ‘사형수의 초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스토리라는 점, ‘北으로 간 밀사’는 전력 송신을 둘러싼 남북간 비사의 발굴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

본심: 하응백(문학평론가) 정길연(소설가) 전진우(동아일보 논설위원실장)예심: 이상락(소설가)

[심사평]

■ 하응백 : 민족공동체의 비극 드러낸 개인의 삶

논픽션 당선작 발표
논픽션의 3대 요소는 사실성, 기록성, 역사성이다. 역사성은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어떤 사건(소재)이 과연 공동체의 삶과 어떤 연관을 가지는가 하는 점이다.

즉 개인에게는 심각한 문제일지라도 공동체의 입장에서 볼 때 사소한 사건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소재는 논픽션으로서 주목받지 못할 것이다. 반면 역사성에 합당한 소재라 하더라도 기록의 엄정성이 없다면 그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고, 사실성이 가미되지 않는다면 그 논픽션은 생명력을 잃는다.

예심을 통과한 10편의 작품 중 가장 주목한 작품은 이춘식의 ‘실향기’였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때 통역장교로 임관한 사람이 그 후 소련으로 망명하여 어긋난 인생을 살아가는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오히려 독자는 분단시대의 아픔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박김혜원의 ‘사형수의 초상’도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끌었다. 사형수의 자매가 되어 그들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그린 이 작품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준다. 다만 필자의 주관이 상당히 작용하였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세희의 ‘北으로 간 밀사’는 상당히 이색적인 소재였고, 남북의 경제 문화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반드시 남겨져야 할 이야기로 판단됐다.

■ 정길연 : 문학적 감수성보다 역사성, 사실성이 중요

논픽션 당선작 발표
본선에 올라온 응모작 가운데 이춘식의 ‘실향기’가 단연 돋보였다. 통역 장교로서 일본 연수 중 구소련으로 망명한 필자의 굴곡진 삶의 여정을 그린 ‘실향기’는 적절한 문장과 균형 잡힌 서술의 힘으로 주목을 끌었다. 역사성과 개인적 체험의 진정성, 그리고 결코 예사롭지 않았을 곡절의 세월을 조명하는 시각이 수선스럽지 않고 담담한 점도 호감을 샀다.

‘사형수의 초상’은 세상과 격리 수용된 사람들, 그나마 법의 이름으로 목숨의 강제적 박탈이 예고된 수인들과 인연을 맺게 된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다. 타인의 삶과 죽음에 비교적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한 점, 죽음에 마주선 자와 그들의 마지막을 갈무리하는 인간애, 나아가 사형폐지의 당위성에 대한 호소력 등이 당선작으로 꼽을 만했다. ‘北으로 간 밀사’는 해방 직후 전력 송신을 둘러싼 남북간 비사의 발굴이라는 의의가 있으나 평이한 문장과 지루한 흐름이 단점이라고 하겠다.

그밖에 뉴질랜드 이민자의 고단한 행보를 통해 이민의 환상을 고발하고 있는 ‘타스만을 넘어서’는 진지한 내면적 성찰이 아쉬웠고, ‘시댁 마을의 6·25 전후 이야기’는 우리 근대사의 비극을 다루고 있지만 이미 여타의 문학 작품이나 기록들을 통해 충분히 알려진 소재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지 못했으며, ‘생사의 모험, 그 진정한 의미는…’은 탈북자의 실상을 드러내기엔 치열성이 부족했다. 곤궁했던 유년기의 삽화들로 채워진 ‘솥, 화로 그리고…’는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났음에도 바로 그 점으로 인해 논픽션적인 요소들이 가려진 게 가장 큰 흠이었다. ‘솥, 화로 그리고…’의 필자에게는 보다 유연한 장르의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 정진우 : 정확한 문장과 담백한 서술 높이 평가

논픽션 당선작 발표
논픽션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기록문학’이다. 논픽션이 단순한 ‘기록’이 아닌 ‘문학’이 되려면 무엇보다 문장의 정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픽션과 달리 치장을 하지 않은 담백함이 논픽션의 맛이라 할지라도 글의 기본인 문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야 ‘기록’도 ‘문학’도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문장이 유려하다고 해서 좋은 논픽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우러나는 꾸밈없는 감동이야말로 논픽션의 우선되는 가치다. 예컨대 ‘솥, 화로 그리고…’는 비교적 수준 높은 문장력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편소설 모음은 될지언정 훌륭한 논픽션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화려한 치장 속에 감동이 묻혀졌기 때문이다.

‘실향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문장이 정확하고 서술도 담백하다. 특히 쓰는 이의 감정이입이 절제돼 시종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던 것은 논픽션이 요구하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수의 초상’은 감동적인 소재이나 자칫 필자의 시각과 감정이 일방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北으로 간 밀사’는 우리 현대사의 소중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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