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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農人 장영란의 우리 땅, 우리 맛 ⑫

온 밥상에 쑥 천지, 춘분 전에 감자 심고 춘분 지나 홍화 심고

  • 글: 장영란 odong174@hanmail.net

온 밥상에 쑥 천지, 춘분 전에 감자 심고 춘분 지나 홍화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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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인가 싶지만, 어디선가 눈보라가 세차게 몰려온다. 비닐집을 치고 모종을 기르려면 이런 날씨에 대비해야 한다. 고추를 시작으로 가지, 토마토, 완두, 양배추, 봄배추… 줄줄이 씨를 넣고.
온 밥상에 쑥 천지, 춘분 전에 감자 심고 춘분 지나 홍화 심고

온 가족이 감자를 심고 있다. 남편은 사진 찍느라 빠졌다.

도시내기인 내게 다가온 자연. 그 느낌을 전하고 싶어 지난해 4월호부터 ‘신동아’에 이십사절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글도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라면, 읽는 이가 떠오르지 않는 독백을 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오랫동안 못 만난 동창에게, 내 사는 이야기하듯 한 줄 한 줄 써내려갔다. 글이 한 번 두 번 이어지면서 여러분이 메일을 보내주셨다.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신 분 덕에 글에 힘이 붙고 어찌 써야 하나 초점이 잡혀 나갔다. 이번 호로 1년 이십사절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농촌에서 자리잡는 데 얼마?

우리 동네는 인터넷 전용회선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전화 모뎀으로 인터넷에 연결해야 한다. 가끔 인터넷에 들어가, 메일을 들여다보면 누군가로부터 메일이 와 있다. 이번 호를 쓰기 앞서 그동안 온 메일을 모두 읽어보았다.

메일 가운데 몇 개를 간추려 들어보자.

“한국 농촌의 앞날이 많이 걱정스럽게 되어가는 모양인데 장영란씨도 근심되겠지요? 물론 돈 벌러 촌에 들어가시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재화가 필요한 게 사실이니 걱정이 되지 않을까.”(울산에서 정년퇴직 뒤에 시골서 살 준비를 해 가시는 독자)

“1. 농사일만 하면서 생계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글을 읽어보면 자급자족을 하시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농산물을 재배해서 팔기도 하나요?

2. 처음에 농촌에 가서 집을 구하고(지을 수도 있겠네요) 자리를 잡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얼마 정도를 잡아야 할는지요?”(서울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귀농을 꿈꾸는 독자)

“나는 초등학교 2, 4학년 두 손녀를 둔 분당에 사는 ***이라고 합니다. 방학 동안에 손녀들을 데리고 한번 찾아뵐까 하는데….”

돈 이야기, 자녀 교육 이야기를 많이 궁금해하셨다. 돈 이야기는 그동안 미처 쓰지 못했는데, 써야겠구나. 그동안 “뭐 먹고 사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진짜 궁금해서, 때론 걱정이 돼서, 가까운 사람들은 가까운 대로, 낯선 사람은 낯선 대로. 우리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못하면, “요즘 이게 돈 된다더라. 한번 해봐라.” 도움말도 해주신다.

우리 자신도 돈 문제로 얼마나 끙끙댔나. 입으로는 자급자족하며 살아보겠다 하면서도, 눈으로는 여기저기서 돈 될 거를 찾았다. 생각이 자꾸 그리로 흘러가곤 하는 데야 당해내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대추나무를 심기도 했고, 농사에 맹진해 유기농산물 정부 표시허가를 받고 생협에 납품도 해보았다. 한편으론 천연요양원을 해봐? 자연학교를 해봐? 머릿속에 그려본 계획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서도 농사부터 제대로 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자신을 다독거리며, 들로 산으로 가곤 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며 시골에서 사는 데 자리가 잡히니, 돈에 대해 생각이 바뀐다. 계절이 바뀌듯.

잠깐 이야기를 둘러가 보자. 처음 귀농한 이웃이, 도시서 걱정하는 부모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맑은 공기, 맑은 물, 따사로운 햇살. 여기서 만끽하는 세 가지를 도시서 누리려면 얼마가 들까요? 그만큼 벌고 있습니다.’ 그렇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입이 이것말고도 많다. 또 여기서는 무엇을 사고 싶어도 마땅히 살 데가 없다. 견물생심과 반대다. 보이지 않으니, 무얼 가지고 싶다는 욕구도 적어진다. 뭔가가 필요한 것 같지만 장에 나가기 귀찮아 미루다 보면 ‘그것’이 꼭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다. 장에 나가보면 ‘그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게 참 많다. 쓸 돈이 굳으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바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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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영란 odong1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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