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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이야기

날개 단 책들의 여행 북크로싱 운동

  • 글: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날개 단 책들의 여행 북크로싱 운동

날개 단 책들의 여행 북크로싱 운동

새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 사진은 인터넷 카페 ‘책에 날개를 다는 사람들’ 제공.

“저는 특별한 책입니다. 한때는 비좁은 책상에 꽂혀 있었지만, 제 책 친구가 저에게 날개를 달아주어 지금은 보시다시피 친구들을 만나며 여행중이랍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을 만났습니다.”

책, 해방, 감동, 이야기가 있는 독서놀이 북크로싱(bookcrossing)이 한국에 상륙했다. 북크로싱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책의 여행이다. 한 번 읽은 후, 혹은 한 번도 읽지 않은 채 책꽂이에 처박힌 책을 꺼내 책표지에 원래 주인이 언제 어디서 왜 이 책을 해방시키는지 쓴다. 그리고 기차역, 버스, 광장, 캠퍼스… 어디든 마음에 드는 장소에 책을 놓는다. 절대 버리는 것이 아니다. 책에게 새 친구를 찾아주는 것이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이 책과 만났는지 북크로싱 홈페이지를 통해 알린다. 책을 다 읽은 후 자신의 흔적을 기록하고 다시 책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 놀이의 규칙이다.

북크로싱은 2001년 미국의 론 혼베이커가 창안해낸 독서놀이로 여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전달자(crosser)라고 불린다. 이 게임이 유럽으로 건너가 ‘보이지 않는 독서클럽’이 만들어졌고 한국에서는 ‘책에 날개는 다는 사람들’(http://cafe.naver. com/crossingbook.cafe)에 의해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채 안 돼 회원수가 1000명이 넘을 만큼 ‘책에 날개를 다는’ 놀이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200권 가까운 책이 여행을 떠난 상태다.

책과의 숨바꼭질

북크로싱은 독서 권장 캠페인이 아니라 그냥 놀이일 뿐이다. 놀이의 규칙을 만들어놓고 시작한 게 아니라 참가자들이 놀면서 만든다. 누군가 날개 달린 책 이미지의 로고를 만들면, 또 누군가 여행중인 책임을 알려주는 북카드 도안을 제시하고 또 누군가의 손에서 이 디자인이 끊임없이 수정된다. 책의 여행이 끝없이 길어질 것을 기대하고 만든 ‘여정표’도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책친구의 이름과 언제 어디서 이 책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책을 읽고 난 소감을 한 줄 정도로 적는다.

권장도서 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독후감을 쓰는 것도 아니며, 게임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주는 것도 아닌 이런 놀이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전달하는 이들의 마음에 답이 있다. 최승호의 ‘황금털사자’를 여행시킨 이는 게시판에 이렇게 소감을 적었다. “우화집이고 따뜻한 노란색 표지랍니다. 어떤 사람이 집을지 몰라 얇은 녀석으로 골랐답니다. 지금은 13번 버스를 타고 이동중이겠군요. 제발 쓰레기통이 아닌 누군가의 가방 속으로 여행을 떠났길 빌어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인사동에 놓겠다고 예고한 이는 “크기는 작아도 힘있는 책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편인 ‘서울 1964년 겨울’도 들어 있고. 이리저리 잘 돌아다녔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라고 적는다.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를 여행시키기로 하면서 비에 젖을까 걱정하는 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무실이 대전의 시청 근처라 이 책을 도대체 어디에 두어야 하나 즐거운 고민중입니다. 오늘 퇴근하면서 버스 정류장이나 아니면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패스트푸드 점에 사알짝 놓고 올 예정입니다. 누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될까? 가슴이 두근두근.”

우연히 이 책을 받은 이들은 행운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흥분한 목소리로 답장을 띄운다. “제가 발견했어요, 신경숙의 ‘종소리.’ 저도 얼른 읽고 발사할게요.” “오늘 아침에 강남역에 갔다가 전화기 위에 있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발견했어요. 책 읽고 다시 다른 자리에 놓을게요. 책 잘 있다는 거 보여 드리려고 책 사진 찍었어요.” 한 권의 책이 이어주는 아름다운 세상,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신동아 2004년 4월 호

글: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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