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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의 철학

쇠똥구리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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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똥구리의 철학
지금으로부터 30∼40년 전, 그러니까 1960년대에 나는 자원공학을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을 테지만, 우리집 형편은 그다지 넉넉하지 못했다. 특히나 소슬바람이 불고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기나긴 겨울을 날 준비가 큰일이었다. 당시 구공탄이라 불리던 ‘연탄 확보 전쟁’에 온 식구가 총동원되던 기억이 새롭다. 식구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리어카에 연탄을 실어 마당 한쪽에 차곡차곡 쌓아갈 때의 그 만족감이라니.

지금이야 먹을거리가 사방에 넘쳐나고 난방 연료도 부족함이 없지만, 그때는 기나긴 겨울을 나기 위해 연탄과 쌀을 장만하는 문제가 자녀들에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 보이기 싫어하시는 우리네 부모님의 그늘진 시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드나들며 내 키보다 높이 쌓아올려진 연탄을 바라볼 때마다 흐뭇해하면서 만족감에 젖곤 했다. 나와 내 형제들, 우리 세대에게 새카만 연탄은 따스함, 푸근함, 그리고 정겨움이다.

그때는 경제개발과 산림녹화, 그리고 새마을운동이 ‘국가’를 상징하던 시절이었다. 과거 5000년간 이어내려온 가난과 궁핍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가장 급박한 문제였다.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는 것. 그것은 시대의 진리에 가까웠다. 그랬기 때문일까. 서구 선진국들이 200년에 걸쳐 이뤄낸 고도의 산업화를 우리는 30년이란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 참으로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거론되고 또 거론되는 얘기이지만, 자원은 무궁무진한 게 아니다. 한창 개발에 열을 올리던 1970년대에 이러한 당연한 명제가 우리 사회에 강한 메시지를 던진 적이 있다. 1970년대 초 로마클럽에서 낸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가 그것이었다. ‘앞으로 인류가 자원(에너지)을 소비할 수 있는 기간이 수십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요지였다.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줬다. 인류의 앞날이 이 보고서가 말한 대로 간다면, 한창 먹성 좋게 자원을 소비하며 경제발전을 일구어가던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 그런 고민과 걱정에 빠지게 하는 보고서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가능성 있는 미래 자원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과 기술수준이 아직 미흡한 형편이라 대체자원을 개발할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는 석탄과 석유 등 천연자원만한 에너지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경제발전을 위하고, 보다 높은 삶의 질을 누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유한한 그리고 점점 줄어드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산, 하늘, 강물은 우리 후손에게 고이 물려줘야 하는 자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실 경제개발 시대의 잔유물로서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친환경적 자원개발과 자원재활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해마다 조금씩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지구온난화현상,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기상이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자연의 복수극’을 준비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도 헌법 제120조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개발과 이용을 권장하고 그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원개발과 재활용에 대한 연구가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한 연구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지열(地熱) 에너지와 탄층 메탄가스(Coal Bed Methane)는 비재래형, 즉 신종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열이란 뭘까? 화산활동으로 발생한 뜨거운 용암처럼 200℃ 이상의 고열수(高熱水)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보다 온도가 낮은 지열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70∼80℃의 중저온열수를 지역난방이나 농작물 재배 등에 이용하고 있는데, 그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이 지열 에너지는 석유나 석탄 등 화석 에너지와 달리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화산활동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열수보다는 중저온열수 개발에 초점을 맞춰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지열펌프(Geo-heat Pump)가 개발되어 천부(天賦) 지열수를 이용한 온냉방이 가능해져 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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