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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즐거운 남도기행 전남 무안·함평

‘호남가’ 한 대목에 흐느적, 白蓮 앞에선 합장

  • 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사진: 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입이 즐거운 남도기행 전남 무안·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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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즐거운 남도기행  전남 무안·함평

무안 용월리 상동마을 청룡산에 자리잡은 백로·왜가리떼.

허기를 좀 참으며 꼭 들러볼 곳이 있다. 무안IC 부근에서 가까운 용월리 상동마을 백로·왜가리(천연기념물 제211호) 번식지다. 어둠이 짙게 깔릴 무렵 먹이를 물고 돌아오는 어미새들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어린 새끼들의 서툰 날갯짓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등 철새들이 상동마을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해방 직후라고 한다. 4000마리나 되는 철새가 청룡산 소나무숲에 앉아 있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누군가 큰 붓으로 흰 점을 찍어놓은 것 같다. “저 새들 덕분에 우리 마을에는 화(禍)가 없지. 외지에 나간 자식들도 교통사고 하나 안 당하고, 6·25 때도 주민들이 모두 무사했다면 말 다했지.” 양파 수확을 끝내고 마을 입구 정자에 모여 땀을 식히는 촌로들의 얼굴이 넉넉하다.

사실 무안은 볼거리보다 먹을거리의 고장이다. 양파한우고기, 기절낙지(낙지 보고 놀라고, 그 맛에 놀라고, 가격에 놀라 세 번 기절한다는 세발낙지), 도리포 숭어회, 명산 장어구이, 돼지짚불구이가 무안 5미(味)다. 어느 하나 후회는 없겠지만 오늘 저녁은 짚불구이로 정하고 동남쪽 방향의 몽탄면 사창리 쪽으로 갔다. 이 마을에서 10년 넘게 짚불구이를 해온 김정희, 고은숙 부부의 ‘녹향가든’(061-452-6990)에 도착했을 때 해는 이미 완전히 떨어졌다. “짚불은 화력이 좋아서 고기가 순식간에 익고 기름이 쫙 빠져서 담백하죠. 볏짚은 2년 묵혀 완전히 건조한 것만 씁니다.” 고은숙씨는 석쇠에 가지런히 놓은 삼겹살에 천일염을 술술 뿌려 구워내면서 눈 한 번 깜짝 하지 않는데 구경꾼만 매운 연기에 눈물을 찔끔거린다. 이렇게 구운 삼겹살은 뻘게장에 찍어 먹고 뜨거운 밥에 뻘게장을 쓱쓱 비벼 양파김치 한쪽씩 얹어 먹으면 더 무슨 바람이 있으랴.

전남 무안은 서쪽으로 서해바다와 신안군, 동쪽으로는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나주, 북동쪽으로 함평, 남서쪽으론 목포와 만난다. 다음 행선지는 함평이다. 함평은 5월 나비축제가 열려 한바탕 관광객이 몰려왔다 떠난 후였다. 가을에도 한국 100경(百景) 중 하나로 꼽히는 불갑산 자락의 용천사 꽃무릇 군락이라는 훌륭한 볼거리가 있지만 함평군은 연중 내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대동저수지 부근에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올 연말쯤 자연생태공원을 산책하고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해수찜’을 즐기는 관광코스가 생길 것 같다.

입이 즐거운 남도기행  전남 무안·함평

불을 붙이자마자 짚은 훨훨 타올랐다. 숙련된 솜씨로 삼겹살 짚불구이를 하는 고은숙씨(좌). 선짓국과 함께 먹는 함평 육회비빔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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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사진: 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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