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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이야기

책이 안 팔리고 서점이 문 닫아도 출판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 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책이 안 팔리고 서점이 문 닫아도 출판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책이 안 팔리고 서점이 문 닫아도 출판사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송인소식’에서 ‘기획회의’로 이름을 바꾼 격주간 출판계 소식지.

격주간 출판소식지 ‘송인소식’이 ‘기획회의’로 이름을 바꾸었다. 때가 때인 만큼 ‘기획회의’ 1호 특집으로 ‘출판 불황,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다뤘다. 이 글에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요즘의 출판 위기설은 저의가 의심스러울 만큼 지나치게 증폭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그것이 유통의 위기인지 출판시스템이나 책 자체의 위기인지, 아니면 활자문화 전반의 위기인지 정확지도 않다”고 했다.

사실 이 위기감은 ‘느낌표’가 몰고 온 반짝 특수가 사라진 후 밀려드는 공허감인지도 모른다.

냉정한 눈으로 출판현실을 보자. 흥미로운 것은 책이 안 팔리고 서점이 문을 닫아도 출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 출판전문지 ‘책과 컴퓨터’ 여름호에 실린 나가에 아키라의 글 ‘출판사는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를 보면,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출판사 이와나미쇼텐이 매출 급감, 계열 도매상인 스즈키쇼텐 도산 등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 수 있다. 필름이 필요 없는 새로운 인쇄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작이나 교정을 외주로 돌려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을 줄였다. 또 ‘초판은 적자라도 5쇄부터 흑자’라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최소한 초판에서 본전, 가능하면 50%의 이익을 낸다’는 식의 철저한 원가계산법을 적용했다. 나가에 아키라는 “이제야 출판계도 일반 제조업 수준의 철저함을 추구하게 됐다”고 말한다.

공격적 경영만이 살길

그러나 이와나미 방식은 너무 소극적이다. 한국 출판시장은 이미 공격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을 배워나가고 있다. 미국은 “1999년 상위 20개 출판사가 전체도서의 93%를 판매하고, 가장 큰 10개의 출판사가 수입의 75%를 가져갈 만큼” 집중화되어 있다. 우리 출판계에서도 이미 몸집 불리기 경쟁이 시작됐다. 연매출 200억원대를 넘는 국내 대형출판사로 민음사, 김영사, 넥서스, 랜덤하우스중앙을 꼽을 수 있다. 그중 인문서 출판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실용서 출판사들이 발 빠르게 출판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초 랜덤하우스와 중앙M&B가 합작하여 랜덤하우스중앙을 만들더니 ‘선물’ ‘그남자 그여자’ ‘제3의 시나리오’를 연달아 터뜨렸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의 북21(21세기북스, 을파소 등의 출판사 보유)과 일본의 에이지출판사가 49 대 51의 지분으로 ‘에이지21’을 출범시켰다.

랜덤하우스중앙 최봉수 사업운영부 실장은 “1000억원대 출판사가 뛰어들어 뛰어난 저자들을 이리저리 끌어당기고 기획자를 스카우트하면서 위기의식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불황이 아니라 구조변화에서 나온 과장된 위기의식”이라고 일축했다. 그의 말대로 편집자 사장에 의존하는 1인 기획 시스템이나 주먹구구식 경영은 출판의 선진화를 방해하는 요소다. 그러나 거대출판의 ‘시장중심주의’가 반드시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인문서, 그것도 역사라는 좁은 무대를 고집하고 있는 ‘푸른역사’ 박혜숙 사장은 “인문서의 1만~2만부는 실용서의 10만부나 마찬가지”라는 셈법을 들어 소규모 전문출판사의 생존법을 제시했다. “2000년 독립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역사 이외의 분야에 눈을 돌리지 않는 것과 외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현상유지만 하자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3000부가 목표다.”

소박한 목표를 세운 ‘푸른역사’는 2002년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2003년 ‘조선의 뒷골목 풍경’, 올해 ‘미쳐야 미친다’로 3년 연속 히트작을 냈다. 이제 역사대중화 하면 곧 ‘푸른역사’를 떠올릴 만큼 탄탄한 출판사로 성장했다. 그는 여전히 편집자 사장으로 원고에 묻혀 산다. 출판사는 왜 사라지지 않는가. 랜덤하우스중앙도 있고 ‘푸른역사’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동아 2004년 9월 호

글: 김현미 차장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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