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꿈의 보안기술 ‘양자암호’로 은행 송금

  • 글: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입력2004-09-24 13: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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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보안기술 ‘양자암호’로 은행 송금

    빈 시장이 양자암호 송금시스템을 이용해 빈대학 연구팀에 보낸 3000유로 송금표.

    도청이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양자암호가 세상에 선보인 지 올해로 꼭 20돌이다. 1984년 IBM의 베넷 박사와 몬트리올대의 브라사드 교수가 처음 발명했을 때만 해도 양자암호는 사람들로부터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동안 무적의 보안기술이라고 불리는 양자암호의 실현은 꿈 같은 일로만 여겨져왔다. 하지만 올해 양자암호는 현실이 되었다. 지난 4월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양자암호가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던 것. 즉 이날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를 사용한 은행 송금이 이뤄졌다.

    빈 시장 미카엘 하우플 박사는 이날 새로운 양자암호 은행송금시스템을 이용해 안톤 자일링거 교수가 이끄는 빈대학 실험물리학 연구소 계좌로 3000유로(약 4000만원)를 보냈다. 양자암호 송금시스템을 개발한 빈대학의 연구팀에 대한 기부금이었다.

    최근 들어 양자암호 은행송금시스템 사용범위는 좀더 넓어졌다. 지난 4월 최초 실험을 할 때만 해도 양자암호 방식의 은행송금은 빈 시청과 오스트리아 은행의 한 분소 간 약 600m 거리에서 이뤄졌다. 그런데 영국물리학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피직스웹은 지난 8월19일 빈 시청에서 오스트리아 은행 본부까지 약 1.45km에 이르는 거리에 이 새로운 양자암호 송금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양자암호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은 공교롭게도 양자컴퓨터의 등장 때문이다. 양자암호와 양자컴퓨터는 모두 20세기 물리학의 큰 업적인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덕분에 절대로 도청할 수 없는 암호통신이 가능하고 현재의 컴퓨터로는 수백 년이 걸릴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양자컴퓨터의 놀라운 성능 때문에 현재 인터넷과 같은 각종 통신에 쓰이는 공개키 암호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개키 암호는 현재의 컴퓨터로는 수백~수천 년이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이용한다. 암호문을 해독하려면 무척이나 긴 세월 동안 소인수분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는 이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풀어버린다.

    다행히도 양자컴퓨터는 아직 초보 수준이어서 이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고차원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 국가안보국은 최근 양자정보 관련 국제학회에 자신들의 연구원을 한두 사람씩 파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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